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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준비된 사나이 김병관"…野 "이런 게 대북 심리전?"
기사입력 2013-11-02 오전 9:14:47
국방부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아이피(IP, 인터넷 프로토콜)로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미화하는 이미지 게시물이 인터넷 공간에 올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지명됐다 낙마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미화 작업도 시도됐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려는 내용의 게시물은 '사이버 심리전'이라는 이름 하에 정부 입장을 옹호하고 비판 세력을 매도하는 여론 왜곡 행위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온 다음에도 계속됐음을 보여주는 정황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광진 의원은 1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들이 인터넷을 생각하는 인식 수준과 군의 대응 수준이 너무 괴리돼 있다"며 "지금 국방부 사이버전이 이런 식이다. <해결사 김관진>, 이 그림이 사이버사령부가 돈 들여서 만드는 거다. 북한 사람들이 몇 명 볼지는 모르겠는데 대한민국 사람 누가 이걸 보고 '김관진 장관 대단하다'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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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사실상 우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들. 김광진 의원은 이 게시물이 국방부가 관리하는 사이버사령부 추정 아이피에서 올려졌다고 밝혔다. ⓒ김광진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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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의원실 |
김 의원은 이후 <준비된 사나이 김병관, 손자병법의 달인> 등 몇 장의 포스터를 더 내보이면서 "이게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인정했던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아이디·아이피에서 올라온 것"이라며 "이런 걸 만들어 심리전을 펼치는 게 과연 어느 누구에게 하는 심리전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방식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정말 아니다"라며 "현재 국민의 인식 수준을 잘 고려하라. 70·80년대도 아닌데 '때려잡자 괴뢰군' 한다고 국민 심리전이 되느냐"고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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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올린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과, 김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비난 자제를 호소하는 게시물. 오른쪽 게시물은 '악플'로 고통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예인들을 예로 들어, 국무위원 후보자들에 대한 비난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광진 의원실 |
<프레시안>이 김광진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게시물들은 △야당 정치인과 시민단체, 언론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내용,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 △대통령과 장관, 장관 후보자를 칭송하거나 옹호하는 내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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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단체의 실명을 거론하며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 ⓒ김광진 의원실 |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장을 '종북'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군 원로들인 예비역 장성들 역시 이명박 정부 국방부가 추진했던 군 지휘구조 개편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비난 대상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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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주장과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 반대 주장을 폄하하는 내용의 게시물들. ⓒ김광진 의원실 |
김 의원은 이런 사례들을 들어 '심리전'의 개념이 잘못됐다며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국방부 게시판에 누가 글을 올렸는데 유해성이 있거나 간첩·북한 사람이 올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국방부는 어떤 조치를 해야 하나?"고 물었다.
김 장관이 "추적하거나 삭제하거나…"라고 하자 김 의원은 "그렇다. 삭제하거나 추적해서 글쓴이를 잡거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가 국방부 홈페이지 김정일 찬양 그림을 올렸다 치고, 거기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방부 장관을 찬양하는 게시물을 올리면 그게 심리전이 되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이버사령관 "저희는 국가 정책 홍보할 수 있게 돼 있다"
한편 이날 오후 국정감사에서 백낙종 국방부 조사본부장은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삭제된 트위터 글 복구를 트위터 본사에 요청했는가"라고 묻자 "어려움이 있다"면서 "국가적인 게 아닌 것은…"이라고 답해 진 의원으로부터 맹비판을 받았다. 수사 의지가 있냐는 것이다.
진 의원은 또 옥도경 사이버사령관에게 "이전 국감 답변과 달리 오늘 김 국방장관이 국내 세력에도 대응했다고 한다"고 따졌고 옥 사령관은 "북한 및 국외 적대세력과 싸우는 장소가 이 장소(국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진 의원은 다시 "한국 사이트에 달리는 정부 비방글이 다 북한이 단 것이냐"고 물었다. 옥 사령관은 "그렇지 않다. 북한이 주장하는 바와 정부 비판 그 두가지가 겹쳐지면…"이라고 답변했고, 진 의원은 말을 자르고 들어와 "그럼 우리가 정부 비판 글을 올리면 다 대응하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 옥 사령관은 "아이피 등을 참고로 해서 대응하지만 다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만 했다.
또 진 의원이 사이버사령부 요원 공적조서에 '비난 여론에 적기 대응해 비난 여론 차단'이러는 표현이 있는 것을 추궁하자 옥 사령관은 "저희는 국가 정책을 홍보할 수 잇게 돼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국가 정책 홍보를 숨어서 하느냐"며 "그럼 대변인은 왜 두나"라고 매섭게 질책했다.
진 의원은 옥 사령관의 답변 내용을 가지고 김 장관에게도 따졌으나 김 장관은 "사이버라는 수단을 이용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필요하다. 익명이냐 실명이냐가 아니라, 올바른 정책을 홍보하는 건 필요하다"고 다소 엉뚱한 답을 했다. 진 의원이 "아니 왜 시민을 가장해서 정책을 홍보하느냐"고 재차 묻자 김 장관은 "그건 여러 가지 댓글 의혹과는 상관 없는 말씀"이라며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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