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2년 4개월 걸린 워터게이트, 국정원 사건은?

 
 
그때 닉슨 정부와 지금 박근혜 정부, 아주 많이 닮았다
 
육근성 | 2013-12-06 10:44: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재발방지, 대통령의 사과를 외치던 ‘촛불함성’이 시국선언으로 이어지더니 급기야는 ‘대통령 퇴진’ 요구로 확대되고 있다.

힘 잃어가는 ‘종북몰이’ ‘대선불복 프레임’

청와대와 여당은 ‘종북몰이’와 ‘대선불복’으로 맞선다. 하지만 점차 힘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과도한 종북몰이에 보수층조차 피로감과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 ‘대선불복’이라는 방패는 공정선거였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박 대통령과 여당에게 있다는 창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뚫리기 시작했다.

대통령 퇴진 요구가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계에서 먼저 나왔다는 게 심상치 않다. 국민 3명 중 2명이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으며, 그것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퇴진 요구가 즉발적이고 표면적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정말 지난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졌다면 청와대와 여당이 저럴 수 있겠는가’라는 불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서서히 세력을 형성하다가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하는 것처럼 국민들의 불만이 예측 못할 시기에 거세게 폭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퇴진” 강력한 태풍으로 진화할 수도

40년 전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흡사하다. 닉슨 대통령은 민주당 선거운동본부 불법 도청 사실이 발각되자 이를 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한다.

박근혜 정부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종북몰이,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야당을 공격하며 ‘찍어내기’ ‘물타기’ 등의 방법으로 수사를 방해했다. 수법은 달라도 내용은 닉슨의 그것과 상당히 닮아있다.

대선개입의 정황 증거가 수두룩하고 거반의 국민들은 ‘12.19 대선’을 부정선거로 결론짓는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닉슨 정부와 박근혜 정부, 아주 많이 닮았다

드러난 불법 사실 앞에서도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I'm not a crook)”라며 오직 진실 은폐에만 몰두했던 그때 닉슨과 박 대통령의 지금 모습은 쌍둥이처럼 똑같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닉슨 진영이 자행한 정치공작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경제불황, 베트남전 반전 운동 등으로 공화당과 재선을 노리던 닉슨의 지지도가 크게 하락하자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해 야당 유력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한 공작을 펼쳤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다룬 영화 '대통령의 사람들'의 한 장면>

미행, 사찰, 공갈협박, 위장 침입, 미인계, 음해, 유언비어, 허위사실 유포, 언론 플레이, 언론 공작 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해 닉슨의 재선을 위협하던 민주당 머스키 상원의원을 자멸하게 만들었다. 닉슨은 이런 방법으로 당선이 됐다.

야당 후보를 종북 간첩으로 몰아세우고, 국가기관과 정부부처까지 동원해 인터넷 공간에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자행했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도 닉슨 못지 않다.

닉슨은 오프라인에서 공작을 펼쳤다면 ‘이명박근혜’ 정권은 주로 온라인 공작을 통해 야당 후보를 낙선시키려 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대통령이 된 것이다.

'작은 거짓말'에서 대통령 사퇴까지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은폐는 더 큰 은폐를 낳는다. 몸집이 커지면 눈에 잘 띠는 법. 결국에는 모든 게 들통나게 돼 있다. ‘작은 거짓말’의 결과는 작은 체벌이지만 ‘큰 거짓말’의 결과는 엄청날 수 있다.

거짓말과 은폐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던 닉슨. 결국은 청문회에 출석했던 닉슨의 부보좌관이 “진상을 은폐하려 했던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증언한다. 닉슨은 테이프 내용을 녹취한 문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신하려 했지만 미 연방법원은 ‘녹음 테이프를 제출하라’고 판결했다.

<사퇴 발표하는 닉슨/1974.8.9>

이 과정에서 닉슨의 거짓말이 탄로났고 그러자 닉슨 지지층도 등을 돌리고 만다. 미국 사회가 들고 일어나 닉슨을 규탄했다. 닉슨은 의회에서 탄핵이 가결되지 직전인 1974년 8월 9일 자진 사퇴하고 만다.

박근혜의 "댓글 없다"는 거짓말, 덮기위해 더 큰 거짓말하는 정권

박 대통령도 수차례 거짓말을 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처음 세상에 알려진 직후 후보자 토론회에 나와 “댓글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핏대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발견된 댓글과 트위터 글은 121만개. 전문가들은 삭제된 것과 미처 찾아내지 못한 것까지 합한다면 수천만개 이상일 거라고 본다.

(검찰이 5일 오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국정원 트위터 글은 총 2천200만 여개에 이른다고 밝힌 것이 오늘 아침 언론에 보도됐습니다./필자 주)

“국정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해서 박근혜 당선을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도 도움 받은 게 아니라니 박근혜 팬클럽도 내심으로는 박 대통령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중취재해 진실 규명에 앞장섰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워싱턴 포스트 기자>

 

워터게이트 스캔들의 진상이 밝혀지는 데에는 두 곳이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해준 덕분이었다. 사법부와 언론이다. 사법 정의에 입각한 법원의 올바른 판단과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중 취재한 두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을 끝까지 보호해준 워싱턴 포스트가 있었기에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의가 불의 이기는 역사적 쾌거 이룰 수 있을까?

워싱턴 포스트는 닉슨 정부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와 노골적인 압박에 맞서 신문사 문 닫을 각오로 견뎌내며 기사를 내보냈다. 펜의 힘으로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린 것이다.

대한민국 사법부와 언론. 비관적인 부분도 많지만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련다. 곳곳에 양심있는 법관과 검사들, 또 정의와 진실을 위해 힘겹게 투쟁하는 언론사들이 있지 않은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알려진 뒤 닉슨이 사퇴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2년 4개월. 한국판 워터게이트인 국가기관 대선개입이 세상에 알려진 건 이제 1년. 이 땅에서도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역사적 쾌거를 이룰 수 있을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211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