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간첩조작사건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국정원 직원 권모 과장이 자살을 기도했다. 권 과장은 22일 경기 하남시 신장동 모 중학교 앞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기도했고,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과장은 주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로 근무했고, 증거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19일부터 21일까지 조사를 받았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권 과장은 21일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검사와 언쟁을 벌인 뒤 검찰청을 뛰쳐나왔다. 권 과장은 자살시도 전인 21일 오후 11시 경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검찰이 특정 방향으로 조사를 몰아가고 있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갖은 모욕을 당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 과장은 또한 “검찰 수사는 그 끈끈하던 대공수사 직원들을 이간질했다. 검사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십이 넘은 나에게 ‘지금 뭐하는 거냐’고 반말을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검찰 조사를 받다 자살을 기도한 국정원 권모 과장이 지난 22일 발견돼 현재 서울아산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경비관계자들이 응급중환자실 출입문에 '정숙'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살아서 진실을 밝혀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죽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죽음으로 만행을 덮으려 하지 마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검찰 수사가 그리 괴로웠나. 그렇게 괴로운 일을 다른 사람이 받게 한 대가라는 생각은 안 드나”라며 “죽어버리면 당신이 했던 일이 없던 일이 되나? 자살기도하면 면죄가 되나?”라고 밝혔다.
 
   
 
 
권 과장의 자살 시도로 검찰 수사가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정원 협력자 김씨에 이은 두 번째 자살시도다. 이에 따라 특검이나 구속수사 등 더 적극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누리꾼은 “야당은 즉시 특검 관철시키고 남재준부터 관련자 전원 구속 수사하라”고 말했다. 

간첩조작사건을 취재 중인 최승호 뉴스타파 PD는 트위터에 “자살기도 권 과장은 이것으로 검찰 수사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라며 “위조와 조작에 대한 성찰은 한푼어치도 없는 남재준 국정원이 보인다”는 글을 남겼다.
 
   
 
 
‘검찰 수사에 모욕감을 느꼈다’는 권 과장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유우성씨의 여동생 유가려씨는 국정원이 유우성씨가 간첩이라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자신을 6개월 동안 합동신문센터에 감금해놓은 채 회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한 누리꾼은 “검사가 반말로 모욕감을 줬다고? 니들이 유우성 동생 수사랍시고 한 모욕적인 말과 행동들에 비하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국정원을 위조범으로 몰고 가 억울해? 당신들은 유우성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동생을 6개월 감금, 폭행하고 거짓 자백을 받아냈어”라고 지적했다. 
 
   
 
조윤호 기자 | ssain@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