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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의 세월을 견뎌온 ‘어머니의 노래’

 

4.9재단.4.9사업회, 4.9통일열사 39주기 추모제 개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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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10  14: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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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세웅 신부가 우홍선 열사의 부인 강희순 여사에게 39년전 자신에게 무어라고 했냐며 마이크를 들이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만일 바뀌어서 여성들 여덟 분이 사형당하셨고 남편들 여덟이 남아있었다면 그 남편들이 돌아가신 아내, 여성들을 위해서 10년, 20년, 30년, 40년 싸우면서 목숨을 바쳤을까?”

함세웅 신부의 엉뚱한 질문에 엄숙하던 추모식장이 갑자기 웃음바다가 됐다. 함 신부는 “생명력의 원천인 어머니들의 강인함”을 예로 들며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을 잃고 39년의 세월을 견디며 싸워온 여성들을 위로했다.

4.9통일평화재단과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는 9일 오후 6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대성당에서 ‘4.9통일열사 39주기 추모제’를 열어 고인들을 추모하고 특별히 남겨진 부인들을 위로했다.

39년 전 당시 30대 초반의 ‘젊은 사제’였다는 함세웅 신부는 우홍선 열사의 부인 강순희 여사와의 일화도 소개했다.

“저보고 뭐라고 하셨어요?”
“그 당시 함 신부님은 정복 입은 유치원생 같다고 했어요.”

이제는 칠순을 넘긴 함 신부는 “이수병 선생 부인이 29살로 갓난아이 업고 다니고 그랬는데, 유일하게 저보다 어렸다”고 회고하고 이 사건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당시 외국 선교사들과 열사들의 부인들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치하했다.

   
▲ 9일 프란치스코교육회관 대성당에서 열린 '4.9통일열사 39주기 추모제'에서 이해동 목사가 추도사를 읽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8명의 열사들이 사형당한 다음날인 1975년 4월 10일 목요기도회장에서 사회를 보았던 이해동 목사는 경찰들이 시신마저 탈취한 과정을 생생히 증언하고 “다시는 억울한 죽임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동 목사는 “한평생 한 맺힌 삶을 굽힘 없이 꺾임 없이 훌륭히 이기며 살아오신 유족들에게 깊은 경의와 위로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인혁당 사건은 32년 만인 2007년에서야 대법원 재심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4.9통일평화재단 상임이사인 김형태 변호사는 “처음 1,2심에서 옛날부터의 이자를 우리가 받았는데, (대법에서) 지금부터 이자를 주라고 해서 (보상금이) 팍 줄어서 거꾸로 토해내야 할 상황”이라며 “세월이 오래가면 이자를 지금부터 주라는 것은 법에도 없는 이야기다. 명확히 불법이고 위헌이다”고 지적했다.

김형태 변호사는 “대법원이 과거사 정리에 관해 어거지로 후퇴해 가는 것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헌법재판을 통한 법적 공격을 빠른 시일 내에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에서 과거사법을 다시 되살리자는 입법활동을 추진하고 정부에게는 법원의 부당한 판결이 나오더라도 이미 지급된 보상금의 환수를 집행하지 않도록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그 아버지가 했듯이 공안탄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며 “4월 19일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청년학생, 모든 시민들이 모여서 박근혜 유신부활 독재정권을 끝내기 위한 10만 시민 촛불대행진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충목 공동대표는 “열사들의 희생이 기념만이 아니라 역사 속에 계승되는 것은 투쟁 속에서 부활할 때 가능하다”며 “선배 열사들의 뜻을 받들어 박근혜 독재정권 퇴진의 범국민 투쟁을 강력히 진행하겠다”고 다짐했다.

   
▲ 연극인 김미경, 신여정 씨가 아이를 업고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이수병 열사와 얼굴만 마주친 채 영영 이별하게 된 이정숙 여사의 사연을 담은 상황극 ‘어머니의 노래’를 공연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경호 4.9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핸된 이날 추모제에서 연극인 김미경, 신여정 씨가 아이를 업고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이수병 열사와 얼굴만 마주친 채 영영 이별하게 된 이정숙 여사의 사연을 담은 상황극 ‘어머니의 노래’를 공연했고, 평통사 청년들이 어머니들을 위한 노래를 공연했다.

추모제에는 백기완 선생, 박중기 추모연대 의장, 이부영 전 의원, 유인태 의원, 열사들의 가족들과 황현승 선생 등 사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지만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인 문정현 신부는 지난 7일 제주 해군기지 투쟁현장에서 체포돼 함께하지 못했다.
 

   
▲ 추모제를 시작하며 열사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올리고 있는 유가족과 참석자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사)4.9통일평화재단이 실시하는 2014년도 공모사업에 선정된 단체와 개인들에게 김형태 상임이사(오른쪽)가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평통사 청년들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유가족과 관계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합창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이날 추모제는 특별히 열사들의 부인들을 위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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