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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도착하니 절망이 희망으로...

희망버스 도착하니 절망이 희망으로...

전국 각지서 30여대 버스에 1500여 명 울산 철탑농성장 방문

13.01.05 18:31l최종 업데이트 13.01.05 18:31l

 

 

5일 오후 4시쯤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 앞에 모인 희망버스 탑승자들이 함성을 지르자 철탑위 두 노동자가 손을 흔들어 화답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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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십시오, 함께 하겠습니다."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 탑승자들이 함성을 지르자 철탑 위에 있던 두 비정규직노동자가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 등을 실은 희망버스가 5일 오후 3시 20분부터 4시까지 "대법 판결에 따른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1일 째 철탑 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울산공장 명촌정문 앞 철탑농성장에 도착했다.

희망버스는 5일 오전 9시 30분쯤 서울 중구 대한문 앞 600여 명, 서울 일대 2대가 출발한 것을 비롯해 인천, 경기, 대전, 경북, 충남, 등의 각 지역에서 1500여 명이 탑승한 30여 대가 출발해 울산에 도착했다. 울산지역 노동자 시민단체 500여 명도 농성장에 합류해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철탑 앞 광장을 가득 채웠다.

울산 현대차 철탑 농성장에는 3시 20분 대전에서 첫 희망버스가 도착한 것을 시작으로 3시 30분 인천, 충북 등에서도 속속 도착했다. 서울의 버스는 4시가 조금 넘어 철탑농성장에 도착했다. 이곳은 현대차 울산공장 주차장이 있는 곳으로, 비교적 주차 공간이 넓은데다 이날 경찰의 별다른 대응이 없어 희망버스가 집결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현대차 철탑농성장은 최근 울산지방법원의 농성장 강제철거 판결 및 예고와 현대차 회사측의 신규채용 강행으로 절망감에 싸여 있었지만 이날 버스가 도착하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크게 고무되는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철탑 위 두 노동자에게 힘찬 함성을 질렀고 지나가던 열차도 이에 동조하듯 '빵빵' 기적 소리를 힘차게 울렸다. 이에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는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최병승, 천의봉 두 노동자...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5일 오후 4시 전국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온 민주노총, 시민사회가 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에서 철탑위 두 조합원에게 힘을 실어주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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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가 속속 도착하자 참석자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첫 발언에 나선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상임고문은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라, 니들이 사람이냐"고 외친 후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겠나? 사람으로서 두 노동자를 내버려 두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에 가면 '자유, 평등, 정의'라는 글자가 큰 글씨로 새겨져 있는데, 여기에는 그것이 없다"며 최근 울산지법의 농성장 철거 판결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우리가 힘과 정성, 발걸음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한 민주노총 울산본부 강성신 본부장은 "수많은 열사들이 목숨을 바치고 수많은 동지들이 수배되고 해고되면서 민주노총을 지켜왔다"며 "과연 이 시간 희망이 있는지 묻고 싶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싸우자"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박현제 지회장은 오늘이 우리 딸의 돌이라고 했다. 그는 "2004년 노동부의 현대차 불법파견 판정과 2010, 2012년 대법원의 확정판결에도 바뀐 게 없다"며 "오히려 대선이 끝나자 100여 명의 조합원이 부분파업 중 병원에 실려가고 철탑 농성 가처분 신청이 판결되고, 신규채용이 강행되고 있다"며 울분을 통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버스, 첫 행선지인 울산 철탑 농성장에서 부산 한진중공업으로...
 

5일 오후 3시 20분쯤 대전에서 출발한 희망버스가 처음으로 울산 철탑농성장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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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앞 철탑농성장 주변에 길게 늘어선 희망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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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대표로 발언에 나선 팔순의 조화순 목사는 "유신 때인 1972년 우리 여성들이 노동조합 집행부를 하면서 온갖 박해를 받은 일이 있다"며 "여러분도 승리한다고 믿으시기 바란다. 장기적 안목으로 힘을 내시면 꼭 이긴다"고 말했다.

조계종 정오 노동위원장은 철탑 위의 두 노동자를 향해 "최병승씨 감사합니다. 당신들이 살아있는 부처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찍은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뽑히지 않았지만, 철탑 위 두 노동자가 대통령이다"며 "전국에서 버스 타고 희망의 불씨를 피우고 있으니 꼭 승리한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과 경기에서 대학생들이 희망버스에 대거 몸을 실었다. 성균관대 한 학생은 "노동자들은 정리해고로, 대학생들은 높은 등록금으로 자살하고 있다"며 "하지만 반드시 승리할 것을 알고 있다. 그 이유는 철탑에 두 동지가 있고 희망버스로 함께 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절망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 이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주대의 한 여학생은 "희망버스에는 동성애자들과 장애인 등이 많이 타고 왔다"며 "왜 동성애자들이 비정규직을 지지하겠나? 그들 중에 비정규직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받다 죽어간 동성애자들과 철탑 위의 두 동지를 위해 우리도 함께 싸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민주노총과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조파괴 긴급대응' 비상시국회의가 시작한 희망버스는 첫 행선지인 울산 철탑 농성장에서 5시 20분까지 연대 행사를 한 후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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