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警, 40만 국민서명 가로막아…“우리가 전염병 환자인가”


4.16연대, 세월호 시행령 개정 촉구 서명 靑에 전달하려다 3시간 째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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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희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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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30  17:43:09
수정 2015.06.30  19: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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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뉴스(강주희)
세월호 유가족들의 국민서명서 전달이 결국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4.16 가족협의회(이하 가족협의회)와 4월 16일의약속국민연대(이하 416연대)는 30일 오후 2시 서울 청운효자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시행령 개정을 촉구하는 국민서명을 청와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39만 8727명의 국민들이 참여했다. 전명선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국민의 마음이 모인 이 서명용지야 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일깨워주는 중요한 서명지”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가족들은 서명서가 담긴 박스를 들고 청운효자주민센터 우측으로 이동했다. 청와대로 이어진 길이다. 박스는 전명선 위원장, 유경근 집행위원장 등 13명의 대표 손에 들렸다. 그러나 청와대로 향한 길은 곧바로 경찰에 막혔다.

#. 오후 2시 30분

이날 경찰은 청운효자주민센터 우측을 이중삼중으로 막았다. 진압용 버스 3대도 사거리 한켠에 들어섰다. 유가족들의 머리 위로 또 다시 채증 카메라가 등장했다. 경찰의 제지에 가족들은 “민원을 제기하러 가는건데, 왜 막느냐”며 소리쳤다. 그러나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go발뉴스(강주희)
일부 유가족들이 강하게 항의하자 경찰은 몸으로 이들을 밀어냈다. 경찰관 폭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경고방송이 이어졌다. 이태호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종로서 경비과장은 비겁하게 숨어있지 말고 막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외쳤다.

 

#. 오후 3시

“민원을 제기하러 가는거잖아요.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닙니까? 우리가 무슨 전염병 환자입니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의 말이다. 박 변호사는 “기자회견에 앞서 경찰이 박스 안에 위험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지 모른다며 일부 박스를 개봉하기도 했다. 내용물까지 다 확인했는데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막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애초 대표자 13명이 서명서를 전달하기로 한 것을 경찰이 일방적으로 3명으로 줄인 점도 비난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이 가족들에게 민원 제기 인원을 3명이라고 알렸다. 어떠한 설명도, 타당한 이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 ©go발뉴스(강주희)
#. 오후 3시 15분

 

서명서 박스를 들고 있던 전명선 위원장과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길 위에 주저 앉았다. 옆에 있던 이태호 공동위원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지친 나머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김혜진 공동위원장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거친 숨을 골랐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청와대로 향한 길은 여전히 막혀 있었다. 노란색 경찰 통제선은 주민센터 우측으로 점점 늘어났다. 경찰은 이후 세 차례의 해산방송을 하며 가족들을 압박했다. 경고방송을 한 경비과장은 이날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세월호 유가족 홍영미씨(단원고 이재욱군의 어머니)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경찰이 있는 건데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go발뉴스(강주희)
#. 오후 4시

 

유가족들과 경찰의 충돌이 주민센터 곳곳에서 일어났다. 유가족 최경덕 씨(단원고 최성호군의 아버지)는 화단을 넘어 가려던 중 경찰에 의해 제지 당했다. 최씨는 “민원을 제기하러 가는 것 뿐이다. 경찰이 막을 이유가 없다”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원호 국민대책회의 운영위원은 “국민의 민원을 막으면서 뭐가 자랑스러워 채증까지 하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경근 위원장은 “민원 하나 전달하는 일에도 경찰이 막고 있다. 서명은 가장 최소한의 권리지, 권리행세가 아니다”며 경찰의 일방적인 제지를 비난했다.

#오후 5시 20분

기자회견 후 끝난 지 2시간이 지났지만 상황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한 시민이 “자기 자식 팔아먹은 사람들이 뭐하는 짓이냐”며 막말을 하자 유가족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가족들이 막말을 한 사람을 데려오라고 요청했지만 경찰은 이를 제지했다. 황필규 변호사는 “정식으로 모욕죄로 고발조치 하겠다”고 항변하자 이 남성은 카메라로 유가족들을 찍으며 도망갔다.

   
▲ ©go발뉴스(강주희)
황 변호사는 “경찰이 질서를 유지하고 상황을 대처하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지만 오늘 했던 역할은 정당하지 않은 행동”이라며 “가족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사람을 뒤로 빼돌리고 보호하는 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하루 반나절이 지난 오후 6시. 유가족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마이크를 잡은 홍영미씨는 “국가의 원수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있다. 비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진상규명을 반드시 하고 책임자를 처벌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씨의 발언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밝혀내자. 인양과정 공개하라”며 구호를 외쳤다.

   
▲ © go발뉴스(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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