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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 맞는 국정원 해명... 더 커진 사찰 의혹

 

야당 "사찰 증거 인멸"...국정원 "자료 복원해 보고하겠다"

15.07.19 19:28l최종 업데이트 15.07.19 19:30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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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왼쪽)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관련된 국정원 직원 임모씨가 자살하기 전 삭제한 자료가 모두 복원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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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해킹 프로그램 구매과 운영에 관여해온 국가정보원 직원 임아무개씨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 확산 차단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임씨가 자살 직전 삭제한 자료의 성격을 놓고 야당에서는 "민간인 사찰 관련 자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과 정보위 소속 박민식 의원은 19일 임씨의 자살과 관련해 국정원으로부터 자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을 공개했다.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사들인 리모트컨트롤시스템(RCS)의 도입 및 운영 실무를 맡아온 임씨가 정치적 논란이 커지자 압박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임씨,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 있던 사람"

이 의원은 먼저 "이 직원(임씨)은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하고 20년간 사이버 안보 분야에 있던 사람"이라며 "이번에 문제 된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고 사용한 직원으로 국정원 직원들 간에 신망이 두터운 사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딸이 둘 있는데 한 명은 사관학교에 입학하는 등 가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생기니까 주변에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의원은 임씨의 자살 동기와 관련해 "이분이 해킹 프로그램을 도입할 때부터 운영할 때까지 그 팀의 실무자였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고 감찰도 들어오고 하니까 여러 가지 압박감을 느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임씨에 대한 실종 수색이 신속하게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 이 의원은 "이 문제가 정치권에서 얘기되니까 임씨가 작업을 하기 위해서 휴일에도 출근했다"라며 "(어제) 나오지 않으니까 (국정원에서) '왜 출근을 안 했느냐'라고 하니 집에서는 '출근했다'라고 했다. 그래서 위치추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씨, 해킹 대상 선정 안해" 설명에도 역할 둘러싼 논란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이날 밝힌 임씨의 역할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이철우 의원은 이날 "임씨가 어떤 (해킹) 대상을 선정하는 역할을 한 게 아니다. (상부나 타 부서에서 해킹) 대상을 선정해 알려주면 기술적으로 이메일에 (스파이웨어를) 심는다든지 그런 작업을 하는 기술자"라며 "(해킹) 결과물이 들어오면 그 내용을 그대로 대테러 담당자라든지, 이런 사람에게 이관해 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임씨가 상부의 지시나 다른 부서의 요청에 따라 해킹을 직접 실행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해명에 따르면, 만약 불법 해킹이 있었다고 해도 실무자인 임씨보다는 이를 지시한 지휘라인의 책임이 더 무거운 상황에서 임씨가 그 책임을 떠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를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특히 임씨는 유서에서 "내국인이나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라고 밝혔지만 해킹 대상을 선정하는 데 직접 관여하지 않았던 임씨가 이를 100% 확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임씨가 유서에서 "대테러·대북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지원했던 자료는 삭제했다"라고 밝힌 것도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삭제된 자료는 임씨의 업무를 고려해 봤을 때 대테러나 대북 공작활동을 담당하는 국정원 부서에서 요청한 작업 기록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여기에는 대북 용의자나 대테러 감시 대상자 등의 사찰 자료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이 해명한 대로 일상적인 민간인 사찰은 없었다고 해도, 일부 '오해를 일으킨' 내용이 들어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야당 "자료 삭제는 증거 인멸"... 국정원 "자료 복원해 보고할 것"

이에 따라 야당은 자료 삭제는 사실상 증거 인멸에 해당한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삭제했는지 밝혀야 한다"라며 "의혹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해 놓고 현장방문을 손짓하는 것은 얄팍한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 

서기호 정의당 의원도 "숨진 국정원 직원은 스스로 증거인멸 사실을 밝혔다"라며 "국정원의 국민사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조치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임씨가 자료를 삭제한 이유에 대해 "국정원에서는 '대테러, 대북공작용 내용이 밝혀지면 큰 물의를 일으킬까 싶어서 삭제하지 않았겠느냐'라고 하더라"고 전하면서 사찰 증거 인멸 의혹을 반박했다. 

국정원은 삭제된 자료를 최대한 빨리 복구해 국회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삭제된 자료가 민간인 사찰과는 관련이 없다는 자신감을 나타내 추가 의혹 확산을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에서 삭제된 자료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고 보고했다"라며 "국정원 현장 방문을 통해 삭제된 자료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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