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박근령씨가 일본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제기는 "내정간섭"이라고 한 것에 대해 "역사적 정신적 질환을 보이고 있다"며 발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동생인 박근령씨의 반역사적 발언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실장은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전범이 있는 야스쿠니 신사의 참배에 대한 문제제기를 내정간섭이라며 선조의 참배와 같다는 것은 반인도적 범죄를 일으킨 히틀러에 대해 조상이라고 참배한 것과 같다. 야스쿠니 신사 합사에 반대해 소송하고 있는 한국인과 대만인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씨는 4일 밤 방송된 일본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일본 과거 역사 사죄 요구에 대해 "바람 피운 남편의 나쁜 소문을 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한국의 국익에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주요 정치인들의 야수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것에 대해 "내정간섭이다. 혈손이 어떻게 부모를 자신의 선조를 참배하지 않겠느냐. 신사에 참배해서 전쟁을 일으킨다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헌법도 아니고 군국주의 시대도 아니다”며 “친일과 국교 정상화 뒤의 친일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한용 실장은 "명백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야스쿠니 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한국인과 대만인들이 소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한용 실장은 "당당하게 일본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이를 옹호하는 친일파의 DNA(유전자)가 우리 내부에 존재하고 친일 잔재들이 흐르기 때문으로 박씨의 발언은 어떻게 보면 돌출적인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과거사 문제 거론 외면 의혹, 식민지 근대화론을 펴며 일제 시대가 근대화 고도 성장의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교과서 검정 통과 등 일련의 일들이 벌어진 가운데 박근령씨의 발언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 실장은 "현재 새누리당과 정권 자체가 바로 이런 인식의 저변을 가지고 있다"며 "만주국 장교의 딸이 대통령이 되고 이를 수장을 받드는 새누리당이 식민지 근대화론을 담은 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뉴라이트 등 박 전 대통령이 독재자가 아닌 리더로서 조국의 근대화로 발전시켰다는 논리를 주입시키고자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박근령씨의 발언도 이 같은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박 실장의 주장이다. 

다시 말해 친일파를 근대화의 공로자로 ‘신분 세탁’해 둔갑시키고 국정교과서 추진 등을 통해 미래 세대에게도 이 같은 역사 인식을 주입시키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면서 근대화를 했고 태평양 전쟁을 아시아 해방 전쟁이라고 강변하며 불법 징집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일본 아베 정권에 대한 문제 역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실장은 "박근령씨의 발언은 주머니 속에 있었던 송곳이 삐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씨. ⓒ연합뉴스
 

 

또한 박 실장은 박근령씨의 발언은 도조 히데키의 손녀딸과 같은 역사 인식 속에서 나온 맥락의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의 히틀러로 불리는 도조 히데키의 손녀딸인 도조 유코는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부는 평화를 사랑하셨으며 친절한 성품을 지니신 분이었다. 외국의 침략자들로부터 자신의 조국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령씨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한 것에 대해 "국교 정상화만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 이를 추진한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도조 유코와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박근령씨는 또한 “일본은 황국사관(皇國史觀)을 근본으로 한 천황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총리가 선거에 의해서 바뀐다 하더라도 이런 표현 저런 표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야기하고 정책을 펴나간다고 해도 천황께서 어떻게 언급을 하셨느냐 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는냐”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박한용 실장은 천황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한 박씨의 발언에 대해 "신으로 모신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면 일제 말기 징벌 중 하나가 신성 모독이었는데 이는 민간 신앙과 전혀 다르다"며 "야스쿠니 신사는 아시아 침략의 핵심축이자 파시즘의 핵심이다. 우리가 천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비공식적인 용어인 일왕이라고 하는 것도 침략과 억압의 상징이고 파시즘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 것인데 박근령씨는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천황에 맹세한다는 뜻으로 만주국 육군군관학교에서 ‘일사봉공 박정희’라고 혈서를 쓴 박정희 전 대통령과 딸은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어느 나라를 말하는 것이냐. (박 전 대통령이)젊었을 때 받들었던 국가와 민족을 말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박 실장은 "박씨의 발언은 대통령 측근의 권력비리보다 더한 역사 팔아먹기와 같다. 역사를 통째로 갖다 바치는 매국행위로 이 정도면 조선총독부 친일파에서 들을 수 있는 얘기"라며 "대통령과 집권여당 새누리당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우리 헌법과 역사를 수호할지 가족을 지킬 것인지 대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