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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박근혜 3년 되는 날, 이렇게 조용할 수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6/02/26 10:30
  • 수정일
    2016/02/26 10:3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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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권 4년차 언론 보도 비교해보니… 탈탈 털다가, 여론조사로 퉁 치더니, 이젠 안하나?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2016년 02월 26일 금요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5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이제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며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달려가는 시기다. 어느 정도 성적표가 공개되는 시점이며 대통령 단임제인 한국 정치제도 하에서 남은 2년은 지난 3년을 수습하고 가다듬는 시기다.

집권세력이 1년 2년 지나면서 언론은 그 동안의 국정운영을 평가하고 앞으로를 전망하며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집권 3주년, 2011년 이명박 정부 집권 3주년 때도 언론은 각각 지난 3년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그리고 올해도 언론은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향후 2년의 전망을 내다보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세 정부 모두 집권 3주년 때 언론으로부터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는데 있다. 바로 소통 문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권이든, 어느 언론이든 비슷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세 정부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다른 점이 많다. 언론사 별로 다르고 같은 언론이라도 누가 집권했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렸다.

미디어오늘은 집권 3주년 시기인 2006년 2월, 2011년 2월, 2016년 2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의 기사를 분석했다. 올해의 경우 25일 까지를 기준으로 했다. 대체로 언론은 집권 몇 주년 평가 기사를 일주일~3일 전까지는 내놓는데 비해, 올해의 경우 4개 일간지 중 한겨레 만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3년 평가를 진행 중이다.

대통령의 소통방식 양방향→단방향→무방향

세 정부의 집권 3년차 보도를 분석해보면, 각 대통령이 언론을 대하는 특징에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다. 시대가 지날수록 대통령과 언론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월18일 신년 기자회견을 한 데 이어 취임 3주년인 2월26일에는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갔다. 아울러 국민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언론과의 접촉이 넓었다. 집권 3주년을 맞아 중앙일보는 청와대 수석들과 중앙일보 관계자들의 3대3대담을 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김영주 경제정책수석, 김용익 사회정책수석이 참가했다. 당시 중앙일보에서는 박태욱 논설위원실장, 김정수 경제연구소장, 김교준 정치에디터가 참가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왼쪽부터) ⓒ 연합뉴스
노무현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집권 4년차 핵심과제로 꼽았는데,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양극화 현상을 진단하는 기획 연재물을 내놓았다가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대자보 정치하냐”고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즉 노무현 정부는 소통에 비판을 받았지만 소통을 안 한다란 비판 보다는 보수세력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우 소통 부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금이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동아일보는 “우리도 선진국의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없이 기자들과 날선 문답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보고 싶다”고 호소한 적이 있다.(2011년 2월2일 사설 ‘“개헌 늦지 않다”는 대통령 발언, 현실감 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도 불통을 의식해서인지 2011년 2월20일 출입기자단과 산행을 한다. 하지만 이때도 질문 개수를 제한하고 스스로 불을 지핀 개헌논란에 대한 질문에 “등산 갔다 와서 그런 딱딱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분위기에 안 맞다”라고 피해갔다. 동아일보는 이때도 사설(2011년 2월21일 ‘MB 3주년 기자간담회의 문답 4개)을 통해 “우리 국민은 이 대통령이 선진국의 대통령이나 총리처럼 손드는 기자들을 무작위로 지명하고 당당히 답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아 ‘대통령과의 대화, 2011대한민국은’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이 자리에는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수진 SBS 앵커만이 참여했다.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는 결이 다른 소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체로 일방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피력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소통이 아예 없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은 볼 수 없다. 놀라운 것은 이젠 언론에서도 특별히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청와대 참모진이 인용된 청와대 기사들이 나왔다. ‘창성동 특별팀’으로 불리던 특보단과 관련된 내용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이후 수석들의 정례브리핑 정도만이 유일한 청와대와 기자단 사이의 소통창구가 된 것으로 보인다.

‘정책 검증’은 여론조사로 바뀌고

집권 3년차를 정리하는 기획기사를 살펴보면, 역시 세 정부 간 언론보도의 차이는 크다. 일단 박근혜 정부의 경우, 동아일보는 25일 ‘내우외환’으로 지난 3년을 평가했다. 북한 문제 등 외교적 상황과 국회입법이 마비 등 현 상황의 탓을 외부로 돌린 것이다. 2면에는 향후 2년에 대한 전문가 제언이 들어갔고, 다만 사설에서 가계부채 문제를 들어 박근혜 정부를 질타했다.

 

2016년 2월25일자.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25일 지난 3년 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를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초강수의 결단을 이어왔다. 원칙과 명분을 앞세운 특유의 위기 돌파 방식”을 칭찬하며 “3년 간 요동쳤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박 대통령이 초강수를 둘 때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었고 기업 구조조정을 과제로 들었다. 조선일보는 25일 까지 이렇다 할 3년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집권 3년차에 대한 세밀한 검증에 들어갔는데 22일 외교안보 분야에 이어 23일 경제분야에 대한 시리즈 검증을 하고 있다. 한겨레의 3년 평가 머리기사는 22일 ‘결딴난 균형외교…한국, 미‧일동맹 ‘하위 파트너’ 전락’이고, 23일 ‘“민생지수 계속 악화…경제활성화도 경제민주화도 실패”’다. 24일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박 대통령이 지난 3년 동안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얘기를 했는지 보도했다.

 

2016년 2월24일자. 한겨레.
이명박 정부의 경우, 한겨레는 2011년 2월21일 ‘민생무능’의 주제로 집권 3년을 평가했다. ‘민생경제 ‘연쇄부도’…헛말 된 ‘경제대통령’’의 큰 주제로 구제역 총체적 부실대처, 물가관리 실패, 일자리, 자영업자 문제, 부동산 정책, 가계부채 증가로 나눠 분석했다. 다음날에도 ‘최악의 인사’를 주제로 이명박 정부 3년을 평가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그해 2월19일 6면 한 면만 할애해 이명박 정부 3년 평가를 했다. 기사의 제목은 ‘‘경제’로 내달린 3년, ‘정치’가 남은 2년…’, 대체로 경제지수만 그래프로 나열하고 기사는 원고지 5~6매 정도로 짧았는데 평가는 호의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가 가장 빼어난 실적을 남긴 분야는 경제다. 이 대통령은 CEO 출신답게 임기 첫 해 닥친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금융위기를 넘어선 나라 중 하나로 평가된다”고 했고 다만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정치의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3년 간 끊임없이 제기돼온 소통의 문제는 이 정권이 풀지 못한 해묵은 숙제다”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안국포럼 인사들의 3년 평가가 밑에 들어갔고, 소설가 복거일씨의 평가가 하단에 배치됐다. 그리고 사설에서도 이명박 정부를 높이 평가(“위기 속에서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했고 앞으로 2년을 조언(“그러나 어떤 정권도 임기가 흐를수록 힘은 떨어지고, 이런저런 질병이 찾아온다”)하는 수준에 그쳤다.

 

2011년 2월19일자.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여론조사로 대체했다. 동아일보는 전문가 여론조사와 국민 여론조사를 병행했고, 중앙일보는 2면에 작은 크기의 여론조사로 3년 평가를 대체했다. 동아일보의 여론조사 기사 머리기사는 ‘G20-FTA 성과 4.4 ‘최고점수’…서민생활 안정 2.3 ‘최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4년차, 언론의 표정은 전혀 다르다. 한겨레의 경우 2006년 2월13일부터 노무현 정부 3주년 진단과 해법을 모색하는 기획시리즈를 냈는데, 1부만 12회에 달하는 대형 기획이었다.

조선일보는 2006년 2월20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노무현 정부 정책 전반을 평가했다. 20일에는 정치‧외교‧경제‧분배라는 노무현 정부의 4대 비전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묻고 점수로 수치화하기도 했다. 21일에는 남은 2년에 대한 전망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 때 안국포럼 인사들의 말을 빌려 평가했지만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들이 사회 곳곳을 장악하고 포진했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사설에서의 평가는 인색하다. 조선일보는 21일 사설 ‘노무현 정부 3년 성적표, 뿌린 대로 거뒀다’에서 “사사건건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갈라 싸움을 붙이고 그 전투 에너지로 국정을 운영하려 했으니”, “청와대 관계자들은 ‘뭐가 잘못됐다는 거냐’, ‘관성적인 비판’이라는 반응이다. (중략) 청와대만 그 결과를 인정 못하겠다니 바로 그런 아집 때문에 2주년 때나 3주년 때나 똑같은 과목에 똑같은 낙제 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06년 2월14일자.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공약 150개를 뽑아 점검했다. 2006년 2월14일 동아일보는 ‘노 정부 3년, 핵심공약 150개 어떻게 돼가나’ 기사를 통해 “2002년 대선 당시 내걸었던 150개 핵심 공약 중 임기 3년이 지난 2006년 2월 현재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공약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때나 박근혜 정부 4년차 때 볼 수 없는 기획이다. 2월16일에는 한미관계에 초점을 맞춰 3년을 평가했고 18일에는 비서실-정부의 잦은 직제변화를 꼬집었다. 2월2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직계 인사들이 청와대와 중앙부처 1급 이상 공직자만 320명 중 35명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청와대 참모진들과 합동 좌담을 했으며, 2월25일에는 김영삼, 김대중 두 정부와 비교해 4년차 이후 청와대의 국정운영 방향과 유의점을 분석했다. 이런 변화를 감안했을 때, 박근혜 정부 3년차에 대한 평가도 여론조사로 이뤄지지 않을까?

‘코드인사’는 특별팀으로

그렇다면 집권 3년차 기획기사가 아닌 일반 기사 속 각 정부의 모습은 어땠을까? 노무현 정부 때는 다들 인식하다시피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형국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언론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

조선일보는 2006년 2월27일 사설 ‘정치철학보다 민생에 관심 갖는 대통령 되길’에서 “대통령 이야기에 동원된 용어, 개념, 논리 등은 웬만한 사람으로선 밑줄을 치며 읽어도 명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략) 대통령이 일하고 남는 시간에 혼자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가다듬고 수양하는 것은 훌륭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의하고 주입교육시키려 드는 건 조금 생각해 볼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말을 어렵게 한다고 비판한 것이다.

 

2006년 2월17일자. 조선일보.
노무현 대통령이 과거 수석보좌관들과 만나 “요즘 제일 해보고 싶은 것이 야당”이라고 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것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조선일보는 그해 2월17일 사설 ‘“제일 해보고 싶은게 야당”이라는 대통령’에서 “이 정권은 임기 반환점을 돌자 벌써 국정을 책임지기가 부담스러운지 ‘야당 해보고 싶다’느니 ‘남을 비판해보고 싶다’느니 하는 퇴행성 투정을 부리고 있다. 남이 할 때는 만만해보이더니 막상 내가 맡고 보니 되는 일은 없고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는 심정인 모양이다”라고 했다.

 

청와대가 연재한 양극화 기획에 박정희 정권의 경제성장 정책 얘기가 담긴 것도 불만인 듯 했다. 조선일보는 2월23일 사설 ‘양극화 선동 위해 사실까지 왜곡하나’에서 “‘양극화 선동’에 정신이 팔린 이 정권은 역사적 사실조차 입맛대로 꿰맞춰가며 30~40년 전 정권에게까지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툭 하면 노무현 정권을 거론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하지 않은 비판이다.

동아일보는 단어가 훨씬 격정적이다. 증세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말을 바꾼 때가 있었는데 노 대통령이 비판받을 지점이 있지만 동아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역시 믿을게 아니었다”라고 냉소한다. 장관 청문회 이후 한나라당이 임명을 반대하는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다며 “민심을 거슬러 역주행하겠다는 권력의 자폐증상”이라고 표현했다.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보기 어렵던 비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중략) 5명의 (장관)내정자에게 임명장을 주었다. 그러면서 ‘검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청문회를 제안했던 것인데 정쟁의 기회로 변질돼 아쉽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흠들을 정쟁이란 말로 덮으려는 역시 ‘노 대통령 다운’ 발언으로 들린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언론이 노무현 정부에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코드’다. 인사를 돌려막고 측근만 기용한다는 비판인데, 이는 노무현 정부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도 비슷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새 수행비서에 안국포럼 출신의 김재윤 행정관을 임명했지만 동아일보는 그냥 ‘그랬다’고 보도했다. ‘코드’, ‘회전문’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2011년 2월11일자. 동아일보.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진과 별도로 특보단을 구성해 창성동 사무실에서 일종의 별동대를 가동했을 때도 언론은 ‘그냥 그랬다더라’였다. 동아일보는 2011년 2월11일 ‘청 밖의 청 ‘창성동 별동대’를 아시나요?’기사에서 “청와대 정문에서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방향으로 500m 지점에 있는 5층 짜리 옅은 노란색 건물 주변은 요즘 들어 부쩍 크고 작은 차량이 부산하게 들고 난다. (중략) 이명박 정권의 몇몇 핵심 인사들이 올 초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도 2월23일 ‘창성동 특별팀 첫 소집 MB “수시로 들르겠다”’ 기사에서 “이 대통령의 이런 지시는 앞으로 대통령 조직과는 별개로 특보단의 도움을 공식적으로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특유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고 호평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이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행동 하나 말 하나 비판하며 조롱까지 거듭하던 일부 언론은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충실한 조언자 역할을 했다. 소통문제, 구제역 대책 미흡 부분에 대해, 원세훈의 국정원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를 침입하는 국제범죄를 일으켰을 때 정도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물었다.(조선일보 2월22일 사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노하우가 전혀 없는 지방행정가에게 지휘봉을 맡겼을 때부터 예견됐던 사태”)

그 외에는 측근 비리가 일어나도 “정권의 나사가 풀려있으면 이 대통령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한 레임덕은 곧바로 시작될 것이다”(동아일보 2월18일자 사설)는 충고만, 물의를 일으키고 물러난 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이 과학기술위원장에 임명됐을 때도 별다른 말 없이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어떨까? 올 2월의 보도를 보면 이들 언론은 대통령을 가운데 놓고 주변 사람들 드잡이에 나선 모습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라는 대외적 변수가 있긴 하지만 유독 집권 4년차에 접어듬에도 대북‧대외관계나 경제 위기의 책임을 야당과 참모들에게만 돌리고 있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서명운동 정치에 나섰을 때도 동아일보는 ‘비박에 ‘살아오라’는 김무성, ‘권력자’ 비난하며 따라하나’라며 조선일보는 ‘김무성, 당 대표 포기하고 계파 보스 자처하는건가’라며 여당 대표를 혼을 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의 생일인 2월3일 축하난을 보냈지만 이를 청와대가 거절하자 동아일보는 사설 제목을 ‘용렬한 ‘대통령 생일난’ 거절, 그런 정무수석이면 경질하라’로 뽑으며 정무수석을 앞세웠다.

 

▲ 2016년 2월3일자. 조선일보.
더불어민주당의 인재영입에 대해 조선일보는 ‘더민주, 원한 가진 사람들 모아 뭐하자는 건가’라고 화를 내고, 동아일보는 ‘더민주, 쟁점법안 뭉개면서 정권 책임 묻겠다는 건가’라며 경제위기의 책임을 야당에 돌렸다. 대통령을 겨냥한 사설들의 경우 대체로 “야당을 설득하라, 소통에 나서라”는 듣기 좋은 훈수 정도다.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불러 법안처리를 닦달하고 다른 법안과 연계하라고 지시했다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말이 하루만에 오락가락 한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축하난을 거절했다면? 언론은 결코 점잖게 ‘훈수’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조롱과 저주가 아닌 권력자를 상대로 비판을 퍼붓는 것이 언론의 기능에서도 맞다. 언론은 2016년보다 2006년에 훨씬 언론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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