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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강풍’에 전국에 사건사고···‘폭탄 저기압’ 때문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6/05/04 11:10
  • 수정일
    2016/05/04 11:1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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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강풍’에 전국에 사건사고···‘폭탄 저기압’ 때문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4일 오전 7시 52분쯤 강원 강릉시 포남동 도로변에 조립식 건물 지붕이 강풍에 날아와 도로를 막자 119구조대원들이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강릉소방서 제공

4일 오전 7시 52분쯤 강원 강릉시 포남동 도로변에 조립식 건물 지붕이 강풍에 날아와 도로를 막자 119구조대원들이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강릉소방서 제공

3일까지 거세게 내리던 비가 그쳤지만 4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바람이 여전히 매우 강하게 불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 현재 강원도 강릉, 동해, 속초 등과 산간 지방, 울릉도, 독도에는 강풍 경보가 발효돼 있다. 서울, 경기도, 인천, 경북, 대구, 충북 등에도 강풍 주의보가 내려졌다.

오전 9시 기준 전국 주요 지점 일 최대 순간풍속은 미시령(고성) 45.7m/s, 청하(포항) 31.7m/s, 백령 27.3m/s, 강현(양양) 25.1m/s, 장호원(이천) 23.1m/s, 음성 22.8m/s다.
 

■비행기 항로변경에 축대 붕괴, 정전까지

 

이틀째 전국적으로 강풍이 몰아치면서 사건사고가 빈발했다. 비행기가 비상착륙했고 축대가 무너진 곳도 있었다. 강풍으로 정전이 돼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일 오후 7시30분쯤 대구공항에 티웨이항공 TW718편 여객기가 비상 착륙했다. 이 비행기는 승객 189명을 태우고 당초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늦은 오후 6시40분쯤 제주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던 중이었으나 강풍 때문에 항로를 변경했다. 항공사 측은 전세버스와 열차 편으로 승객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송했으나 일부 승객은 불편을 호소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4일 새벽에는 강풍으로 과천봉담간고속화도로에서 축대벽이 무너져 지나가던 차량이 전복됐다. 이날 오전 0시20분쯤 경기도 의왕시 이동 과천봉담간고속화도로 서울 방향 신부곡 IC 부근에서 시멘트 축대벽(총 높이 30m 중 2m)이 무너져 ㄱ씨의 포르테 차량이 낙석을 들이받고 전복돼 운전자 ㄱ씨가 다쳤다. 뒤따르던 i30 운전자 ㄴ씨는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2차 사고를 막으려 차에서 내렸다가 지나가던 택시가 밟고 튕긴 낙석에 다리를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모두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다.

경찰은 사고 직후 굴착기를 동원해 낙석을 모두 제거했지만,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전체 3차로 가운데 PE 드럼방호벽과 LED 펜스를 설치하는 등 2∼3차로를 통제하고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교통 통제로 도로가 좁아진 탓에 낙석이 떨어진 지점으로부터 100m 뒤떨어진 곳에서 차량 추돌사고가 발생했으나 별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내린 비와 강풍으로 산 절개지가 무너져내리면서 축대벽을 건드린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피해 상황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2시쯤 강원 태백시 통동에서 강풍에 의해 전깃줄이 끊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태백소방서 제공

4일 오전 2시쯤 강원 태백시 통동에서 강풍에 의해 전깃줄이 끊어지면서 주차된 차량이 불에 타고 있다. /태백소방서 제공

3일 오후에는 강풍으로 아파트 전기 공급이 끊겼다. 이날 오후 10시30분쯤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강풍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다가 30여분만에 복구됐다. 이 사고로 주민 1명이 20여분간 승강기에 갇혀있다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아파트 700여가구도 불편을 겪었다.

조사결과 강풍을 타고 온 나뭇잎 등 이물질이 아파트 단지 전기시설에 끼면서 전기 차단기가 작동해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전력 인천본부 관계자는 “전기공급시설 고장이 아니라 바람으로 인해 전기시설 전원이 차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오전 3시40분쯤 경북 경주시 천북면 동산리 도로 가에 세워진 전신주 1개가 쓰러졌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변압기 파손으로 이 일대 전기 공급이 끊겼다. 또 사고 여파로 다른 전신주 2개도 피해가 났다.

한전은 강풍으로 전신주가 쓰러진 것으로 보고 주변 통행을 차단한 뒤 복구하고 있다.
 

■강풍 원인은 ‘폭탄 저기압’
 

3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의 고양꽃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의 우산이 강풍에 뒤집히고 있다./ 연합뉴스

3일 경기도 고양시 호수공원의 고양꽃박람회장을 찾은 관람객의 우산이 강풍에 뒤집히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같은 강풍은 급격히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 때문이다. 3일에는 하루에 중심 기압이 24hPa이상 떨어져 ‘폭탄 저기압’이라는 말이 붙기도 했다.

봄철이나 초겨울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대륙의 동안지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탄 저기압’은 저기압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

저기압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대류가 왕성해지면서 만들어진다. 봄철에는 아직 차가운 공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따뜻한 공기가 유입되고, 초겨울에는 아직 따뜻한 공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찬 공기가 유입돼 대류 현상이 활발하다.

대륙의 동안 지역은 따뜻한 공기를 쉽게 공급해주는 해안을 끼고 있어 이같은 저기압이 생기기 더 쉽다.

이번에는 일본 부근에 강하게 형성된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한반도 북쪽의 저기압과 남쪽의 고기압 간 큰 기압차이 때문에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 강한 남풍을 발생시켰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기압 경도가 커져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다”며 “일본 부근의 발달한 고기압능은 저기압의 진행을 더디게 해 바람의 강도와 지속시간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강한 저기압이 한반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이날 낮부터는 강풍이 사그라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강원도영동과 경북북부는 밤까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고, 그 밖의 중부지방과 경상북도에는 매우 강하게 불다가 낮부터 점차 약해지겠다”며 “시설물과 농작물 등이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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