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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증식 황새·따오기, 준비 안된 자연 복귀

인공증식 황새·따오기, 준비 안된 자연 복귀

조홍섭 2016. 10. 05
조회수 572 추천수 0
 
지난해 9월 예산 15마리 풀어놨는데
1년만에 감전사 등으로 3마리 죽어
 
절반은 방사지 주변 머물고
나머진 서해안 중심으로 남북 오가
 
먹이 많고 친환경농업 등 필요한데
지자체와 주민 아무런 대책 없어
 
정부당국 예산 지원 끊어
인공번식지 황새 번식조차 중단
 
검증된 서식지인 김해 봉하마을도
절대농지 해제 등 개발 움직임
 
171마리 있는 창녕복원센터 따오기도
내년 9월 방사 앞두고 같은 운명

 

na1.jpg» 지난해 9월3일 방사된 황새들이 충남 예산 황새공원에서 평화롭게 날고 있다. 황새가 자연에 오롯이 복원되려면 정부와 지자체, 시민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황새공원
 
황새를 자연에 풀어놓은 지 1년이 지났다. 내년 이맘때엔 따오기도 방사할 예정이다. 남획과 환경 파괴로 이 땅에서 사라진 이들을 사람이 사는 농촌에 복귀시키는 일은 국립공원 안에 반달가슴곰과 산양, 여우를 방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복귀에 성공한다면 야생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삶터를 만드는 셈이지만 난관도 적지 않다.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은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에서 8마리를 시작으로 5월31일 2마리, 7월18일 4마리 등 모두 15마리의 인공증식한 황새를 자연에 풀어놓았다. 
 
na2.jpg» 지난해 자연에 풀어놓은 민황이와 만황이가 5월 예산 인공둥지에서 번식에 성공했다. 그러나 암컷 민황이는 1일 감전사했다. 예산황새공원
 
지난 5월 방사한 황새 부부가 짝짓기해 새끼 2마리를 얻기도 했지만 사고가 잇따라 3마리를 잃었다. 1일 첫 자연번식에 성공한 암컷인 민황이가 방사지인 예산에서 전선에 걸려 감전사했다. 
 
비슷한 사고가 8월7일에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중국으로 향하다 폭풍에 휩쓸려 오키나와 가까운 오키노에라부 섬에까지 밀려가 폐사하는 일도 벌어졌다.
 
na3.jpg» 위성추적 중인 방사 황새 13마리의 9월29일 위치. 예산을 중심으로 서해안을 남북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황새생태연구원.
 
방사한 황새의 등에는 소형 위성추적장치가 부착돼 있다. 그 기록을 보면 9월29일 현재 방사 지점인 예산에 6마리, 충남 당진·서산 4마리, 충남 태안 1마리, 경기 안성 1마리, 전북 임실 1마리 등이 있다. 방사지를 중심으로 다수가 머물고 있지만 어린 개체는 꽤 먼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3월 중순엔 3년생 수컷 황새가 북한 황해남도 연백평야까지 가 열흘쯤 머물다 오기도 했다.
 
박시룡 교수(황새생태연구원장)는 “현재까지 방사한 황사의 절반가량만 예산에 머물고 나머지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전남에서 경남을 거쳐 일본 서식지로 이동하는 개체가 나타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황새 교류해야 멸종 피해
 
05391720_P_0.JPG» 지난해 9월3일 충남 예산군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8마리를 자연으로 풀어놓는 모습. 한국과 일본의 황새 집단이 살아남으려면 동북아 차원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황새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과 중국 동북부가 주된 서식지였고 벼 재배가 시작된 한반도와 일본으로 퍼져나갔다. 개체수가 적은 한반도와 일본 황새가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동북아 황새의 교류가 필수적이다. 한반도 황새가 멸종하자 때를 같이해 일본 황새도 멸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에는 2005년 효고현 도요오카시에 처음 방사한 이래 약 90마리의 황새가 살고 있다. 2014년엔 일본에서 방사한 황새 2세인 ‘봉순이’가 경남 김해시 화포천 습지에 찾아오는 등 3마리의 어린 황새가 김해, 울산, 제주 등을 찾아 옛 교류의 물꼬를 트고 있다.
 
9월28일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경남 창녕군에서 연 환경포럼에 참석한 일본의 ‘황새 전문기자’ 마쓰다 사토시 <요미우리신문> 기자는 “방사한 황새 개체수가 늘면서 도요오카시를 넘어 후쿠이현의 에치젠시, 도쿄 근교인 지바현 노다시로 퍼졌다”며 “노다시는 주변 30개 읍·면·동이 함께 황새의 야생복귀를 추진하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황새 복귀와 함께 농민은 경제적 이득을 얻고 시민은 하천 정비나 홍수 대책을 세울 때도 생태를 배려한 공사를 하는 등 황새와 공존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방사 ‘봉순이’ 3년 전부터 찾아와
 
03912914_P_0.JPG» 나무로 만든 가짜 알을 품고 있는 황새생태연구원의 황새 부부. 정부의 예산 지원이 부족해 자연 방사를 확대하지 못해 취한 불가피한 조처로 2011년에 이어 올해에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황새복원센터
 
이처럼 방사한 황새는 장거리 이동을 하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지역에서 황새와 공존할 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박 교수는 “황새가 살려면 먹이 자원이 아주 풍부해야 하고 이를 위해 친환경농업 등 지자체와 주민이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하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황새의 번식 중단 사태는 그런 단적인 예다. 황새생태연구원이 4월부터 황새의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수정란을 모두 가짜 알로 바꿔치기하고 있다. 연구원은 애초 첫 방사지인 예산을 ‘윗마을’로 삼고 여기서 퍼진 황새가 두 달 이상 머무는 곳을 다음 단계 황새 방사지로 정해 한반도의 적정 서식 규모인 50쌍으로 야생 황새를 늘려가자는 ‘황새 아랫마을 사업’을 구상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방사한 황새의 야생적응 상태를 4~5년간 본 뒤 결정하자”며 이 사업에 대한 예산 지원을 거부해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지원 없이 해당 지자체가 번식장을 짓고 주변 농지의 유기농 전환과 인공습지 조성, 관리인력 확충 등에 나서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박 교수는 “교원대 번식장이 포화 상태인데다 4~5년이면 황새의 생식능력이 떨어지는데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자체장의 호응과 주민 참여에 기댈 수밖에 없어 막막하다”고 말했다.
 
na4.jpg»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전경.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해제 대상에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경지정리가 돼 있고 수리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상태이다. 조홍섭 기자
 
정부가 지원은커녕 이미 황새가 도래할 여건을 갖춘 곳조차 흔들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들판은 3년 전부터 ‘봉순이’가 찾아오는 검증된 황새 서식지다. 장차 국내에서 방사한 황새가 자리잡을 유력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하나로 농업진흥지역(옛 절대농지) 해제 대상에 이곳을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호 ㈜봉하마을 대표는 “9년 동안 친환경농업으로 흙과 습지가 살아나 먹이가 풍부해지면서 황새가 오게 됐다”며 “이곳이 개발된다면 먹이터가 사라져 봉순이는 물론 화포천 습지를 찾는 수많은 철새가 더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05199348_P_0.JPG» 화포천 습지에서 뱀장어를 사냥하는 봉순이의 모습. 도연 스님
 
중국에서 두 차례 두 쌍 들여와 증식
 
황새와 함께 동요에도 나오는 친근한 새인 따오기도 내년이면 자연에서 볼 수 있게 된다. 1979년 비무장지대에서 관찰된 한 마리를 끝으로 사라졌지만 중국에서 2008년과 2013년 1쌍씩 도입한 개체를 증식해 현재 경남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에서 171마리를 기르고 있다. 
 
올해 태어난 새끼만 77마리에 이르는 등 최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복원센터는 따오기 약 20마리를 야생적응 방사장으로 옮겨 논과 습지에서 먹이를 찾는 훈련을 한 뒤 내년 9월께 자연에 날아가도록 할 계획이다. 4일부터는 복원센터의 따오기를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자연 방사를 앞두고 따오기가 사람에게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관련 기사‘멸종 위기’ 따오기,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다).
 
512.jpg» 4일 일반에 처음 공개한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 복원센터의 따오기들. 최상원 기자
 
그렇지만 풀어놓을 따오기가 잘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오기 서식지는 미꾸라지 등 먹이가 풍부한 친환경농업을 하는 논습지가 있고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서식지 조성은 창녕군 안에도 충분치 않다. 김천일 창녕우포늪 생태관광협회장은 “우포늪 일대는 벼를 거둔 뒤 이모작으로 심는 양파와 마늘이 주 소득원인데 농약을 치지 않고 이들을 재배할 수가 없다”며 “생존이 달려 있는데 친환경농업을 강요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05262767_P_0.JPG» 따오기의 인공증식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들이 자연에 무사히 돌아가려면 먼저 갖춰야 할 일이 많다. 우포 따오기 복원 센터
 
풀어놓은 따오기가 우포를 벗어나 멀리 날아갈 때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자연 방사한 따오기는 중국에서는 방사한 곳으로부터 10㎞ 안에 머물렀지만 일본에선 300㎞를 날아가기도 했다. 
 
김성진 따오기복원센터 박사는 “애초 창녕군 관내에서 서식한다는 가정에서 사업을 했기 때문에 창녕군 밖으로 나간 따오기는 다시 수거해 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업비의 일부만 지원할 뿐 중앙정부나 도가 따오기 복원에 손 놓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은 “따오기의 서식 여건이 적합한지 조사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자연 방사를 서두르면 안 된다”며 “환경부 등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조류 전문가의 참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창녕/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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