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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입력 : 2017.08.02 06:00:01 수정 : 2017.08.02 06:01:01
북한이 지난달 28일 밤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한·미 양국 군의 대비태세를 미리 알고 허를 찔렀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당초 한·미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자강도 무평리에서 ICBM급을 발사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에 따라 북이 미사일을 쏘는 순간 바로 맞대응해 한·미 양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앞당겨 ICBM을 발사하는 바람에 한·미 양국 군의 대북 경고성 미사일 발사는 6시간 이후에야 이뤄졌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 후 한·미 합참 간에 조율과정을 거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미는 북 ICBM 발사 징후와 장소는 정확히 예측했으나, 발사 시간은 놓친 꼴이 됐다.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해 한·미 양국 군은 지난달 29일 오전 5시 45분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사격에는 한국군의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 현무-2A와 미 8군의 전술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원됐다. 에이태킴스 1발은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지난 달) 26일 이전에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부분을 발표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가 북한의 동향을 낱낱이 보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았을 경우 북한의 정보 방어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가급적 우리가 사전에 알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노출됐다는 것을 알고 한밤중에 발사 시간을 정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양국 군의 미사일 발사 맞대응 조치를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맞대응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발사지역 해역에 항행경보령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코너에 가면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항행경보를 내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해 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 연합군의 대응 사격 시점을 알고, 이 시간대를 피해 한밤중에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립해양조사원은 합참 화력과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26~30일까지 오전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해에서 거진항 동남방 아래 지점을 순차 연결한 해역을 항행경보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이전에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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