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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0
    내가 살림을 좋아한다고?(11)
    너나나나
  2. 2006/10/20
    요리의 원리(5)
    너나나나

내가 살림을 좋아한다고?

육아 휴직 5개월째.

 

가만히 보니까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크게 오해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현숙아, 넌 좋겠다~남편이 살림하는 것도 좋아하고, 애도 그렇게 이뻐하고..

하여튼 재수도 좋아~~"

 

4천만 인구 전체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선생님도 억울하고

저도 억울합니다.

 

"상구가 살림 좋아해서 하는 거 아냐..애도 안 좋아해..."

 

주선생님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열심히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합니다.

 

요새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하나는 살림 안 하는 것

또 하나는 애 안 키우고, 남이 키워주면 그냥 이뻐만 하는 것.

 

살림이나 육아를

제가 안 하면 주선생님 혼자서 해야 합니다.

주선생님이 안 하면 제가 혼자 해야 합니다.

 

물론, 주선생님이 여자니까 혼자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상에 그것처럼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고 뻔뻔한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주선생님은 그런 남자랑 안 살 겁니다.

 

주선생님이 못할 상황이면 저 혼자 해야 하는데

지난 5개월 간은 어느 정도는 그랬습니다.

 

근데 이것도 인생 전체 중에서 아주 특별한 기간이니까 이런 겁니다.

주선생님은 미루 젖 먹이는 거랑, 몸 추스리는 데 전력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제가 하기로 역할 분담을 한 겁니다. 

 

그렇다고 주선생님이 편히 쉬었냐면 전혀 안 그렇습니다.

 

"아~어쩌란 말인가 흩어진 이 마음을~

아~어쩌란 말인가 이 아픈 가슴을~~~"

 

미루가 젖을 안 먹어서 젖이 점점 불자, 가슴이 또 뭉치는 지

주선생님이 미루 앞에서 부른 노래입니다.

 

모유수유를 둘러싼 실랑이는 오늘도 계속 됩니다.

 

게다가 주선생님은 안 그러기로 해 놓고

이미 진작부터 청소도 하고 식사준비도 도와줍니다.

 

 

어쨌건 우리는 토론해서

제가 육아를 맡기로 결정했습니다.

 

주선생님이 정당하게 제안했고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주선생님이 재수가 좋은 게 아니고

제가 살림이 좋은 게 아닙니다.

 

살림이 그렇게 신나고 좋은 거라면

남자들이 서로 하려고 달려들겁니다.

 

집에서 살림하는 전 세계 모든 여자들이

다 살림이 좋아서 하는 거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기회로

군인들한테 비디오 촬영 교육을 하러 갔답니다. 주선생님이 해준 이야기입니다.

 

거기서 한 장교가 여자강사한테 이랬답니다.

 

"아니, 가사노동이 뭐가 힘들다고 그럽니까? 그거 여자들 취미생활 비슷한 거 아니예요? "

 

가사노동은 취미가 아니고

육아는 재미가 아닙니다.

 

가사노동이나 육아는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얼마간은 여자와 남자가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전 그냥 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숙아, 너 언제까지 산모 할 거야?"

 

육아휴직 3개월차에 물어봤습니다.

 

"음.....6개월까지"

"6개월까지? 알았어.."

 

6개월 지나면 가사노동 및 육아에 대한 역할을

다시 조정할 겁니다.

 

인제 1달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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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원리

뭐든지 원리를 깨달으면

일이 쉽습니다.

 

애들한테 공부하라고 괴롭힐 때에도

원리를 깨달으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 말 자체는 맞는 말입니다.

 

요리에도 원리가 있습니다.

 

부엌에 붙어서 5개월을 지내다 보니

그 원리가 눈에 보입니다.

 

집집마다 요리법이 다르지만

저는 대충 아래 원리에 따라 합니다.

 

 

1. 제1원리-주재료 선정

 

일단 주재료를 고릅니다.

주재료가 음식이름을 결정합니다. 

 

콩나물을 주재료로 쓰면 콩나물 국, 콩나물 무침처럼

재료 이름이 음식 이름이 된다는 겁니다.

 

"돼지고기 사다 놓은 거 있으니까 기다려, 맛있는 거 해주께"

이래놓고는, "오징어 볶음 다됐어..먹어봐~" 라고 하면

기다리던 사람 마음 상합니다.

 

써 놓고 나니까 하나마나한 얘기입니다.

 

 

2. 제2 원리-마늘, 소금, 파

 

예전에 주선생님이 아는 후배가

주선생님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장 보러 가서 마늘은 뭐할려고 사는데요?"

 

이런 경우엔

요리의 '요'자도 모른다는 말 말고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마늘은 삼겹살 사 먹을 때

된장 찍어 먹는 걸로만 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늘, 파, 소금은

한국 요리계의 국어, 영어, 수학입니다.

어디든 절대 안 빠집니다. 소금 대신 간장, 새우젓 같은 걸 넣을 때도 있습니다.

 

미역국 할 때 파 안 넣는 걸 빼면

국을 끓이든, 나물을 무치든, 볶음 요리를 하든

아니면 조림을 하든 무조건 세가지는 들어갑니다.

 

 

3. 제3원리-조리법에 따른 구분

 

국, 무침, 볶음, 조림 등은

요리의 방법에 따른 구분입니다.

대충 들어가는 건 비슷하고 조리법은 다릅니다.

 

조리법에 따라

넣어야 하는 재료가 조금 더 첨가됩니다.

 

국을 할 때는 국물 낼 때 멸치가 첨가 됩니다. 

거기다 주재료를 넣고, 마늘 넣습니다.

소금으로 간 하고, 파 넣습니다.

그럼 끝입니다.

 

콩나물 국은 콩나물 넣고 이 방법대로 하면 되고

감자국도 똑같습니다. 더 복잡한 건 안 하면 됩니다.

 

무침은 시금치든 콩나물이든 뭐든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에

마늘이랑 파 다진 거 넣고, 소금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무쳐주면 됩니다.

 

여기선 고추가루, 깨소금, 참기름 같은 게 첨가됩니다.

 

볶음, 조림도 마찬가지입니다.

호박나물볶음은 후라이팬에다가

마늘 볶고, 호박나물 넣어 볶고, 소금을 넣습니다. 새우젓을 넣으면 고급요리로 변신합니다.

 

갈치조림은 얇게 썬 무우나 감자가 첨가됩니다.

고기가 들어가는 거니까 맛술을 좀 넣습니다. 고추장, 고춧가루도 넣습니다.

거기다 마늘, 소금, 파, 간장으로 양념장 해서

갈치 위에 얹고 물 자작자작하게 넣은 다음

냅다 끓이면 됩니다.

 

 

4. 제4원리-기타 유의점

 

몇 가지 알아둬야 할 건 이런 것들입니다.

 

소금으로 간을 하면 짜거나 싱겁거나인데

간장으로 하면 장 고유의 풍미가 납니다.

조선간장은 짜서 조금만 넣어도 되고, 왜간장은 덜 짜서 많이 넣어도 되지만 국색깔이 까맣게 됩니다. 요새는 조선간장을 국간장이라고 해서 팝니다.

 

고추장이나 고추가루 넣을 때는 설탕이나 싫으면 요리당 같은 걸 넣어야 합니다.

그걸 안 넣으면 요리가 그냥 맵습니다.

넣으면 요리가 맛있게 맵습니다.

 

볶음 요리나 무침, 조림 같은 건

마지막에 대충 참기름 좀 뿌리고, 깨소금 좀 치면

죽어도 못 먹을 맛에서는 벗어 납니다.

 

불조절도 음식에 따라 적당히 잘 해야 합니다.

오징어 볶음은 센 불에 잠깐만 볶아야 하고

제육볶음은 중불에 오래 할 수록 맛이 납니다.

 

재료 고유의 특징이 있는 게 있습니다.

콩나물국은 12분 정도 끓이기 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 납니다.

시금치는 뜨거운 물에 넣다 바로 빼야지 안 그러면 흐물흐물해집니다.

양파를 넣으면 단 맛이 납니다.

 

고기재료의 경우 냄새 빼는 게 중요합니다.

마늘, 생강, 맛술, 청주는 그래서 사용합니다.

 

...

 

오늘 아침엔 새우국을 끓였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건데,

요리의 원리를 깨우친 이상 못할 게 없습니다.

 

새우, 호박 넣고 고추장 고추가루 풀고

손이 가는 대로 했습니다.

 

이제 요리는 머리가 아니라 손이 합니다.

실패했습니다.

 

긴급히 요리의 달인

주선생님이 투입돼서 맛을 바로 잡았습니다.

 

주선생님은 뭐든지 잘 먹습니다.

새우국도 맛있답니다.

"미루야~엄마가 새우젖 줄까? 조금만 기다려~"

 

열심히 국 속의 새우를 집어 먹습니다.

다 먹고 나서 바로 젖을 주려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미루는 엄마 젖을 조금 먹고 말았습니다.

새우젖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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