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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6
    우울한 하루(6)
    너나나나
  2. 2006/10/26
    놀이 매트 냄새 빼기(6)
    너나나나

우울한 하루

"상구, 있잖아...인제 일주일에 하루를 '상구day'로 정하는 건 어때?"

"그게 뭔데?"

"응...일주일에 하루 미루 안 보고 나가서 실컷 놀다 오는 거야..좋지?"

 

우린 목요일을

'상구day'로 정했습니다.

 

오늘은 제1회 상구day였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공식적인 휴가를 얻으니

날아갈 것 같습니다.

 

가끔 나갈 일이 있어도

항상 집일이 걱정 됐었는데

오늘은 그런 걱정 다 접고 실컷 놀아야겠다 맘먹었습니다.

 

바빠서 어제까지는 오늘 어딜 갈지 생각을 못하다가

오늘 아침 일어나서야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뭘 할까'

막상 고민을 하니

평일 낮에 불쑥 만날 사람도 없고

딱히 어딜 갈만 한 곳도 없습니다.

 

'에이..그냥 서점이나 가든가, 아니면 혼자 극장 가서 영화 봐야지...'

 

어쨌든 오늘은 아주 유쾌하게 시작했습니다.

 

원래 제 자유시간이 새벽 5~8시 사이인데

오늘만큼은 그 시간도 챙겨먹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소풍날엔 꼭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납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났습니다.

 

'음..오늘 하루는 정말 매우 알차겠군...'

생각하면서 그 새벽부터 책을 읽었습니다.

 

미루는 6시 30분에 일어나더니

안 잡니다.

 

주선생님과 교대로

9시 40분까지 놀아줬습니다.

아침부터 좀 힘듭니다.

 

12시.

점심을 먹고 드디어 외출입니다.

근데 피곤이 목도리가 되어 뒷목을 감싸고 있습니다.

괜히 미적거렸습니다. 바깥 날씨도 별로 좋은 것 같지 않았습니다.

 

혼자 생각했습니다.

'이런 날은 집에서 하루 푹 쉬고 잠이나 자는 게 제일 좋긴 한데...'

 

"상구, 어디 안가~?!"

 

"나? 갈데 많지..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렇게 멋지게 얘기해야 하는데,

갈 데는 생각 안 나고, 피곤은 더 엄습했습니다.

 

"어디 안가?"

 

계속해서 물어보는 주선생님을 쳐다보면서

저는 겨우 입을 뗐습니다.

 

"그냥 집에 있으면 안될까?"

 

"풋..."

 

"작은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쉬지, 뭐..."

 

마침 미루가 잘 시간이고 해서

옆에서 자장가를 불러줬습니다.

 

"정말 어디 안가? 미루는 내가 알아서 볼테니까 어디가서 영화라도 보고 와..."

 

아, 이젠 피곤이 공습을 합니다.

 

침대에 벌렁 누웠습니다.

 

"나 10분만 누워서 생각하고, 일어나서 나갈께..."

"그래, 그럼..."

 

그 짧은 순간에

정말 많은 꿈을 꿨습니다.

 

뭐하러 새벽 4시부터 일어나서 설쳤나 하는 생각을

자면서 계속 했습니다. 뒤척였습니다.

 

"상구, 상구~~!! 정말 안 나갈거야?"

"어? 어...나가야지..."

 

"지금까지 자면 어떡해..2시간도 훨씬 지났어.."

"장난하지만, 인제 정말 나갈거야.."

 

시계를 봤습니다. 오후 3시가 다 됐습니다.

외출마감 시간은 5시입니다.

지금이라도 나갈까 생각했지만, 그게 더 비참합니다.

 

"좀 깨우지..."

"너무 곤히 자더라구..."

 

짜증이 밀려 옵니다.

 

어느새 주선생님은 미루 기저귀를 갈다가 저를 부릅니다.

"상구~나 물티슈 좀..."

"왜 나 일 시켜~오늘 상구day인데..." 마지막 몸부림입니다.

 

"미안...공갈젖꼭지 좀 갖다줘..."

'오늘 상구 day란 말이야...' 이 말은 그냥 속으로 했습니다.

 

2회 상구day는 화려하게 보내리라 다짐합니다.

 

 

p.s

 

사실, 오늘 하루가 그냥 이렇게 끝날 수도 있었는데

 

로리님께서 저희 집에 오셔서

저의 초췌한 모습을 목격하시고, 또 안타까운 사연을 들으시더니

기꺼이 피자를 쏘시는 인류애를 발휘하셨습니다.

 

없는 살림에 3~4인분의 거대한 피자를 쾌척하신

로리님의 용단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하루, 그 마지막은 화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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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 매트 냄새 빼기

미루가

그냥 누워 있을 때에도

쿵쾅쿵쾅 발을 구르는 데다

 

인제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지금 깔아 놓은 요 가지고는 안될 것 같아서

 

놀이매트를 하나 샀습니다.

 

주선생님이 몇날 며칠 시장조사를 해서

큼지막하고, 아주 두꺼워서 안심이 되는

그런 걸로 골랐습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그날부터

매트가 빨리 오길 기다렸습니다.

 

"미루야 매트 오면, 그 위에서 마음껏 굴러라~"

 

주선생님은 매트 주문했다고

처제한테 전화로 얘기한 모양입니다.

 

"언니, 근데 있잖어...매트 있다고 안심하면 안돼..꼭 매트 밖에 나와서 넘어지거든.."

 

어쨌거나 우리는 기대가 컸습니다.

 

"이야~놀이매트 왔다~"

주선생님도 저도 아주 신이 났습니다.

 

박스를 풀고, 매트를 꺼냈습니다.

새 물건 특유의 냄새가 확 풍깁니다.

 

사용설명서에는

'매트에서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으나  2~3일 정도면 없어짐'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이거 베란다에 내놓을까?"

"그러자~ 2-3일이면 없어진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참으면 되겠네..."

 

제가 새가구 냄새, 새물건 냄새, 새집 냄새에 민감해서

뭐든지 새로 만든 물건이 많은 곳에 가면 컨디션이 확 나빠집니다.

 

미루가 절 닮았다면

이런 물건을 바로 쓰는 건

아주 안 좋을 겁니다.

 

오늘로

새 매트를 내놓은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베란다에 나가면

매트 냄새가 여전히 코를 찌릅니다.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한 일주일 내놓으면 될까?"

"2-3일이면 된댔는데..."

 

"2-3일이면 사람이 적응을 한단 얘기겠지..."

주선생님, 특유의 예리한 분석을 내놓습니다.

 

"오~호~그런가?"

 

"어때? 나의 정곡을 찌르는 분석들..."

 

하나 분석해놓고

분석'들'이랍니다.

 

"난 항상 이래~

여러분~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느닷없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한테 꾸벅꾸벅 인사를 합니다.

매트 냄새를 너무 많이 맡았나 봅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런 태도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예를 들어

비유하곤 했습니다.

 

속으로 그 비유를 되뇌었습니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라..."

 

어쨌든 빨리 냄새가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새 물건 냄새, 너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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