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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24
    날마다 초보(5)
    너나나나
  2. 2006/10/24
    밤새 뒤집다(5)
    너나나나

날마다 초보

열심히 육아의 기술을 익혀도

미루가 계속 새로운 걸 들고 나오기 때문에

항상 적응하기 급급합니다.

 

육아하는 사람은

매일매일이 초보란 말이 맞습니다.

 

미루가 뒤집었던 날

다시 미루를 되뒤집어 놔야 하는데

 

그게 진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디서도, 뒤집은 아이

다시 뒤집는 방법을 본 적이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엎드린 상태에서

미루의 양어깨를 잡고

돌려봤습니다. 버팁니다.

 

그래도 돌렸습니다. 대강 바로 눕히는 데 성공.

 

미루가 다시 뒤집었습니다.

아까의 방법은 아무래도 좀 어설퍼서

좀 더 생각을 해봤습니다.

 

되뒤집을 때 두팔을 땅에 짚고 버티니까

그렇다면, 한 팔을 다리쪽으로 쭉 펴서 미루 몸통에 붙이면

몸이 그쪽으로 기울거고

그러면 돌리기 쉬울 것 같았습니다.

 

거의 바로 눕혔는데

아까 다리쪽으로 쭉 폈던 팔이

여전히 등과 가까운 쪽에 묻혀서

앞으로 안 빠져나옵니다.

 

"낑낑..." 미루가 고통을 호소합니다.

 

이 방법도 아닙니다.

 

'뭔가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자..'

 

하체를 잡고 살짝 비틀어서

옆으로 누운 자세를 만들었습니다.

그랬더니 미루가 알아서 상체를 돌려서 바로 눕습니다.

 

성공입니다.

이런 좋은 방법이 있다니,

이제 자신있게 이 방법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미루가 다시 뒤집었습니다.

이때를 기다렸습니다.

 

다리를 잡고 옆으로 틉니다.

미루가 힘을 줘서 버티지만, 어쨌든 옆으로 누운 자세만 만들면

나머지는 자기가 다 알아서 할 겁니다.

 

힘껏 다리를 틀었습니다.

버티던 미루의 몸이 휙 돌아갑니다.

 

다리를 트니까

엉덩이는 다리 보다 더 큰 포물선을 그리며 돌아갔고

상체는 그 보다 더 큰 포물선을 그렸습니다.

 

팔은 아주 커다란 원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머리는 허공에서 빙글 돌더니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쿵"

 

발 앞에 제 심장이 떨어졌습니다.

미루는 울고 불고 난리가 났고

제 심장 떨어진 자리에는 바람이 불었습니다.

 

"미루야, 미안해, 미안해...."

 

"어..괜찮아, 미루야.."

주선생님이 얼른 미루를 안았습니다.

근데, 정말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떡판이라

머리가 그런 식으로 떨어지면 바닥과 일체가 됩니다.

충격이 다른데로 분산도 안됩니다.

 

아무리 초보 아빠지만

이러다 애 잡겠다 싶었습니다.

 

미루를 한참 달래고

다른 날보다 훨씬 열심히 놀아줬습니다.

 

그리고, 목욕할 시간이 됐습니다.

 

"오늘은 정말 깨끗이 잘 씻겨줘야지.."

 

주선생님은 미루 옷을 벗기고 대기중이고

전 대야와 아기 욕조 두 곳에 물을 받았습니다.

 

"물 다 받았어..이리 오시오~~~"

"둘이 같이 씻길까?"

"그러자..가만있어봐..내가 대야 건너편으로 넘어갈께..."

 

좁은 화장실 바닥를 욕조와 대야가 가득 차지해서

전 대야를 넘어가서 반대편에 자리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대야를 넘어가면서

슬리퍼를 빠뜨리면 참 황당하겠다는 상상을 잠시 했습니다.

상상이 현실이 됐습니다.

 

주선생님은 추워할 지도 모르는 미루를 꼭 껴안고 퇴각했고,

저는 허겁지겁 물을 버리고 다시 받았습니다.

 

슬리퍼 담근 물을

다 마시고 싶은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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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집다

미루가 일삼아 뒤집기를 시작한 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집니다.

 

언제나처럼 똥을 한 바가지 싸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몸을 확 뒤집어버립니다.

유난히 액체형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막 흐릅니다.

 

아예 뒤집어진 상태에서

똥을 싸기도 했습니다.

미루 입장에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누워 있을 때 보다 뒤처리가 어렵습니다.

 

밤이 되어, 전 11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상구, 이거 봐~상구~상구~"

 

주선생님이 굉장히 놀란 얼굴로 절 깨워서 봤더니

미루가 두 손을 얼굴쪽으로 모아 놓고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주선생님은

미루가 그냥 누워서 자는 줄 알고

얼굴이나 한 번 볼려고 작은 불을 켰다가,

머리카락만 보여서 기절하는 줄 알았답니다.

 

"자다가 미루 낑낑 거리는 소리 못 들었어?"

"응..."

"나..너무 놀랬어..."

 

엎드려 자다가 숨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무서웠나 봅니다.

 

"괜찮어..미루가 신생아도 아닌데, 뭘.."

 

주선생님은 새벽 2시 30분까지

미루가 낑낑거리기만 하면

침대 밑에서 몸을 세워 핸드폰 불빛으로 미루를 비춰봤습니다.

 

머리 풀어 헤친 여자가 침대 밑에서 계속 올라오는데

전,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내가 볼테니까 걱정말고 자..."

 

전, 뒤집은 미루를 몇 번이나 다시 뒤집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둥근해가 떴습니다.

 

주선생님,

머리는 헝클어지고

인상은 잔뜩 찌뿌린 상태로 일어납니다.

 

크게 놀랐던 게 밤새 남았던 모양입니다.

 

"머리 아퍼?"

"아니.....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계속 이야기합니다.

 

"꿈에...도둑이 들었어...

...아빠가 도둑이랑 막 싸우는 거야...근데..전화를 해야 되잖아...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지?"

 

"112말하는 거야? 113인가?"

 

"응..그거, 그게 생각이 안 나서 한숨도 못 잤어..."

 

어제 밤에 충격이 컸었나 봅니다.

생각해 내서 신고했더라면 큰 일 날뻔했습니다.

 

"이거 단축키 어떻게 하더라?"

"뭐 하게?"

"신고 전화번호 핸드폰에 입력해 놓을려고..."

주선생님이 아직 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상으로 가고

주선생님은 한참 더 꼼지락거렸습니다.

 

"저장했다~단축번호 000 번이야...

으...근데 너무 힘들어...딱 30분만 더 자야겠다...일단 엄마한테 전화 한방 하고 나서..."

 

주선생님이 미루 뒤집는 것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는 얘기를 들은 장모님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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