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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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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0/14
    미루랑 자다가...(3)
    너나나나
  2. 2006/10/14
    육아휴직에 대한 오해(10)
    너나나나

미루랑 자다가...

미루는 침대에서 잡니다.

그 옆에서는 제가 잡니다.

 

주선생님은 옆에서 몇 번 자다가

피곤해서 안되겠다면서

침대 옆 바닥에서 잡니다.

 

옆에서 조그만 애가 자는 게 신경이 많이 쓰이나 봅니다.

 

미루는 사실 요즘

그냥 얌전히 안 자고

하여튼 징그럽게 많이 움직입니다.

 

팔을 위 아래로 막 움직였다가

다리를 굴러서 침대를 퍽퍽 칩니다.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획획 돌립니다.

 

대체 사람이 어째

저러고 자는지 신기합니다.

 

이러니 착한 주선생님이

신경이 안 쓰일리 없습니다.

 

자다가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

미루를 때리기라도 하면 안됩니다. 더 신경이 쓰일 겁니다.

예전엔 깔아뭉개는 게 걱정이었는데 좀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냥 미루 옆에서 잡니다.

주선생님 보다 훨씬 예민해서

미루 움직이는 소리를 밤새 다 듣지만

그래도 잡니다.

 

원래 제가 잠버릇이 얌전해서 하나도 안 움직이니까

괜찮다는 생각을 했고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옆에서 바로 깰 수 있으니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알람을 맞춰놓고 자면 "따르릉~"의

"따"자가 울리고 "르"자가 시작되기 전에 벌떡 일어나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번번이 놀랍니다.

 

근데 사실 미루 잠버릇 때문에

옆에서 자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일단 자러 들어가면

미리 자고 있는 미루가 꼭 침대 한 가운데에 와 있습니다.

 

전 왼쪽 옆으로 밀려서

침대에 거의 걸터 누워 잡니다.

이것부터가 벌써 쉽지 않은 일입니다.

 

분명히 나란히 누워잤는데

자다 보면 저와 미루가 90도, 직각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다가 미루한테

몇 대 맞기도 했습니다.

 

"퍽~"

"퍽~"

 

아픕니다.

 

'이건 내가 벌떡 일어날 상황이 아니지...'

혼자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이러다가 잠이 확 깨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한참 자는 데

제가 팔을 '휙' 하고 휘두르는 걸 감지하고

순간 멈칫했습니다.

 

'역시 난 대단해...팔 휘두르는 걸 알고 순간적으로 멈추다니...'

 

다행히 미루는 새근새근 잘 잡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몇 번이나 제가 팔을 휘둘렀습니다.

 

매번 멈칫하면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마음은 더 편해졌고,

 

별 일 없이 푹 잤습니다.

 

아침이 됐습니다.

일어났는데 간밤에 있었던 일이 머리에 빙빙 돕니다.

 

팔꿈치에 뭔가가 '푹' 찍혔던 느낌이

살아 있습니다.

 

자다가

'말이 돼? 내가 미루를 팔꿈치로 찍을리가 없잖아..'라고

생각한 게 기억이 납니다.

 

좀 더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제가 미루의 머리를 찍었습니다.

 

옆에 있는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잠을 자는 건지

기절해 있는 건지

소리도 없이 누워 있습니다.

 

진짜 아팠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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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에 대한 오해

"육아 휴직 내고 뭐 할려고?"

 

이 말은 제가 처음 육아 휴직 낸다고 했을 때

사무실 사람들이 저한테 했던 주옥같은 말 중 하나 입니다.

 

자기들은 꽤 평등한 척 하던 그 많은 사람들이

남자가 육아휴직 낸다고 하니까

 

갑자기 저를 과녘에 세워놓고

활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첫 화살은 심장에서 멀찍이 꽂혔습니다.

뭐 그 정도 쯤이야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평소 저의 넓고 깊은 아량을 생각할 때

웬만한 화살은 10점 만점을 맞추기 힘든 터였습니다.

 

다음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1년 동안 뭐 할려고?"

 

역시 한참 먼 곳에 날아가 박힙니다.

 

같은 선수가 두 번째 화살을 꺼내듭니다.

 

"뭐 다른 계획이 있나 보네..생각하고 있는 게 있을 거 아냐...!"

 

저는 꿈쩍도 안고

오직 애 키울 생각으로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세번째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이야~좋겠다. 나도 좀 1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

 

세번째 선수의 화살은

살짝 과녘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봐야 1점 짜리입니다.

 

다음 선수는 좀 더 강한 화살을 날렸습니다.

 

"육아휴직이자, 안식년이네...좋겠어요~"

 

하나 같이 저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말합니다.

그게 더 밉습니다.

 

육아휴직 날짜가 가까워오자

여러 명이 동시에 발사대에 섰습니다.

 

"애 키우는 게 그렇게 힘든가? 육아휴직까지 하게..?"

"남자가 옆에 있어 봐야 전혀 도움이 안될걸~?"

"처음 1년은 남자가 할 게 없어...육아휴직 할려면 1년 지나고 나서 하지 그래.."

 

여러 발이 한꺼번에 날라오니까

제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를 맞춰

국가대표들이 나섭니다.

이 선수들 강력한 집중력으로 심장을 정확히 겨눴습니다.

 

"나도 애 키워봤거든? 하여튼 유난을 떨어요~"

 

활에서 발사된 화살이 "쉬~익" 소리를 내며

느닷없이 가슴에 콰악 꽂혔습니다.

 

"윽.."

 

두번째 화살이 날라옵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육아휴직 쓰면 어쩌라고?"

 

정신이 혼미해집니다.

'과연 내가 육아휴직을 할 수 있을것인가...'

 

"헉"

 

어느새 세번째 화살이 와서 박혔습니다.

 

"정 그러면, 오전에는 출근하고

오후에는 재택 근무하면 되겠네..중요한 회의는 나오고.."

 

거의 쓰러지기 직전

여기 저기서 화살이 날라와

온몸에 박힙니다.

 

"몰라서 그렇지..애가 얼마나 이쁜데..육아 그거 하나도 안 힘들어~~"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일해야지, 무슨 육아휴직.."

"무슨 시간이 안 날거라고 그래...애 자는 시간에 일 하면 되지..."

 

저는 거의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정말 내가 육아휴직을 쓰려고 했던 게 잘못된 건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잘못된 거 하나도 없습니다.

저 한테 화살을 날린 사람들이 모두 틀렸습니다.

 

저는 제 몸에 박힌 화살을

두 손으로 잡아서 다 뽑아버리고

힘차게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

 

 

미루랑 한참 결전을 벌이고 있는 어느 날

친한 후배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형~나야!!"

반가웠습니다.

 

이야, 내가 고생하는 거 알고

이렇게 친히 위로전화까지 하다니

정말 훌륭한 후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배는 언제나 그렇듯이

힘찬 말투로 말했습니다.

 

"잘 쉬고 있남~?"

 

불의의 일격을 당했습니다.

다리가 휘청거립니다.

 

전 눈이 획 돌아갔습니다.

"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진짜 죽여버린다~~~!!!!!!!!!!"

 

그 후 소문이 좀 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전화 온 두 사람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생이 많지?"

"요즘 니가 모든 남자들의 공적이 되고 있다며?

그러면 안 돼 임마~헤헤 농담이고, 정말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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