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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름 만경대는 안간다.. (6) 2006/09/04
  2. 이벤트... (28) 2006/09/02

지난해 여름 언젠가 만경대에 갈때부터

만경대에서 비박이 좋지 않은 추억으로 새겨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정말 무더운 날씨였는데,

산꼭대기까지 그 무더위는 그대로였고,

밤이 되어도, 새벽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는 지난달엔가 만경대로 갔는데,

이번에는 날자를 잘못 택했는지,

계속 안개비가 부슬거리고, 무더운것도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위문에서 겨우 비만 피하고 쪼그리고 앉았다가

만경대에는 가지도 않고 새벽에 서둘러 내려왔다.

 

토요일 지역위원회에서 만경대에 가자고 해서

같이 갔다. 에프티에이 반대 집회와 행진을 하고

선전전이 끝날 즈음에 모여서 밥먹고 출발했는데 9시가 다될즈음이었다.

어른 넷에 아이 한명(준혁이는 지난번 안개비 올때 잘도 앞서가던 꼬마였다)이

대성산장위에서 출발한 시각은 9시 50분쯤

바람은 없었지만, 날씨가 제법 선선해 져서 산에 오를만했는데,

산오리는 저녁밥을 너무 배부르게 먹은 탓에

계속 물이 쓰여서 벌컥벌컥 물만 들이켰다.

 

그런데 저번에 그리 잘 가던 준혁이가 이번에는 출발하기 전부터

졸린다고 하더니, 오르는 내내 아빠에게 졸립다고 하고,

아빠는 이제는 돌아갈수 없으니까 힘내서 올라가라고 다그치고..

 

만경대에 도착하니 12시 반쯤 되었던가?

이미 남녀 한쌍이 자리 펴고 앉아서 술을 겸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애가 졸린다고 계속 그랬기에 자리 펴고 애를 재우는 게 급선무 였다고 생각하고,

이 한쌍에게 부탁을 했다.

약간 한쪽으로 자리를 좀 옮겨 달라고... 그랬더니, 그런 무례한 부탁이 어디 있느냐고

되레 짜증을 내는 거 아닌가. 산에서 만나면 당연히 서로를 배려하고, 누구랄 거 없이

애나 약한 사람 있으면 먼저 챙겨야 할 거 같은데, 이 남녀는 그러고 있다.

여기밖에 자리가 없느냐? 다른데 가면 될거 아니냐?이런 식이다.

그래서 또 좋게 얘기하고, 원래 이자리가 열명도 더 잘수 있는 곳이니까 조금씩 양보해서

함께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겨우 자기네 짐만 머리 위로 옮겨놓는다.

그래서 우리는 이쪽저쪽 두곳으로 찢어져 자리를 폈고,

한쪽에 애를 눕혀서 잠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이 두남녀와 우리팀은 모른척하고 서로들 음식을 펼쳐놓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조금 지나니까 이 두남녀는  자기네들이 참기 어려웠던지, 슬며시 일어나서 바위뒷편으로

가서 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 주인을 쫓아낸 꼴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처음 대응이 내내 못마땅했기에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이 먹고 마시고 떠들고, 나중에는 노래까지 부르고...

그러고는 2시가 되어 가길래, 산오리는 먼저 자야겠다고 드러누웠다.

 

잠이 좀 들었는데, 손발과 얼굴은 물론이고 침낭 속에 들어 있는 발까지도

모기가 물어 뜯어서 잠이 깼다. 모기도 모기인데다 우리 팀 두명이 계속 술마시고 떠들고 있었던 것도 잠이 깬 원인이기도 했다.

잠이 깨서는 조금 듣고 있었더니, 두 친구가 술이 좀 된 모양이다.

(했던 얘기가  녹음기 틀어놓은 거 처럼 뱅뱅 돌고 있는 걸 보면...)

 

그런데, 따로 떨어져 있었던 두 남녀가 자기네 자리에 와서 잠을 청했던 모양이다.

계속 시끄러우니까 여자가 '저기요, 저기요..'하고 조용히 좀 해달라고 말을 걸려고

시도를 하는데, 우리 팀의 술취한 두 친구는 아예 무시하고 더 목소리를 높이다.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두 남녀중의 남자가 여자에게 자리를 옮기자고 하더니,

일어나서는 바위 뒷쪽으로 사라졌다.

처음 고분고분하게 대하지 않는 댓가 치고는 가혹한 것이었다.

 

우리팀의 두 친구는 두 남녀를 쫓아 냈다고 신나한 것도 잠시였고,

두 친구는 계속 했던 얘기를 계속 반복했고,

(그렇게 물은 이유가 무엇이냐? <->그건 생각해 보면 아는거 아니냐?)

옆에서 듣고 있는 산오리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해 일어나 앉아서, '이제 좀 그만하고 잠좀 자자'고 달랬는데,

두 친구는 전혀 그럴 생각도 없이, 둘만의 술취한 놀이(?)를 즐기고 있는 듯했다.

 

실제로 한 친구는 술이 꽤 취했는지 비틀거리기도 했는데,

이 높은 산꼭대기 바위 위에서 잠간 실수해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끔찍한 노릇이었다.

준혁이 아빠는 평소의 모습대로 그렇게 착하게 둘의 술주정시중(?)을 드느라 고생하고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누웠는데, 이번에는 한 친구가 내 배 위로 확 쓰러졌다.

순간 열이 받쳐서 일어나서는 쌍욕을 들이 붓고서는,

내가 먼저 내려가겠다고 배낭을 꾸렸다.

분위기 싸해 졌겠지만, 도저히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랬더니, 두 친구 중의 한친구도 자기가 내려가면 된다면서 아예 먼저 내려가기 시작했다.

한친구 사라졌으면 좀 나아질까 했는데, 남은 한친구는 아직 얘기 끝나지 않았다는 듯이

계속하고 있었고...

 

배낭 메고 일어섰다. 더이상 잠을 잘수도 없을 거 같고,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하고,

이렇게 기분좋게 산꼭대기까지 와서 이런 술주정을 감내하고 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앞서내려간 한 친구를 위문까지같이 왔는데, 그 이후에는 나보러 먼저가라해서,

혼자서 산성매표소까지 내려왔다.

중간에 혹시 내려오나 해서 기다리기도 했지만, 소식도 없었고...

 

위에 있는 준혁아빠에게 미안해서 전화를 두어번 했지만,

불통지역인지 어쩐지 전화도 안받기에 포기하고..

 

집에 와서 라면 하나 끓여 먹고서 좀 쉬려 했건만,

집은 또 난리북새통이라 하루종일 잠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뭘 어쩌지도 못하고,

그렇게 일욜이 지나갔다.

 

여름 만경대는 다시 가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런 멤버들과도 다시 산에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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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4 13:14 2006/09/04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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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from 단순한 삶!!! 2006/09/02 15:44

방문자수 10만을 앞두고, 이벤트 합니다.

소설책 분양으로...

먼저 보시는 순서대로, 그리고 갖고싶은 걸

찍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래도 10만번째 방문자에게는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이나 음반을 알려 주시면

2만원 범위내에서 새로 사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분양할 책은...

1. 틈새 - 이혜경(창비)

2. 빨간기와 1, 2 - 차오원쉬엔(새움)

3. 어린 날의 초상 - 김주영(개미)

4. 순정 - 성석제(문학동네)

5. 외등 - 박범신(이룸)

6. 사슴벌레여자 - 윤대녕(이룸)

7. 된장 - 문순태(이룸)

8. 멋진한세상 - 공순옥(창비)

9. 폭설 - 김영현(창비)

10. 그대 아직 살아있다면 - 반례(실천문학사)

11.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 J.M.쿳시(책세상)

12.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 이사벨 아옌데 외 (생각의 나무)

13. 콘센트 - 다구치린다(한숲)

14. 거미여인의 키스 - 마누엘푸익( 민음사)

15. 모래의 여자 - 아베코보( 민음사)

 

오프라도 한번 해서 한꺼번에 나눠주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거 같아서,

주소를 적어주시면 발송해드리겠습니다.

 

덧글로 주소를 적어주시고,

주소공개가 싫으신 분은

sanoli@nate.com 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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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02 15:44 2006/09/0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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