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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비집 (8) 2008/06/23

제비집

from 나홀로 가족 2008/06/23 20:56

집안 대소사에 쫓아다니는 것은 피곤하다

회사일도 짜증나는 일이 많긴 하지만,

그보다 더 한게 집안 일인듯 하다.

주말 토욜은 친척 결혼식에 갔다가,

밤에는 광화문엘 나갔다.

새벽에 들어와서는 조금 잠자고 집을 나서서

차를 몰고, 아버지를 모시고 경남 창녕까지 갔다 왔다.

조상님들 모셔놓은 산소가 곧 무슨 공단인지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산소를 옮겨야할 땅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고향 가까운 곳에 땅을 보고 사러 가는데,

따라 나섰다.  잠이 모자란 탓에 졸림을 참으면서 운전했더니,

아버지가 오가는 중간에 한시간 이상씩 운전을 해 주는 바람에 겨우 갔다 왔다.

으... 피곤해..

 

묘지 쓰기 위한 산인지 밭인지 좀 사러 간 곳이

고모님이 살던 동네이고, 아직 고종사촌 형님내외가 살고 있는

연고가 있기 때문이다.

6.25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버지까지 가족이 피란을 갔다는

골짜기이기도 하다. 창녕군 성산면 연화리? 안심이 골짜기라고도하던가..

 

어쨌거나, 형님이 살고 계시는 집에 하도 오랜만에 갔는데,

대문 에 걸린 물병부터가 특이하다.



 소 두마리 키우고 있다.

송아지가 엄마소 만한데, 아직도 젖을 빨고 있어서,

이거 왜 안팔고 있냐고 아버지가 물었더니,

요즘 소값도 그렇고....해서 그냥 두고 있단다.

 

 

젖만 먹는게 아니라 여물도 같이 먹고 있는데,

요즘 여물 끓여서 먹이는 집이 어딧다고..ㅎㅎ

저 넘들이야 말로 진짜 한우는 맞는데.

 

소 우리 옆에 사랑방에 소죽끓이는 가마솥.

하지만 지금 사랑방은 쓰지도 않는다..

맨날 소죽 끓이는데, 황토찜질방으로 제격인데..

 

 

 

안채는 약간 수리를 했는데, 처마밑에 제비집이 보인다.

오호.. 아직도 제비라니..

 

 

제비새끼 있나 자세히 보니, 제법 큰 놈 한마리만 보인다.

그래도 서너마리 있어야 정상인데...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데, 에미는 보이지 않았다.

먹이 잡아서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물끄러미 내려다 보기도 하는데,

아직 날아갈 만큼 큰 거 같지는 않다.

그 많던 제비들 다 사라졌다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이 동네 물은 또 끝내주게 좋았다는 물인데.

잔치나 초상이 있어서 그 많던 누님들과 아줌마들이 모이면

저 우물에서 물 떠서 머리 감는다고 야단들이었던 생각이 난다.

그 우물 지금은 안마시고 그냥 덮어놓고 있다.

우물도 옆집과 같이 쓰느라고 담 중간에 만든건 애교가 있어 보인다.

우물옆 석류꽃이 만발했다.

 

대문만 열면 보이는 풍경은 이렇다.

 

보기는 좋은데, 언젠가 잔치가 있어서 왔던가,

보리 베야 할 때라고 저 넓은 논 보리 베느라고 고생했던 생각이 났다.

농사철에 뭔일 있다고 가면 온통 일시켜 먹는거 밖에 없었으니..

 

자식들 도시로 나가고 두 노인네가 초라하게 살지만,

그래도 예전의 그모습 그대로 여전한 거 같아서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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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3 20:56 2008/06/2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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