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버이날..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도

이쑤시개 정도의 역할이라도 하는 자식이 되어야 하는데..ㅎㅎ

산오리의 지갑에 필수적으로 들어 있는 게 이쑤시개다. 밥 먹고 나면 여유 있게 지갑부터 꺼내는데, 어떤 분들은 밥값 계산이라도 하려나 보다 하실지 모르지만, 실상은 이쑤시개를 꺼내기 위함이다.

근데, 그 이쑤시개를 꺼내서 시원하게 이를 쑤시고는 다시 지갑에 넣어 놓는다. 같이 있던 사람들은 지저분하다고 한소리들 하신다. 이쑤시개 한 번 쓰고 버리기도 아깝거니와, 내가 쓰던 거 지갑에 고이 넣어 두었다가 다시 꺼내 쓰는데 지저분할 게 또 뭐 있으랴.

 

칫솔질을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니까, 이쑤시개를 언제부터 써 왔는지도 당연히 모른다. 시골에서 칫솔이 있을 리도 없었으니까 그냥 소금한줌 입에 넣고 세수할 때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입안을 헹구어 내는 것으로 끝이었다. 입안이 텁텁하거나 껄끄럽거나 한 걸 어릴때 느끼지도 못한 건 칫솔질이 습관이 되지 않았고, 아예 이를 닦지 않은 상태가 자연상태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쁘거나 가지런한 이 모양을 가지지 못한 탓에 이쑤시개로 이 사이를 쑤시고 말고 할 것도 없었는지 모르겠다. 이와 이 사이가 넓은데다, 아래쪽 앞니 한 개는 어릴적 어디에 부딪쳐서 영구치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런 보완을 해주지 않았으니까 그 빠진 틈으로 양쪽에서 이가 밀려 들어와서 전체적으로 어성버성한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이 사이가 넓은 것도 쓸모가 있기는 하다. 입안에 물 한모금 물고 가글가글 하면 이 사이로 물이 왔다갔다 하면서 칫솔질의 효과를 충분히 해주고 있었다. 여기에다 어럴 적 장난칠 때는 물총놀이가 많았는데, 이빨사이로 내뿜는 물총은 누구나 해보고 싶은 것이었고, 그 물총으로 가늘게 멀리 물을 쏠 수 있는 건 선망의 대상이었다. 산오리의 이빨 물총도 제법 성능이 된 거였다. 요즘도 충분이 쓸만한 물총이다.

 

이를 쑤신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천지 사방에 널린 것이 이쑤시개이니까 별로 걱정할게 없었다. 길거리나 들판에서 가장 훌륭한 이쑤시개는 단연코 강아지풀이다. 이 강아지풀 대갱이는 굵기도 적당하거니와 유연성도 적당히 있어서 이 사이를 쑤시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단언한다. 살아 있는 것들은 더 좋고, 가을이나 겨울에 말라서 지푸라기가 되었더라고 여전히 손색없이 쓸수 있다. 물론 두세번 쓰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긴 풀을 잘라서 쓴다면 한줄기로 여러번 쓸소도 있다.

이런 종류의 풀이야 들판에서 넘쳐난다. 벼도 좋고, 밀도 좋다. 좀 굵고 억세기는 하지만, 억새풀도 쓸만하다. 가을에 말라 버리면, 억새꽃 대갱이는 둘로 쪼개서 쓸수도 있다.

어디 풀만 가능하랴, 무슨 나무라도 얇은 가지 손가람 마디만큼만 꺽으면 이쑤시개는 몇 개라도 나온다. 나무젓가락은 이리저리 갈라보면 이쑤시개 여러개 만들어 진다.

 

들판이나 산엘 나돌아 다닐 때야 가능하지만, 학교에서 도시에서야 어디 가서 강아지풀을 구햐랴. 학교 다닐 때 가장 유용하게 썼던 것은 샤프연필이었다. 연필 심을 조심스럽게 안으로 밀어 넣고, 얇은 쇠대롱만 쓰면 훌륭한 이쑤시개로 쓸수 있다. 이건 이와 잇몸 사이에 끼인 누런 때나 치석까지도 긁어낼 수 있으니까 풀 대갱이로 쑤실 때 보다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가끔 연필심이 녹아 내려서 검은 석탄가루 혓바닥에 묻거나 좀 마실수 있는 기회가 있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만 하다.

 

식당에서 밥 먹는 게 일상화 되고 나니까 요즈음에는 이쑤시개가 넘쳐 난다. 중국집에 짜장면 한 그릇 시켜도 홍보한답시고 이쑤시개나 귀이개를 한통씩 가져다 주고 한다. 한번만 쓰고 맘껏 버려 달라는 것인데, 낭비가 심하다. 그래서 산오리는 이쑤시개도 귀이개도 한번 쓰고 버리지 못해서 여기저기다 다시 놓았다가 쓰는데, 책상위에 한줌, 책꽃이에도 한줌, 입었던 옷 호주머니에도 몇 개 씩 들어 있다. 자동차의 운전석 옆 홀더에도 이쑤시개는 몇 개씩 들어 있다. 그걸 다시 쓰냐고? 당근이지요.

 

반세기 다 되어 가는 즈음에 태어나서 첨으로 치과에 가서 어릴 적에 잃어버린 영구치 자리의 구멍을 옆의 이와 걸어서 막았다. 그랬더니 인공으로 만든 이 이는 남의 이와 같은 느낌이 나는데다가 때가 잘 끼고 딱딱하게 달라 붙는 치석이 생겨서 불편했다. 이걸 어떻게 긁어낼까? 사무용으로 쓰는 클립이 제격이다. 클립은 철사를 잘라서 만든 것인데, 잘린 단면이 동그랗게 나 있어서 유용하게 쓰인다. 한번 해 보시길...

그런데, 그렇게 해서 도금할 때 쓰는 아연이나 납도 좀 마시게 되겠지만 그건 본인 책임이다.

 

자연보호를 한 대나, 음식 쓰레기 재활용을 위해서 한 대나 식용 이쑤시개는 너무 약해서 영 시원치 못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부러지는 바람에 제대로 쑤져 보지도 못하고 버려야 한다. 요즘 음식점에 나온 이쑤시개는 중국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는데 대나무를 얇게 갈라 놓은 게 맘에 든다. 가늘기도 하지만, 원하는 곳에 제대로 쑤셔서 찌꺼기를 밀어낼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이쑤시개는 몇 개씩 챙겨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양쪽을 뾰족하게 갈아서 만든 일반적인 이쑤시개는 그리 실용적이지는 못한 거 같다. 두어번 쓰면 날이 무디어지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갑자기 찔릴 위험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한쪽은 날카로운 이쑤시개로 쓰고 반대쪽은 홈을 두어 개 내서 손잡이로 만든 이쑤시개는 더 쓸모가 있다. 이도 쑤시고, 반대편 손잡이는 귀도 후빌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손잡이로 귀를 후벼보면 귀이도 잘 빠지고 얼마나 시원한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좋은 이쑤시개는 손톱이다. 특히 새끼손가락 손톱은 입안의 어느 구석에도 접근이 가능하고, 칫솔로 닦이지 않는 묶은 때까지 긁어낼수 있다. 더구나 손톱까지 적당히 길러서 이쑤시개 대용으로 쓰면 김치 줄거리나 콩나물, 고사리 줄거리 정도는 우습게 걸려 나온다. 약간의 노출이라도 있다면 어찌 걸려 나오지 않고 견디랴. 다만 고기 씹은 찌꺼기는 꽤 오랜 시간 용을 써야 할지 모른다. 참깨 알 하나정도 이 사이에 숨어 있다면, 이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산오리는 화장실에서 쓰는 왼손 검지 손톱으로 이쑤시개 역할을 시키는데 묶은 때 긁어 내기에는 그런대로 쓸 만하다.

 

산오리가 써본 이쑤시개 중에 최고는 이거다. 꿀단지 한 친구가 독일에서 사와서 선물해 준 건데, 우선 모양부터 1 자가 아닌 게 심상치 않게 생겼고, 사용해 보면 정말 구석구석 빠뜨리지 않고 쑤실 수 있는 기계다. 가장 깊은 어금니 사이도 가차 없이 헤집고 들어가서 숨어 있는 놈들을 붙잡아 낸다. 부러지지도 않는데다, 날카로운 거 같은데도 잇몸에 손상을 주지도 않는다. 몇 번을 써도 원형을 유지 하고 있고, 잘 망가지지도 않는다. 두 개의 이 사이에 있는 동굴 모양과 동굴벽의 굴곡이 손에 잡힐 듯이 다 촉감으로 전달된다. 이런 걸 두고 과학기술의 개가 라고 불러야 할 거 같다.

삼실 책상에 보유하고 있는 이쑤시개..

두번째는 이와 귀에 다 사용할수 있고,

세번째는 최고의 이쑤시개다.

네번째는 클립으로 만든 이쑤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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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15:07 2009/05/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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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저녁엔 자전거로 잡아 놓으니까

다른 약속에 빠지는 것도 별로 미안하지도 않다..

노동조합에서 저녁이라도 먹자 하는데,

저녁먹고 어쩌고 하다보면 빠질 거 같아서 저녁은 짬밥으로 때우고..

 

챙긴다고 챙겨서 나왔건만, 물통을 안가져 나오는 바람에

다시 사무실 올라갔다 내려오고,

출발하려고 후래쉬 켰더니,  한개는 약이 닳았는지 켜지지도 않고..

 

그러거나 말거나, 연구원 앞으로 다가오는 불빛들 바라보니 흥분이 살짝.

후미에 따라 붙었는데, 정말 샤방샤방 간다.

모내기 하려고 물 담아 놓은 논에서 개구리가

시원한 밤노래를 불러주고, 자전거 바퀴 돌아 가는 소리가 장단을 맞추고..

 

공사구간의 흙언덕이 좀 높아졌다.

올라갔더니, 여럿이 엉키고, 끌기도 하고..

그리고 다시 도로에 올랐더니, 벌써 앞이 멀어져 보인다.

출판단지를 지나는 동안에 겨우 앞의 불빛을 따라 잡았다.

이렇게 따라 붙는 것이어디냐... 오늘은 살살 가고 있구나..ㅎㅎ

 

군 초소도 돌고, 마을도 지나고, 주유소도 지나면서,

다시 앞의 불빛이 멀어져 간다.

유승아파트 들어가기 전에 큰 도로로 올라서면서 다시 따라 붙었다.

그런데, 이건 또 머람..

큰 도로로 올라 서면서 기어를 높은 곳으로 올렸더니

체인이 빠졌다.....으이그..

 

자전거 멈추고 체인 다시 끼려니까,

후미 보던 두 양반이 다가와서 도와준다..

그러고 나니까 다시 앞의 불빛은 보이지 않고.

유승아파트 오르는 길에 저멀리 깜박 거림이 보였지만,

그걸 따라 갈수느 없고,

두양반이 붙어서 코치도 해주고, 함께 호흡도 느리게 맞춰 준다.

 

그래서 헤이리 돌아 편의점 앞에 갔을때는 꼴찌...ㅠㅠ

 

돌아 오는 길에도 뒷쪽에 붙었더니,

출판단지 지나는 길에는 다들 날라가 버리고 휑하니 혼자다.

혼자서 열나 밟아보지만, 30키로를 넘기지 못한다.

 

마지막이라도 열에서 뒷처지지 않으려고 선두에 붙어서 따라왔더니,

겨우 그것만 뒤쳐지지 않았다는 것.

 

뒷풀이로 맥주 한잔 마시고 와서 잤는데,

맥주도 그리 개운하지는 못했나 보다.

아침에 다시 자전거로 출근하는데, 다리에 힘이 붙지 않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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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09:00 2009/05/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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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6번의 목야 가운데, 1차를 못가고 2차 부터 갔는데,

처음 간 2차는 당연히 힘들어 죽을뻔 했다는데 불만이 없다.

자유로 휴게소 지나자마자 멀어져 가는 불빛을 바라보며

쫓아도 밟아도 점점 더 멀어져서 그냥 혼자서 가게 되었고,

길도 잘 모르는데 버리고 가는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그렇게 처음 참가해서 고생좀 했다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적응좀 되어 가는 줄 알았다.

더구나 4차, 5차는 제법 샤방샤방 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근데, 악마(?)의 본성이 계속 숨겨져  있으랴...

건기연 앞에서 웅이빈님과 밀크커피님을 만날때까지는 좋았다.

후미 쯤에 따라 붙었는데, 농로길을 달려 가는데,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길을 가는데는 바짝 따라 붙기 미안해서 브레이크를 자주 잡고는 했었는데,

이상하게도 앞사람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거다....

 

공사구간의 진흙길을 지나자 마자 앞에가는 사람들이 멀어져 가고,

출판단지 내내 그리고 유승아파트 업힐까지도 마찬가지...

죽어라 밟는거 같은데도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그나마 혼자 되지 않은게 다행이었지...)

영어마을 올라가기 전에 신호대기에 걸려서 잠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편의점까지 헥헥 거리며 갔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

송촌교 지나자 마자 추월해 가는 사람들,

그리고 거리는 계속 멀어져 가고..

출판단지 구간에서 또 죽어라 밟아 보건만,

처음 30키로를 웃돌던 속도가 계속 줄고, 줄어서...

옆으로 휙휙 추월해 가는 불빛들을 바라보기만 했다.

 

휴게소에서 일편단주님이 그러셨지.

"나이 생각해서 젊은 친구들 따라 가려다 다치십니다..."

- 아 그렇구나.... 내가 스무살도 서른살도 아닌데...

오래 자전거 타려면, 살살 다녀야 겠다..... 고 맹세(?) 했다.

 

"다음부터 곱슬머리님 번짱이면 불참할 겁니다."

엉뚱한데로 핑계나 좀 댔다..ㅎㅎ

 

휴게소 출발해서는 중간쯤에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앞사람과 거리는 멀어지고,

마지막에는 추월해 가는 어느분께서 "산오리님! 힘내세요" 하면서

격려까지 해 주고 가지만, 없던힘이 마구 생기지는 않았다.

결국 대화마을 앞에 와서는 앞에는 아무도 없고,

혼자만 남았다.. .

그래서 기다렸더니, 기냥초이님과 몇분이 오셔서, 함께 돌아왔다.

 

이틀간 설사 좀 해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 너무 세게 달려서

도저히 쫓아가지 못해서 그런가...

이놈의 자전거 체인에 고무줄이라도 걸렸나,

다리힘이 갑자기 다 빠져 버렸나..

암튼 목야중에서 가장 힘든 목야 였다는..

 

지치고 힘들어서, 뒷풀이도 못가고, 집으로 와서는,,

배고프다고 투덜거려서 아내에게 만두국 끓여 달래서

혼자서 소주 몇잔 마시고 퍼졌다.

 

오래 오래 자전거 타려고,

담부터는 제 실력 만큼만,

제 능력 만큼만  달려 가렵니다...ㅠㅠ

 

<삶자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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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8 08:52 2009/05/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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