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잘 해야 한 번 구경 가는 연극이다.

평생 가야 구경하지 못할 연극이지만,

그나마 전부터 알고 있는 배우 덕분에

이 친구가 나오는 연극을 보러 간다.

그동안 하도 어려운 연극들만 해서

연극은 다 저러려니 하고, 억지로 봐 왔는데,

어제는 연극 보다가 한참을 울었다.



 

연극 '운수좋은날' 이었는데,

운수좋게도(?) 돈 많이 벌어서 집에 돌아와보니

아내가 죽어 있었고,

그래서 남편은 한참을 울고 있었는데..

그 장면에서 나도 한참을 울었다....

 

영화든 연극이든, 또는 현실이라도

거의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슬픈 얘기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나이 탓인가?

 

연극 끝나고 서경화와 맥주집에서 잠간 앉았다 왔는데

배우 서경화(앞줄  왼쪽)는 예전보다는 더 밝아졌다.

이나라에서 배우로 살아 간다는 것도 만만찮은 것일텐데,

그나마 지난해보다 더 밝은 모습을 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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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09:08 2005/01/2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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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삐딱, Sisyphus, ....님의 [패거리..학벌...] 에 관련된 글입니다.

산오리는 서울 변두리 어느 고등학교의 3회 졸업생이다.

지난 주엔가 산오리 동기 중 한명이 고등학교 동문회 총동문회장이 되었다고,

그래서 시내 어느 호텔에서인가 동문회장 취임식한다고 같은 기수들은 많이 와 달라고

문자가 몇 차례나 왔다. 그 동문회장 된 친구는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니까

학교 다닐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문회 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는데,

그동안 해 왔던 거 처럼 안가기로 결정했고 가지않았다.

 

산오리도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모이는 모임이 하나 있기는 하다.

고등학교 졸업때부터 만나 왔으니까 4반세기가 넘도록 줄기차게 만나 왔다.

지금도 1년에 네번 정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그저 오랫동안 만나 왔기에 정겨운 친구들일 뿐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만나지도 않았고, 학교다닐때 얼굴도 알수 없었던 선후배들이

세월 지나서 만나면서 달라진 게 있다.

나이 먹고 제법 돈 푼이나 만지게 된 친구들(선후배)도 생기고,

사업한다고 사장님 소리 듣는 친구들(선후배)도 생겼고,

관공서나 정치판에서 한가닥씩 하는 친구들(선후배)도 생겼다.

 

그런데, 이즈음에 만난 친구들(선후배들)은 대놓고 얘기한다.

"뭐 필요한거 있으면 얘기해라, 서로 돕고 사는게 친구고 선후배 아니냐?"

그리고 가끔은 산오리한테도 전화가 온다.

"오리야!(선배님!) 그 회사에 이런저런 일 할 거 좀 없냐(소)? 이것 좀 도와 주라(시죠).."

 

학교 동문 좋다는 것이 이런 것이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같이 나왔다는 것으로 이렇게 하는 것은

한마디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기고-서울대 로 이어지는 막강한 동문에 감히

서울 변두리 신생 고등학교 - 서울변두리 대학교 로  어찌 맞설수 있으랴...

뭐 꼭 거기에 맞서서라기보다도,

고향과 학교, 이런것으로 작은 끈이라도 엮어서

'비정상적인 특혜'를 만들고 싶어하는 우리네 정서는 정말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고향의 향우회 동문회 이런데는 가기 싫고 안갔다.

(향우회는 아버지의 강권에 못이겨, 그리고 친한 시골친구를 만나러 두세번 따라간 적이 있다.)

그런데, 나이 먹을수록 고향으로, 동문회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산오리도 나이 더 먹으면 고향 찾고, 학교 동문 찾고 그럴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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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4 20:55 2005/01/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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