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아 놀자!!

from 단순한 삶!!! 2005/01/27 14:35
* 이 글은 달군님의 [예민함을 두려워하지 말것] 과     알엠님의 [횡설수설] 에 관련된 글입니다. 

‘달군’님에게는 글좀 쉽게 써 달라고 했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말이든 글이든 짧고 간단하게 나타내지 않으면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 읽는 나로써는 정말 헷갈린다. 달군 님의 문제라기 보다는 글을 해독하는 산오리의 지식 능력이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 맞을라나?

하튼, 달군 님의 이 글은 산오리가 단순하게 결론을 내리면, ‘여자들이 차별 받고 있는 것을 남자들은 그리고 사회는 너무 모르고, 오히려 당당하게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뭐 이정도가 아닐까?

‘알엠’님의 글은 그나마 쉽다. ‘조제..’가 도대체 뭔가 하고 두 번이나 글을 읽었는데 도저히 찾지 못했다. 그런데, 뒤에 드라마 라는게 나와서 검색을 해 봤더니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란 영화가 나왔다. 이영화 맞겠지? 언젠가 어디 블로그에서 영화감상기를 본듯한데,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알 수 가 있나? 그래도 앞쪽의 ‘감정과 관계’의 문제나 뒷부분의 생활속의 이야기는 그런대로 이해할 수가 있다.

‘알엠’님 글의 결론도 산오리가 단순하게 내리면,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살면 나쁜 인간이다’ 뭐 이런 정도가 아닐까 한다. 두 글을 보고 산오리가 내린 결론을 너무 단순하다고 비웃지는 마시길....



 

1. 담배 피는 여자

어릴적 시골에서 살 때 할머니가 곰방대에 넣어서 피우는 담배 연기 속에 언제나 방 안은 굴뚝속처럼 뿌연 채로였다. 그 속에서 먹고 자고, 살아왔기에 내가 담배를 피울때 아내가 문 밖이나 베란다에 나가서 담배 피라고 성화를 부리거나 말거나 방에서 거실에서 담배를 피웠다. ‘내 어릴때 그 담배연기 속에 살아도 괜찮았는데, 이정도가 뭐 어때서?’ 이러면서... 그런데 아내가 끈질기게 나가서 피우라고 잔소리를 하는 통에 그 잔소리가 무서워(?) 베란다로 쫓겨 났다.

87년인가 일본에 처음 갔는데, 길거리에서 여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걸 봤다.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역 앞에서... 충격이었다. 어떻게 여자들이 길거리에서 대낮에 담배를? 우리나라에서는 그리고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다방이나 술집에서 담배피우는 여자들이 눈에 띄었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담배 피우고 다니는 여자들도 보인다. 한 번도 ‘왜 여자가 담배 피우냐?’고 물어 본적은 없다. 나도 피우는 담배인데....

아내도 담배를 피운다. 남편한테 나가서 담배 피우라고 잔소리 열심히 했는데, 자신의 말이 걸려서인지(사실은 애들앞에서 담배 피는 모습 보이기 싫어서다) 뒷베란다에 가서 열심히 피운다.(애들 앞에 있는 대로 보이면 안되나?)

이 시대에도 여자들에게 ‘여자가 담배 피냐?’고 묻는 남자가 있다면 생각할 가치도 없는 거 아닐까? 그런 사람에게 ‘예민’까지 보여주는 건 과잉친절인 듯하다.

다만, 증명이 되었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누군가의 희생’(간접흡연도 건강에 나쁘다는..)이 따르는 것인지는 고려해 봐야 할 듯하다.


2. 커피, 카피...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회사에서 노동조합도 생기고, 분위기가 좀 민주화 되었다면서 직장 내에서 말이 많았고, 또 여성문제에 있어서도 논란과 화두가 되었던 게 이것이었다. 대부분 여직원들이 타이피스트로 채용되어 차심부름과 복사 심부름, 심지어는 담배심부름까지 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게 바뀐 것은 노동조합이 문제를 제기한 것도 있지만, 여성들 스스로 문제제기를 하고 어떨 때는 소리내어 싸우면서 조금씩 조금씩 바꿔 왔다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그 놈의 아이엠 에프를 지나면서 오히려 뒤로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최근에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겨울철에 퇴근시간이 5시였는데, 공무원들이 6시로 바꾸면서 산하 기관들에게도 당연히 그래 하라고 했다. 노동조합이 ‘근로조건 후퇴’라고 반발했는데 기관이 정부로부터 찍히는게 무서워서(?) 내부의 규정은 바꾸되 단체협약을 바꾸지 않아서 그냥 5시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부서장들이 은근히 ‘6시까지 근무해야 한다’고 협박(?)하자 대부분의 직원들이 6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산오리는 노동조합 간부 출신인데, 노동조합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서 5시좀 넘으면 그냥 퇴근하지만...

한 여성조합원이 불만을 털어 놓았다. 노동조합에서 그렇게 하면 어떻게 5시에 퇴근을 하느냐고...(노조도 문제이지만, 부서장들 한마디에 주저앉아 버리면 어쩌란 말이야...)

차심부름 하기 싫으면 거부해야 한다. 퇴근시간도 조합원이라면 그냥 5시에 당당하게 나가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시비를 걸거나 피해를 준다면 싸워야 하지 않을까?


3. 감정과 관계

알엠 님이 쓰고 있는 감정과 관계는 이런 것인지 모르겠다. 감정은 사람이나 미움의 느낌, 그리고 관계는 부부나 애인 또는 가족이라는 사회적인 관계? 계약? 이런 것인 듯하다.

단어에 대한 적절한 정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의가 좀 틀렸다 하더라도 나는 왜 알엠님이 ‘그러나 감정과 다르게 관계는 고정되어 있다. 관계에 대한 예의를 지키자는 거다. 어쩔 수 없이 이 문제는 나한테 굉장히 중요하다.’고 얘기하는지 알 수 가 없다. 그 관계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족, 부부, 애인... 이런 관계도 앞에서 말한 ‘담배 피우는 여자와 그를 탓하는 남자’와의 ‘관계’와 다른 게 뭐가 있나? 커피 타오라고 시키는 남자 상사와 커피를 타 가는 여성부하와의 관계와 다른 게 뭐가있나? 나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부터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런 관계가 만들어 졌을 것이고, 우리가 그런 관계를 ‘옳은 관계’ 또는 ‘나쁜 관계’라고 규정짓는데, 그 속에도 우리가 버려야 할 고정관념이나 의식들이 많이 숨어 있기 때문데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관계도, 절대적으로 옳은 관계도 없다는 것이다.

감정이든 관계이든 자유로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이 충분하게 뒷받침 되는 관계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라 하더라도 감정 이외의 다른 요소로 그 관계는 유지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람을 피우고 다른 감정을 가진다 하더라도 그건 개인의 문제이고 자유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기는 ‘누군가의 희생’은 어쩔건데? 라고 묻는다면, 그 희생도 어느 일방의 희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부부는

알엠 님의 글을 보니까 우리 부부 생각이 많이 난다. 한때는 내가 술먹고 놀다가 늦게 들어갔더니, 아내는 헤어지자고 까지 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아내가 술먹고 놀다가 늦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늦게 들어갔을때는 몰랐는데, 아내가 늦게 돌아 오니까 이게 장난이 아니었다. 밤에 놀다가 우연히 집에 전화해 보면 애새끼 둘이서 울면서 엄마는 안오고 배고프다고 한다. 휴대전화가 생기고 부터는 애들이 전화해서는 ‘아빠 배고파’ 이런다. 엄마 없냐? 연락 안되냐고 물으면 ‘엄마는 전화 안받는다’는 대답이 들려 온다. 몇 번은 어린 놈들 밥 챙겨 주려고 밤에 놀다가도 허겁지겁 집에 달려 가기도 했다.

아내는 단단히 작심을 했는지, 아니면 모른 채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새벽 2시, 또는 밤을 새워도 안들어 오는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열 받아서 아예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그게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겟다. 아내는 다시 술먹고 놀기 위해 나가지 않았는데, 이때 아내가 내린 결론은 ‘술먹고 노는 것도 한때다’ 이런 것이었다. 돌아 보면 남편에 대한 철저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5. 그래서 어쩌라구?

산오리의 답은 간단하다.

삶은 투쟁하는 만큼 얻어진다. 가족이라고 다르지 않다. 남편이 형제가 자식과 부모가 내 맘속에 들어있지 않고, 밖에서 만들어진 관계일 뿐이다. 그래서 자신이 편하기 위해서, 자신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열심히 싸워야 한다. 싸운 만큼 행복해 질수 있다.

요즘 우리 집에서 애들이 손가락 까닥 않고 밥먹고, 생선 가시 발라주는 걸 먹게 된 것도 이 놈들이 개기고 싸우기 때문이다. 여기에 엄마가 완패한 것이다.

그런데, 싸우기도 전에 그저 열만 받고 예민해서 속으로 끙끙 앓고만 있다면, 상대방이 무엇 때문인지, 왜 그러는지도 모르고,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예민은 해결될 수도 없다.

담배 피우는데 뭐라 하는 놈들에게 “야 이새끼야 니가 담배 한갑 사줘 봤냐?”고 싸우고, 커피타 오라는 놈에게 “너는 손발 뒀나 뭣에 쓰려고 하냐?” 하면서 싸우고, 집안 살림 다 맡기고 도와 주지 않는 놈에게는 “너도 한번 해 봐라”고 몇날 며칠이고 집에 안들어가면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관계도, 제도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누군가의 희생’도 줄어들거나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의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

싸우지 않은 예민은 한낱 푸념에 불과하고, 그 예민만 자기 가슴에 쌓여서 병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충 포기 해야 한다.

담배핀다고 뭐라 하는 놈이든, 커피 타오라 하는 놈이든, 제혼자만 성공적인 삶을 살려는 놈이든, ‘원래 그런 놈들이니까, 아예 상대할 가치가 없는 놈이니까 신경안쓴다’면서 포기해야 한다. 


덧붙여- 좀더 살아본 경험으로 볼때, 그리고 주위를 둘러볼 때, 부부관계는 한 10년쯤 지나면 ‘상호투쟁의 경과’에 따라 약간 고정적인 관계설정이 된다. 그래서 알엠님은 3년이 아니라 앞으로 7-8년은 더 남편과 투쟁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 설레발레 넘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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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7 14:35 2005/01/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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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서럽다

from 나홀로 가족 2005/01/26 09:12

 

그저께 밤 11시가 넘어서 집으로 한약 한 제가 배달되어 왔다.

어제 아침밥상에 앉아서 아내에게 물었다.

"무슨 한약이야?"

"응, 동희 먹이려구..."

"밥만 잘 먹으면 되지 한약은 무슨 한약이야?"

"그래도 크는 애들에게는 한제씩 먹여야 되지."

"근데, 왜 동희만 한약 지어주구 동명이는 없어?"

"그 새끼는 한약 먹는 거보다 더 돈을 쓰고 다니는데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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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26 09:12 2005/01/2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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