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에 시퍼렇게 또는 거멓게 이끼가 달라 붙어서 보기 흉했다.

두어달 전에 물고기 가게에 들른 참에 이끼 먹는 놈 두마리를 사왔다.

유리에 빨판 하나 붙이고서는 딱 달라 붙어있는, 메기처럼 생긴 놈이다.

한 놈은 제법 크고, 다른 놈은 좀 적은데, 어항에 들어가자 마자

이끼청소를 얼마나 잘 했는지 어항이 깨끗해 졌다.



이끼 먹이가 모자랄 거 같아서 한 놈을 빨리 다른 곳에 옮기든지

누굴 주던지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주에 집에 오니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이 다 사라졌다.

'그렇게 큰 놈들이 어디로 갔지?'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는데, 한쪽 구석에 껍질이랑 지느러미와 뼈가 약간 남았다.

다른 놈들이 이끼청소 물고기 두 놈을 다 먹어 치운 것이 분명하다.

내가 집에 없어서 물고기 밥을 정기적으로 주지 않아서 배고픈 버들치들이

먹어치운 것일까? 아니면 몸통이 투명한 열대어 두 놈이 먹어 치운 것일까?

이놈들 공통의 소행일까?

배가 고파서 잡아 먹은 것일까? 이끼가 없어서 굶어죽은 놈을 뜯어 먹은 것일까?

 

그 동안 열대어 10여 마리를 어항에 넣어 두었는데, 한마리씩 한마리씩 사라졌다.

물론 약간의 흔적은 남기기도 하고, 때로는 흔적조차 없기도 하고...

그러면 또 사넣기도 했는데, 이제는 버들치 세마리와 열대어 두마리만 남았다.

버들치는 올 여름 북한산 계곡에서 네마리 잡아서 넣었는데,

이 놈들은 열대어처럼 적응도 잘해서 잘 산다. 얼마전에 한마리는 죽었다.

 

배고프면 무엇이라도 잡아 먹어야 하고, 그래서 살아 남아야 하는건

살아 있는 것들이면 다 마찬가지겠지만,

순식간에 두놈의 이끼청소 물고기를 잃어 버리고 나니 허탈하다.

 

먹이를 제대로 주면 다른 놈을 먹어치우지 않을까?

(제대로 신경써 주지 못하면 식물이고, 동물이고 살아 있는 것들을 집에서 키우지 말아야 하는데...)

아니면 다른 놈을 잡아 먹는 놈들을 색출해서 건져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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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4 21:42 2004/11/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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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약 엄청 뿌려 놓고, 양쪽 귓구멍에는 휴지를 돌돌말아서 꽉틀어막고,

치킨에다 맥주까지 몇잔 마시고 드러누웠더니

이틀째의 천막잠은 날씨가 추워졌지만 그런대로 몇번 안깨고 잘 잤다.

물론 잠들기 직전에 마신 맥주 덕분에 얼굴이 팅팅 부었지만...

7시에 일어나서는 세수하고선 사당역으로 가서 버스타고 경기대 후문에 내렸다.

9시 20분쯤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한시간도 더 먼저 도착했나 보다.



다행이도 동수원 톨게이트를 나오고 있단다. 경기대를 통과해서 정문 앞쪽의 주차장에서 한시간 반을 기다려 조합원들이 다 모여서 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전품지부 조합원 등반대회에 오라 해서 갔는데, 당초 조합원 70여명이 오기로 했다는데, 51명이 왔단다.)

반딧불이 화장실(?)을 지나 약간 경사진 곳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숨이 찬지 모르겠다. 명치 윗부분이 꽉막힌듯 한 거 같기도 하고,

뭔가 심장을 꽉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원래 산행 시작할때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너무 심하다 싶다.

(이러다 가슴을 부여안고 주저앉으면 그냥 못일어 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출발부터 우리 조의 제일 뒤쪽에 처졌다.

 

완만하게 오르고 그리고 평지를 걷고 또 완만하게 오르고, 평지를 걷고...

돌계단이나 쇠계단 하나도 없고, 모두가 흙길로 되어있어서 너무나 걷기 좋은 길이다.

차츰 가슴이 진정되어 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우리 조의 꽁무니를 지키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 졌지만 해가 오르니까 추운줄은 모르겠고, 낙엽 쌓인 길을 너무 편하게

걷고 있었다. 어느 산에서도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은 없었던 거 같다.

산이 높으면 당연히 험한 길들이 있고, 또 그 산이 망가진다고 온통 계단으로 길을 만들어

어느 산을 가든지 나무계단과 철계단, 돌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거나 내려와야 하는데,

이 산에는 그게 없다. 그저 부드러운 흙길을 걸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의 산을 가는 방법도 또 색다르다.

형제봉과 비로봉 봉우리에는 오르지 않고, 우회해서 그냥 지나간다.

그리고 두세곳에서 미리 도착한 조합간부들이 퀴즈도 내고 춤도 추게 해서 조별로 점수를 매긴다. 그저 헐렁헐렁 걷다가 쉬다가, 봉우리에 올라서는 사방을 구경하다가 슬금슬금 가는 산오리인데, 조편성이 되었으니 속한 조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마냥 따라 갈 수 밖에..

그리고는 토끼재에서 하산해서는 상광교동이라는 버스종점까지 내려오는데 두시간 남짓 걸렸다. 산오리가 가는 방식대로라면 세시간은 더 결렸을 텐데...

 

어쨌거나 수원과 의왕을 걸쳐 있는 이 산을 처음으로 따라 갔는데, 더 긴 코스를 택하면 대여섯시간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을 거 같다. 걷기에는 너무 좋은 산이다. 산을 못가는 사람도 산책삼아 가기에 좋은 산이다.

 

그리고는 음식점에 앉아서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막걸리 두잔 마셨는데, 이상하게도 상태가 좋지 않은 산오리는 손과 팔이 붓기도 하고, 영 기운이 없다. 엔지니어링 노조 창립 기념식에 들러서 집에 왔는데도 아직까지 얼굴이화끈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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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 22:42 2004/11/1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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