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은지 1년하고도 10개월이 지났다.

올 연말이 지나면 2년이 된다. 그동안 한 두개피 피워 본적도 있고,

몇 번은 꿈속에서까지 담배를 피우기도 했고,

얼마전에는 술자리에 앉아서 술 몇잔 마시고 옆사람이 피는 담배를 보면

나도 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끊고 있다....



우선 사무실에서 동료들이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이다.

담배를 피는 동료들이 많지만, 억지로 강요를 해서라도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지 않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담배에 대한 생각을 버릴 수가 있다.

 

그러나 사무실을 나서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직도 담배를 자유롭게 피우는 곳은 노동조합 사무실이다.

비록 금연건물이라 하더라도 노동조합은 이를 자랑스럽게(?) 어기고 있고,

조합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라도 조합사무실을 찾게끔 하는,

처절한(?) 배려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 조합 사무실에서 근무하는데 담배를 피지 않는 사람은 거의 죽음이다.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건자재시험연구원 지부도 마찬가지다.

노조사무실에는 항상 담배연기가 자욱하고,

산오리는 이 연기를 피해 사람들이 조합간부나 조합원들이 있을때는 사무실 문밖에서

서성거리거나, 또는 그옆 회의실에서 앉아 있기도 한다.

천막도 마찬가지다. 저녁먹고 여성조합원 두 명이 있어서 같이 얘기하는 동안에

담배연기가 없다 했더니, 두 여성 조합원이 가고 나자 마자, '담배 피우자' 면서 모두다

한개피씩 빼어 문다.

다시 슬그머니 일어나서 천막 밖에 나와서 서성이다가 이제는 날씨도 추워지니까

이번에는 노조 사무실로 돌아왔다.

 

노동조합 전임하면서 내가 담배를 피울 공간이 없다고 판단해서

(대부분이 다 피우니까 내가 피지 않아도 핀 것 만큼, 또는 그이상 피운 효과가 있으니..)

담배를 끊었는데, 지부나 다른 노조 사무실에 가면 담배연기와 숨바꼭질을 벌여야 한다.

 

담배연기 잘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참세상 게시판을 뒤져보니, 지난 연말에 금연 1년만에 쓴 글이 있는데,

여전히 그때의 생각이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배 끊어 1년....(2003년 12월 31일)

 

지난 연말 촛불시위하고서 소주 한잔 마시고 일산 들어오다가
담배 끊어버리겠다고 하고서는 딱 1년이다.
그동안 두어번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지만 이제는 담배연기가 싫다.
담배 끊고서 달라진 거...

지갑에 돈이 남아 있다.
하루에 반갑정도 밖에 피우지 않았는데도 담배 사는 것은 한갑으로도 안되고
때로는 그보다 더 샀던 거 같다. 그러니 지갑만 열면 담배 사는 것으로 시작하고
때로는 보루로 사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니 돈이 남을수 밖에...
근데, 그렇게 많은 돈이 남았는데, 1년전이나 지금이나 마이너스 통장은
마찬가지 수준이니..그 돈은 어디로 간 걸까?

오락가락 덜한다
아침에 집을 나서다가도 '아 담배' '아 라이터' 하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움직일때 마다 호주머니를 만져보고 확인하고, 담배나 라이터 없으면 불안했는데
그게 사라졌다. 이제는 챙겨야 할 것이 지갑과 휴대폰 이렇게 절반으로 줄었으니
집을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경우도 줄었다.

쫓기지 않는다
실내공간에서 나와서 차로 이동하거나 차를 타고 가다가 휴게소에 들르거나
잠시라도 밖에서의 여유가 있으면(없으면 만들어서라도), 담배를 피워 물어야했다.
그러나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다른사람 눈치보면서 허겁지겁 담배를
빡빡 빨아댈 시간을 찾아 헤멜 필요가 없어졌다. 그만큼은 여유...

잔소리 안듣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꼭 한마디씩 듣던 잔소리, 그거 완전히 사라졌다.
오히려 이제는 밖에서 잔소리 크게 하는 쪽으로 역전되었다...

건강---좋아진 거 느끼지 못함(배는 더 늘었음)
담배연기와 함께 하는 여유, 긴장해소 ---- 이건 잃어버려 아쉬움
담배친구들과 느끼는 진한 동료애--- 이것 역시 잃어버려 아쉬움

또 뭐가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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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1 22:05 2004/11/11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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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시설안전기술공단에서 파업하는데, 천막에서 자다가

용역깡패들한테 얻어 맞은 이후로 천막에서 잠잔 적이 없었지 아마...

그리고 천막에서 잠자는게 조금은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갑자기 용역 깡패들이 나타날까봐...

그렇게 다시 깡패들이라도 나타나 준다면  오히려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니까

깡패들이 오라고 빌어야 할 판이다.... 요즘 갑갑한 사업장에서는.



오늘 부터 다시 천막에서 한댓잠을 자야 할 형편이다.

물론 계속해서 천막에서 잠자지는 않고, 가끔(?) 들러서 천막에서 잘 계획이지만,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이즈음에 천막은 답답함으로 다가온다.

 

서초동에 있는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 지부의 단협이 풀리지 않고 있다.

산자부의 망령이 여전히 살아 있는데다, 사용자들도 이를 이용해서 노동조합을 아예 허수아비로 만들고 싶은 모양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천막농성 출정식을 갖고 오후에 교섭에 들어갔는데,

사측의 원장이 천막농성 들어간 것이 유감이라고 중얼중얼거린다.

우리측 교섭위원들이 '단협해지 통보는 괜찮고 고작 천막 친 거로 시비를 거는 거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사측이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말싸움이라도 붙어보자는 듯이

시비가 계속된다.

'교섭하기 싫다는 것이냐? 뭐냐?'는  큰소리가 우리측에서 날아가고,

책상도 두드리고 물병도 날아가고... 책상도 밀고...

개새끼, 소새끼 얘기도 나오니까 원장이란 인간은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결국은 교섭은 10분도 안되어서, 본격적인 조문 논의는 시작도 못해보고 끝났다.

 

저녁에 천막 바닥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천막 옆 벽 천으로 둘러서  설치하고, 난로도 들여놓고, 전기매트도 들어 오고...

조합원들 모여서 도시락 시켜먹으면서 넘 즐거워 한다.

싸우는 것은, 모여 있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오늘 저녁 천막에서 잠들면 따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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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9 21:02 2004/11/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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