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2


당신은 샛노란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당신은 빠알간 몸뚱아리를 내밀기도 하고

당신은 말로는 쓰지 못하는 신비한 색깔로

물들인 사랑의 마음을

몸으로 몸으로 그리는데


나는

당신에게 드러내 보일 빛깔도 없고

당신에게 자랑할 아름다운 색동옷 한 벌 없고

당신의 마음에 화답할

원색의 몸뚱아리조차 없지만


나도 이제는

노란색 물감통에 내 몸을 절이거나

빠알간 물감 서너 바가지 들이 마시거나

당신이 원하는 신비한 색깔을

마음에 마음에 그리고 있겠다


비록 겨울이 온다 하더라도...

              <2004.11.3.>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1/08 23:53 2004/11/08 23:53
Tag //

두꺼비가 언제 만경대 비박크에 데려갈 거냐고 묻길래,

요즘 가면 얼어죽을지 모르니까 11월 첫주말에 어디 다른 산으로 가자고 했더니

주저하지 않고 월출산으로 가잔다.

두번이나 갔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올라가지 못했다나 어쨌다나....

그러자고 했지, 산오리도 월출산은 가보지 못했고, 지난 2-3년에 월출산 가는 산행팀에

붙어 가려 했는데, 그때마다 무슨 일이 있어서 못가고 말았으니...



산에 가자고 해놓고 가야 할 날은 다가 오는데,

같이 갈 사람이 없는거라, 그래서 패거리들한테  같이 가자고도 해보고,

우리 노동조합에서 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도 광고를 했는데, 시간이 안나는 거라.

그러다가 두꺼비한테 금욜날 오후 몇시에 만나자고 얘기하면서 같이 갈 친구 있으면

오라 했더니 이미 '아리따운 여인네(?)' 둘이 같이 가기로 했단다.

 

금욜 약간 땡땡이를 치고 3시가 좀 넘어서 세 여인네를 만났다.

그리고는 차를 몰아서 호남고속도로 광산 아이씨에서 나와서 나주를 거쳐서 영암,

그리고 월출산 도갑사 아래까지 가니 10시가 넘었던가 안넘었던가?

맨날 어디 가면 삼겹살 구워 먹는 것도 지겹다고 간 고등어와 삼치를 사서 버섯과 같이 구워서 먹었더니 삼겹살 먹는 거보다 훨 낫다.

산오리는 12시가 한계라 소주 좀 마시고 잠들고, 세 여인네는 자기들끼리 뭐 그리 할얘기가 많은지, 먹고 떠들고....(그 얘기 속에 끼어들 틈이 없었다...겨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했는데, 그게 가해인지, 피해인지, 그게 가해와 피해로 구분할수 있는지조차 막연하단다. 그런데 산오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이름도 이제는 까먹었구나...ㅋㅋ  알면 또 뭐하랴...)

 

7시에 일어나서 8시에 출발하려 했는데, 그게 뜻대로 안되지, 9시가 되어서 출발...

도갑사 민박집에서 택시를 타고 천황사 아래쪽으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한건 9시 반쯤..

불타버린 천황사지를 지나서 구름다리에 올라 다리를 구르고.. 사진도 찍고... 그리고는 다시

아래쪽으로 내려와서 바람폭포에 이르러 물도 안내려오는 폭포를 구경하고, 수도꼭지 달아놓은 식수를 마셨다. (구름다리에서 사자봉으로 올라가면 시간이 한시간은 더 걸린다고 해서 바람폭포쪽으로 내려왔는데, 시간 걸리는건 비슷하지 않았으려나?)

아래쪽의 단풍은 아직도 노랗고 빨간 빛을 보여주었고, 땀좀 흘리며 천황봉을 향해 부지런히 올랐다. 조금씩  오를때마다 주변의 논과 저수지와 산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연신 탄성을 질러가면서...

(아, 맞다 지난 밤에 비도 약간 오고, 서울은 거의 폭우가 왔다는데, 아침에 안개가 조금 있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았다. )

 

한시간 반이면 오른다는 천황봉을 두시간 반이나 걸려서 올랐다. 천황봉에 오르니 사방이 다 보이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어디 앉을 곳도, 밥먹을 곳도 없다. 그래서 조금 더 내려와서 주먹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맛없을 거 같은 주먹밥인데, 넘 맛있다.

 

월출산은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구정봉쪽을 바라다보니 남쪽에서부터 북쪽까지 능선이 쫘악 펼쳐 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이스턴 섬의 불가사의 바위 조형물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고생대의 공룡이 뛰어다니던 산하를 보는 거 같기도 하고,(공룡은 고생대에 뛰어 다녔나? 중생대인가? 신생대인가? 하튼...넘 모르는게 많아...)  저렇게 많은 바위들은 도대체 어떻게 누가 신비스럽게 만들었을까? 자연의 힘인가? 도대체 몇천년 몇만년이면 바위도 저렇게 비바람에 '녹아서(?)' 저런 모습을 만들수 있는 것인가?

 

구정봉은 스쳐 지나고, 억새밭으로 향했다

이미 억새는 철이 지났지만, 햇빛을 받은 억새꽃은 아직도 넘 하얗고, 하늘 거린다. 

억새밭을 지나서 도갑사로 내려오는 길은 평범한 길....

여기까지 오면서, 바위 계단, 흙길, 나무계단, 바위길. 돌계단, 산죽 어우러진 길.... 하튼 너무 다양하고 멋진 길들이 이어졌다.

천황사에서 출발해 도갑사로 내려오는 길이 너무 볼거리도 많고, 등산하기에도 좋은 길인 거 같다. 거꾸로 올라 갔으면 너무 지루했을 거 같다.

도갑사에 내려오니 4시... 민박집 아저씨가 2시면 도착할 거라 했는데, 여유만만 산행은 그럴수 밖에 업지.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잔은 피할수 없는 선택. 목포로 내려가는 길에 어디라더라,,, 그기서 '갈낙탕'을 먹을 시간과 여유가 없어 그냥 왔지만...

 

오가며 10시간이 훨씬 넘게 길바닥에 시간과 돈을 버렸지만,

그 버린 거만큼, 또는 그이상의 멋진 월출산이었으리라.

겨울에도 또 간다.... 이번에는 하루가 아니라 이틀이라도 개기면서....

 

* 디카 밧데리 충전하느라고 두고 안가져 갔더니 사진이 없네.

  일행중에 멋진 배우 한 처녀가 디카 가져 와서 사진 찍었으니 보내주면

  그때 사진도 올려야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1/07 20:02 2004/11/07 20:02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