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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 웅녀는 자궁 빌려준 대리모?

 

 

 

단군신화’ 웅녀는 자궁 빌려준 대리모?
신화 자투리·전설·민담 모으고 상상력 보태
상식 깨는 신화 원형 재구성
전설속 마고할미에서 남녀 우위 뒤바뀜 보고
‘바리데기’ ‘제석본풀이’ 등 무가 통해
모계사회·수렵시대의 흔적 끄집어내
한겨레 임종업 기자
▲ 우리신화의 수수께끼
조현설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3000원
아득한 시절, 하늘-땅, 해-달-별이 만들어지던 때. 하늘이 땅으로부터 멀지 않고 때로 큰 물 져 새 하늘과 새 땅이 펼쳐지던 시절. 두메 사이 골짝과 물과 물 사이 벌판에 움집을 튼 이들은 조상 이야기를 입에서 입으로 대를 이었다. 깬돌부족은 간돌부족에게, 간돌부족은 청동부족에게, 청동부족은 쇠부족에게 복속하면서 부족은 부침하였고 이에 따라 조상신 이야기들은 운명에 따라 명멸하지 않았겠는가. 그 많던 신화는 어디로 갔을까?

단군의 어미 곰인가 호랑이인가

<우리신화의 수수께끼>(한겨레출판 펴냄)는 그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티벳, 몽골, 만주, 한국 신화 비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 조현설은 동아시아 신화를 섭렵하고, 신화 자체는 물론 전설과 민담에서 화석으로 남은 신화의 조각을 모아 잃어버린 신화의 원형을 재구한다.

흩어진 시공의 범위가 광대한 신화들은 연구자로 하여금 시적 상상력을 요구하고 때로는 논리의 비약을 감행케 하지만 깁고 메워 제시되는 ‘물건들’은 으레 그런 줄 알아온 사람들, 특히 교과서로만 신화를 배워온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단군신화의 완고한 틀을 깨면서 첫머리부터 독자의 시각교정을 요구한다. 단군신화의 웅녀는 자궁을 빌려준 대리모에 지나지 않는다! 판이한 에벤키족 신화와 곰나루 전설. 웅녀가 고조선에 편입되어 정체성을 잃었거나 고조선 해체 뒤 잔류집단이 북방으로 간, 혹은 남하한 족속의 시조모라고 추정한다. 나아가 설암(1651~1706)이 지은 <묘향산지>에서 단군의 어미가 곰이 아닌 백호일 가능성까지 연다. 중국 쓰촨, 윈난에 사는 이족의 신화, 손진태 <조선민담집>의 남매혼 홍수신화 변이형, 왕건의 6대조 호경 이야기, 아크스카라족 호랑이 시조신화가 뒷받침 자료로 동원된다.

또다른 단군신화를 전하는 <삼국유사> 왕력편에 주목한다. 즉, “단군이 서하 하백의 딸과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이 부루다. 해모수가 하백의 딸과 사통하여 주몽을 낳았다니 부루와 주몽은 배다른 형제일 것”이라는 내용이다. 지은이는 고려인의 삼한통일 의식이 부루를 고조선, 고구려, 부여의 매개자로 만들었음을 추론한다. 나아가 부루를 오랜 조공관계의 표상으로 삼은 조선 초의 사대의식과 갑오개혁 이후의 변주를 통해 역사 속에서 신화가 살아 움직임을 내세운다.


이렇게 상식을 깬 지은이는 신화 자투리나, 전설과 민담에서 캐낸 화석신화로써 우리를 역사의 아득한 곳으로 인도한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는 백조처녀를 신화로 하는 집단이 한반도에 들어와 융화된 잃어버린 역사를 말하고, 달래고개(또는 달래강) 전설에는 ‘대홍수 뒤 살아남은 오누이’라는 창조신화의 지문이 찍혀 있다. 그 뿐인가. 전설속 마고할미는 남녀의 우위가 뒤바뀌면서 창조신의 지위를 남신에게 넘겨주고 산신으로 추락한 여신의 화석이며, 미륵이 창조한 세상에 석가 나타나 꼼수로 내기를 이긴다는 얘기는 어쩔수 없이 불교를 포용하게 된 샤머니즘의 불교에 대한 적대감이 숨겨져 있다.

역사속에서 살아 움직인 신화

▲ 인간을 괴롭히는 해를 화살로 쏘아 맞혀 한개만 남기는 신화는 일종의 창조신화. 제주도 소별왕·대별왕, 경기도 선문이·후문이 설화에 잔존하며 신라 경덕왕 19년 월명사가 도솔가를 불러 해의 괴변을 물리친 이야기로 변형돼 있다. 그림은 <산해경>에 보이는 명사수 ‘예’.
제주도 선문대할망, 충청도 갱구할머니의 제옷 만들기 실패, 명월각시의 남편을 위한 구슬옷 만들기 얘기에서 여신의 주변화를, 다섯덩이로 흩어져 장사 지낸 혁거세 이야기의 말미에서 혁거세를 농경신으로 섬기고 싶어하는 신라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낸다. 석탈해한테 집을 뺏긴 인물, 김알지의 발견자로 등장하는 호공은 박·석·김보다 앞선 남방계 선주민이 훗날 읽어주기를 바랐던 자신들의 자취다. 해모수와 통정한 뒤 햇빛이 몸을 따라 움직여 임신하고 금와왕의 여자가 된 유화의 아들 주몽. 이중임신에 아버지가 셋인 주몽 설화는 고구려가 여러 종속의 연합체 국가임을 드러내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난생화소 역시 남방계의 흔적이다.

가장 풍부한 ‘신화의 바다’는 아무래도 무가다. 지은이는 이 책의 반 가까이의 분량에서 무가 깊숙히 가라앉은 부계사회 이전의 모계사회, 농경사회 이전 수렵사회의 아릿한 흔적을 인양한다.

버린 딸로서 불치병의 아비를 고치고 무당신이 된 <바리데기>가 그런 흔적의 백미. 고구려 유리왕의 어미와 달리, 생부의 존재를 알려주기 꺼리는 <제석본풀이>의 당금애기와 <이공본풀이>의 원강암이는 잃어버린 모계사회의 목소리를 낸다. <성주풀이>에는 이동에서 정주로, 수렵에서 농경으로, 남성중심 문화로의 변모라는 문화사적 내력이 점철돼 있다. <송당본풀이> <궤눼깃당본풀이> 등 당신신화 역시 사냥족 소천국과 농경족 백주또의 혼인 이야기를 통해 농경과 수렵이 교체하던 때의 모습을 전한다.

신화는 수수께끼 내기를 건다

<세경본풀이>에서 게으름뱅이자 대식가로 나와 천하일색 자청비를 괴롭히는 정수남은 부정적으로 변모한 수렵신적 존재로 추정한다. <칠성본풀이> 속의 뱀 이야기는 ‘구렁덩덩신선비’와 달리 뱀-여성-농경문화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해준다.

지은이는 제주도의 <삼공본풀이>를 통해 신화는 계속된다고 말한다. <삼공본풀이>는 제주도 심방들이 평강공주, 서동과 선화공주, 심청전 등의 화소를 짜깁기해 만든 운명신 이야기. ‘누구 덕에 먹고 사느냐’는 부모의 물음에 “내 배꼽 밑에 선 그믓 덕에 먹고 입고 삽니다”라고 답하는 가문장아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부모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일궈가려는 강인한 제주 여성의 주체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먼길을 돌아와 다시 던지는 질문, 신화란 무엇인가. <에다>의 신 오딘이 던진 ‘땅과 저 위의 하늘은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겠는가. 예컨대, 창조신이 하늘을 밀어올려 천지를 만들고 죽은 후 몸의 각 부분이 만물로 변형되었다는 수수께끼 같은 답. “신화는 언제나 한판 수수께끼 내기를 하자고 저 푸른 안개 속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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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정권, <두사부일체><공공의 적> 이용해 사학법 개정&quot;

 

 

 

노 정권, <두사부일체><공공의 적> 이용해 사학법 개정"
전여옥 의원 주장... '문화 음모론' 제기
텍스트만보기   김지은(Luna) 기자   
▲ 영화 <공공의 적 2>에서 명선 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 분)의 모습. 재단 이사장의 둘째 아들이었던 한 상우는 명선고교를 다녔으며, 애초 재단을 물려받기로 한 형의 사고로 인해 이사장이 된다.

▲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정권이 <두사부일체> <공공의 적> 등 문화를 이용해 사학법 개정에 성공했다."

한나라당 전 대변인이었던 전여옥 의원의 주장이다. 두 영화가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정권의 '정치적 장치'였다는 얘기다.

전 의원이 한 토론회에서 이처럼 영화 <두사부일체>와 <공공의 적 2>을 개정 사학법과 연결 지으며 '음모론'을 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영화 <두사부일체(감독 윤제균, 2001년 개봉)>와 <공공의 적 2(감독 강우석, 2005년 개봉)>은 모두 사학재단의 비리를 소재로 다뤘다(전 의원은 <공공의 적 2>와 이 영화의 전편인 <공공의 적>을 혼동해 잘못 말한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진보적 개신교계 인터넷 신문인 <뉴스앤조이>에 따르면, 전 의원은 지난 14일 대구 남부교회에서 열린 '미래포럼 시국대토론회'의 발제자로 참석해 "노무현 정권이 <두사부일체>와 <공공의 적> 등 문화를 이용해 사학법 개정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의원은 "개정 사학법은 우리 아이들을 친북 좌파로 키우고,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홍위병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신문법과 과거사법도 모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전 의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개정 사학법을 연관 지으며 "개방형 이사의 경우 학교에서 교통비 등을 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노무현 정권의 떨거지들'에게 빚을 갚기 위해 만든 일"이라고 비꼬았다.

또 전 의원은 "현재 전교조 교사는 전체 교사의 20~25% 정도인데 이 중 50%가 학교운영위원회 소속"이라며 "전교조 선생이 한명만 들어가도 학운위는 맥을 추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전교조가 합법화된 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전교조가 아직 설익은 고등학생들에게 (이념 교육을) 시킨다면 얼마나 위험할 지 상상도 못 한다"며 전교조 합법화를 잘못된 일로 몰아부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전 의원 외에도 김상철 변호사('미래한국' 대표),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서석구 변호사가 참석해 ▲사립학교법 원천무효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보수대연합 ▲북한 인권과 북한구원운동 ▲연방제사변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 등의 주제로 발제했다.

▲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영동파 두목 계두식(정준호 분)은 '큰 형님'으로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라는 명령을 받고 사립고교에 기부금 입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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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진] 다리 부러진 고라니 일병 구출작전

내는 고라니가 새인줄 알았다.

 

 

필진] 다리 부러진 고라니 일병 구출작전
필진네트워크
▲ 제가 낚시를 한 굴암리 둠벙의 한 풍경입니다. 사진 테크닉은 후지지만 장면은 멋지죠? /필진네트워크 전종휘
제가 지난 주말 낚시를 갔다 고라니 한 마리를 구했습니다. 왼쪽 뒷다리가 부러진 채 300여 미터가 넘는 강을 헤엄쳐 건너며 죽음 앞에서 살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진 생명의 힘을 보여준 그 현장을 사진과 함께 안내합니다.

저는 지난 14일 토요일 오전 7시께 서울 집을 나서 경기 여주를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유일한 취미생활 낚시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여주는 강뿐만 아니라 많은 둠벙과 저수지로 낚시인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입니다.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쪽 둠벙에 도착하니 얼음이 얼어있더군요. 얼음 낚시 1시간 동안 입질 한 번도 없습니다. 차를 몰고 둠벙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강이 나옵니다. 그 쪽은 얼지 않았습니다. 1월초에 얼음이 아니라 물에 찌를 띄우고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낚시꾼으로선 크나큰 행운입니다. 자리를 그리로 옮겼습니다. 분위기는 좋습니다. 3.2칸대 두 대를 폅니다. 조용합니다.

그런데 오후 1시께부터 강 건너편에서 사냥용 총소리가 울립니다. 여러 차례 납니다. 혼자 욕했습니다. "낚시도 안되는데 어떤 XX가 총을 이리도 쏴대는거야?" 군대 다녀온 사람은 압니다. 이 총소리가 군에서 쓰는 K-1, K-2 총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10분쯤 지났을까요. 건너편에서 돼지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납니다. `풍덩' 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멀지만 보입니다. 한 네발 짐승이 강에 뛰어들어 이 쪽을 향해 헤엄을 칩니다.

▲ 헤엄치는 야생 고라니 본 적 있으세요? 건국 이래 최초의 촬영된 화면이 아닐지, 감히, 생각해봅니다.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체의 힘은 놀랍습니다. 왼쪽 뒷다리가 부러진 고라니가 무려 300여 미터를 헤엄을 쳤습니다./필진네트워크 전종휘

10분도 채 지난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동물이 이 쪽 뭍에 다다랐습니다. 가만 보니 고라니입니다.




▲ 어때요? 이놈 귀엽지요? 300여미터를 세 다리로 헤엄친 대단한 놈입니다요./필진네트워크 전종휘

저는 웃습니다. 물고기도 안잡히는데 웬 고라니냐. "오늘 밤 신선한 고기 실컷 먹겠군." 어머니에게 중간 보고를 합니다. 어머니 정색을 하십니다. "들짐승은 함부로 잡으면 안된다." 어머니 말씀에 겁많은 저도 긴장합니다.

잠시 뒤 가보니 이 놈이 어딘가를 다쳤습니다. 육상 달리기라면 저보다 빠를 이 놈이 제가 가까이 가도 멀리 도망을 못 갑니다. 참고로 저는 고3 때 100m를 13.9초에 달린 게 최고 기록입니다. 덮쳤습니다.

이 놈 목을 왼손으로 누르고 제 몸으로 이 놈 몸을 깔아뭉갭니다.

저항이 대단합니다. 가만 보니, 이 놈 네 발엔 모두 굽이 달렸습니다. 제 손톱, 발톱 두께의 수십배는 되는 굽이 이 놈에겐 있습니다. 잘못하다간 제 이빨 나가게 생겼습니다. 그런데 왼쪽 뒷다리가 완전히 부러졌습니다. 부러진 뼈가 살갗을 뚫고 나와 1센티미터 이상 보입니다. 참혹합니다.

이 놈 눈을 봅니다. 처량합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동물의 애처로운 눈빛입니다. 차마 그 눈빛을 보고서도 이 놈을 먹고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습니다. 가만히 타일렀습니다. "내가 널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려주려고 하는거야. 나랑 같이 동물 병원 가자, 응, 제발" 말귀? 안통합니다. 이 놈 버둥거립니다.

한 5분쯤 잡고 있다 놨습니다. 답이 안나옵니다. 이 놈 도망도 못갑니다. 10여 미터 앞에 있는 풀숲에 몸을 숨기고 가만히 움직이질 않습니다.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했습니다. "여기 어디어디인데요, 다리 부러진 고라니가 있어요. 도와주세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119소방대가 나무위에 기어올라간 고양이를 구출하거나 도심에 출현한 동물을 생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119소방대가 위기에 처한 우리 동물의 친근한 이웃인줄 알았습니다. 말짱 황입니다. 119소방대 끝까지 안옵니다. 대신 경찰과 군청에 연락해 대신 오라고 하더군요. 경찰이 먼저 왔습니다.

경찰 어떤 때는 지나치게 거들먹거립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성실한 업무수행을 합니다. 하지만 소용 없습니다. 경찰은 마취총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119 소방대는 있던데... 마취총을 동물 구하는데 안쓰면 어떤 때 쓰려고 지급했을까, 의문이 듭니다.

한 경찰 관계자가 119에 전화를 걸어 따집니다. 왜 업무를 미루냐구요. 맞는 말입니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소방관도 있겠지만, 적어도 텔레비전에 나온 119 소방대원들의 동물 구출작전은 사기성이 짙다는 게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방송에 나오는 화면을 가만히 보십시오. 대부분 소방서가 찍은 화면입니다. 방송사에 보내 전파 탈만한 것만 찍습니다. 그리고 홍보합니다. 그럴 만한 현장만 나가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건 실망입니다.

여주군청 담당자는 관내 경찰차가 도착한 지 1시간 이상 뒤에 왔습니다. 다행히 포획용 박스를 가져왔습니다. 그 때까지 꼼짝 않고 있던 이 놈을 생포했습니다.

▲ 풀숲에 숨은 놈에게 제가 다가가자 이 놈, 궁둥이만 보이고 얼굴은 감춘 채 숨습니다.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필진네트워크 전종휘

잡을 때는 격렬한 저항을 하던 이 놈도 막상 통 안에 들어가니 조용하더군요.

▲ 경찰 2명과 군청 담당자 등 셋이서 고라니 포획에 성공했습니다. 야생동물 1마리를 살리기 위해 토요일 오후 시간을 반납한 공무원 여러분에게 `짝짝짝' 박수를 보냅니다, 119 대원들만 빼고... /필진네트워크 전종휘

여주군청에 간 이 고라니는 광주 쪽에 있는 동물보호협회로 갔습니다. 다리가 두 동강 난 이 고라니는 어떻게 됐을까요? 수술을 제대로 받고 정상의 몸을 되찾았을까요? 아니면 끝내 부상당한 다리를 잘라내야 했을까요? 조만간 제가 후속 보도를 하겠습니다. 그 사이 이 고라니의 안녕을 빌어주십시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종휘
격투기 자동차 낚시 그리고
http://wnetwork.hani.co.kr/symbio/
| 한겨레 필진네트워크 나의 글이 세상을 품는다





기사등록 : 2006-01-17 오전 11:36:17 기사수정 : 2006-01-17 오후 01: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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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과 임종석이 가장 존경하는 김근태와 손학규

황금분할?

 

 

원희룡과 임종석이 가장 존경하는 김근태와 손학규
14일 KBS 파워인터뷰 출연… ‘광야에서’ 합창하며 우의 다져
입력 :2006-01-15 17:37   이기호 (actsky@dailyseop.com)기자
▲ 원희룡 의원과 임종석 의원이 출연한 14일 KBS '파워 인터뷰' ⓒKBS 화면 캡쳐 

여야에서 각각 ‘40대기수론’을 내세우고 있는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과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상대당의 대권주자 중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손학규 경기도지사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임 의원과 원 의원은 14일 저녁 KBS1TV ‘파워인터뷰’에 나란히 출연해 현 정국과 관련된 견해를 밝혔다. 이들 의원은 특히 프로그램 막판에 상대당 대권주자 중 누굴 존경하느냐는 가수 이안 씨의 질문에 각각 김 의원과 손 지사를 선택해 눈길을 모았다.

당최고위원이라는 타이틀 덕에 ‘서열대우’를 받으며 먼저 의견을 밝힌 원 의원은 김 의원에 대해 “민주화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지해온 일관성을 존경한다”며 호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의 문제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갖고 계시더라”며 “끊임없이 화합하려는 면에서 상대적으로 김 의원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선 임 의원은 “선거를 해서 여당이 지고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 있는데 가장 걱정되는 것은 남북관계와 균형발전”이라며 “더 구체적인 정책을 들어봐야겠지만 지금까지는 손 지사가 가깝게 노력해 오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손 지사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원희룡 “정치도 게임처럼 전략 필요하다”

▲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 ⓒKBS 화면캡쳐 
“가장 불리한 종족인 테란을 가지고 새로운 전략으로 테란의 황제라는 신화를 일궈냈다”며 프로게이머 임요한의 ‘왕팬’임을 자처한 원 의원은 “자원이든 환경이든 여러 가지로 불리하지 않느냐”며 “세계적인 한국이 되기 위해서는 전략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해 이금희 씨로부터 “역시 정치인은 게임도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패널로 나선 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게임만 하고 정치는 안 한다”는 비판을 소개하자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팬클럽의 주장을 그냥 들으신 모양”이라며 “잠깐 게임하는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 당일로 선거운동이 금지된 날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 게임하는데 보통 3분에서 5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며 ‘휴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에 개인갤러리를 오픈했다가 일부 네티즌들의 반발을 야기했던 임 의원은 “진정으로 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호되게 맞았다”면서도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특히 “누구나 개혁에 동의하지만 개혁은 과정에 있다”며 “과감히 도전했는데 많이 질책을 받아도 계속 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가수 이안 씨가 다시 “젊은 층을 위한 인기관리 아니냐”고 뼈있는 질문을 던지자 임 의원은 “정치인이 인기를 받으려고 하고 유권자의 표를 받으려고 하는 것을 밉게 보지 말아 달라”며 “여기 와서 두들겨 맞으면서도 소통하려고 한다”고 거듭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패널 “그런 생각 가진 분이 어떻게 한나라당에 있나”

‘결정된 당론은 따라야 한다(이규택 의원)’ ‘원내 병행투쟁에 공감 못한다(엄호성 이윤성 의원)’ ‘신당을 만들거나 탈당을 하는 게 낫다(시민)’ 등 ‘자기 골대를 향해 공을 찬다’는 비판이 소개되자 원 의원은 “전교조가 사학을 장악한다든가 우리 아이들에게 친북이념 심으려는 의도라는 주장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고 지나치게 과장된 주장”이라며 소신을 반복했다.

그는 “이런 주장들이 당내에서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고 줄기차게 문제제기를 했다”며 “그 과정에서 비판이 강해지다 보니 지나치게 이념에 집착하는 것은 거의 병에 가깝다고 말했는데 굳이 그런 표현을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에 사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용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민주주의 진전과정에서 누군가는 맞아야할 매”라고 말했다.

연극배우 오지혜 씨가 “그런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 어떻게 한나라당을 선택했는지 신기하다”며 “어쨌든 열린우리당 첩자라는 소문도 있는데 왕따 아니냐”고 물었다. 원 의원은 “사실 외로울 때도 있다”고 말했지만 “왕따는 순간적 현상들”이라며 “집단 내부의 문제에 대해 먼저 자각을 느끼고 쓴 소리를 낼 수 있는 자정기능이 있어야 건전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 강정구 교수사건 등에서 수용적 입장을 보였던 원 의원은 “21세기는 이념의 세기가 아니다”며 “너는 빨갱이, 너는 꼴통 등 관념적 편싸움을 누가 시작했는지 묻지 말고 총을 내려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념 지팡이를 들고 나설 때마다 제발 그만하자고 하다 보니 목소리가 올라간다”고 말하자 이금희 씨가 “지금도 올라갔다”고 말해 웃음을 유도했다.

이안 씨가 “한나라당이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하자 원 의원은 “집단 논리에 갇혀있다 보면 또 너냐, 대체 왜 그러냐고 한다”며 “지금도 부끄럽게 느끼는 건 탄핵 때”라고 말했다. 그는 “끝까지 반대하다 타협하고 집단논리에 굴복했는데 지나고 보니 옳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낭떠러지 끝에서 공중에 발을 내딛더라도 소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임종석 “보수집권 막을 선거연합 필요” 강조

▲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진중권 중앙대 교수는 아예 “중요한 대목마다 주장이 열린우리당과 일치한다”며 “항간에 원 의원 말은 다 옳은데 다만 잘못된 한 가지는 소속된 당이라는 말도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과 임 의원이 활짝 웃었다. 진 교수는 또 “임 의원이 같은 당에 있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본인이 한나라당으로 가겠다는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열린우리당 입당 가능성’을 물었다.

원 의원이 “지금 열린우리당도 언제 갈라질지 모르는…”이라고 말하자 임 의원도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지나가면서 한 소리”라고 말한 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어려움 많을 것이라고 각오하고 왔다”며 현재 열린우리당에 소속된 ‘독수리5형제’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또 “1~2년이 아니고 짧아도 5년 길면 10년, 될 때까지 도전하고 부딪히겠다”고 덧붙였다.

‘정책비전 없는 중도통합노선은 정치철학이 아니다(김재홍 의원)’ ‘결국 40대라고 하지만 기존 정당생활에서 체화 습관화 돼있어서 새로운 도전 개혁 변화에 불안을 느낀다(이광철 의원)’ 등의 지적에 임 의원은 “실제로 저는 지금 여당이 위기라고 생각한다”며 “보수에 동의하지 않은 국민들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진 교수가 노무현 대통령의 ‘창당초심’ 발언을 소개하며 민주당과의 합당가능성을 묻자 임 의원은 “적어도 수도권에는 선거연합이 필요하다”며 “실제 민심이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는데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 그런 얘기를 못하고 있다”며 자신의 나선 배경을 소개했다.

이날 관심을 모은 대목은 유시민 의원의 입각에 반대해온 이유를 묻는 박 화백의 질문. 임 의원은 “굉장히 곤란한 질문을 하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개혁은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매우 낮은 자세로 접근해야 하는데 유 의원이 자기 자신의 가치철학을 주장했던 방법과 절차가 많은 의원들에게 걱정을 샀던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한나라당에 적응하면 편하긴 하지만…”

▲ 14일 파워인터뷰에 함께 출연한 원희룡 의원과 임종석 의원은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KBS 화면캡쳐 

‘마른 잎 다시 살아나’가 배경음악으로 삽입된 영상이 끝나자 “노래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감회를 소개한 오지혜 씨는 “정치를 하시려면 새로운 대안의 진보정당을 만드실 줄 알았는데 오래된 거대 정당을 선택했다”며 원 의원과 임 의원에게 기존 정당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원 의원은 “80년대 같은 세대들의 수많은 희생 위에 올려진 민주화의 노력이자 성과”라며 ‘빚진 마음’을 소개하고, “과연 변했는가를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철들고 가장 재미있었던 일이 87년 6월 10일 거리 시위였다”고 말했지만 “결국 정치변화가 되지는 않았다”며 민주화운동 지도부가 대거 정치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왜 하필 한나라당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에서도 입당제의가 있었다”고 말한 원 의원은 “민주당에는 개혁세력이 많아 치일 정도”라며 “거기서 할 역할이 있고 여기서 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건전한 변화를 위해 입당했다는 것. 자신을 한나라당으로 끌어들인 주역들이 현재 열린우리당에 있다고 말할 때는 자연스러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진 교수가 한나라당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지를 묻자 원 의원은 “한나라당이 점진적 변화를 게을리하다보니 많이 쌓였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오히려 급진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역설적으로 ‘보수의 혁명’을 주장했다. ‘원 의원이 변한 건 아니냐’는 오 씨의 질문에는 “적응하면 편하고 귀여움 받고 살 수 있다”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귀여움 받으면 존재 이유 없다. 당장 눈앞의 사람들 아니라 어디선가 바라보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다. 한나라당이 아직도 과거의 가문의 영광에 머물러서 아직도 여당인줄 알고 아직도 기득권세력인줄 알면 더욱더 미래는 없다.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보수도 변해야 한다. 이게 당연한 소리인데 돌출적 목소리로 들리는 게 방법이 잘못됐나 생각하기도 한다.”

임종석 “정치인은 옳은가 그른가에 앞서 되느냐를 생각”

독일에서의 추억을 거론하며 진 교수가 “진보정당을 만들지 않을까 기대했다가 실망했다”며 “당내에서 왼쪽에 있어야 하는데 중간이나 오히려 오른쪽에 있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왼쪽의 의견을 오른쪽이 이해하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하고,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훨씬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데 개혁세력이 참 소홀하다”며 소신을 이어갔다.

임 의원은 “시민운동에 있을 때는 옳은가 그른가만을 생각하면 됐지만 정치인으로서 옳은가 그른가에 앞에 ‘되느냐 안 되느냐, 어떻게 해야 되느냐’를 생각하게 된다”며 “시민사회 진보정당의 친구들이 볼 때는 항상 후퇴한 것으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밤새워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현실 정치에 들어왔으니 감수해야 한다”며 담담히 말했다.

‘40대기수론’과 관련해 임 의원은 “민주화의 가치를 체득하고 있고 사회에서 엔진역할”로 규정하고, “특히 한국사회의 40대가 역사적으로 그만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의원은 “한나라당은 대세론이나 과거의 낡은 보수의 틀에 안주하면서 국민의 기대에서 동떨어져있다”고 말하고, 여당에 대해선 “도덕성 뿐 아니라 실력을 보여 달라”고 지적했다.

오는 2월과 6월 양당의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묻자 원 의원은 “유권자의 70%를 점하는 40대 이하와의 교감을 통해 다리가 필요하다”며 “당내 40대가 분발해서 국민들에게 당당히 나서야 한다”고 말해 간접적으로 출마의사를 드러냈다. 임 의원은 “과거에는 오히려 20대에 국회의원, 30대 초반 총리도 있었고 70년대 40대 기수론으로 전국을 휩쓸었다”며 출마의사를 공식화했다. 임 의원은 방송 다음날인 15일 정식으로 출마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 원 의원과 임 의원은 프로그램 말미에 박재동 화백의 기타 반주로 '광야에서'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KBS 화면캡쳐 

한편 원 의원과 임 의원은 프로그램 마지막 부분에 어깨동무를 한 채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원 의원은“우리 젊은 시절의 공통된 정서였던 노래”라며 선곡 배경을 밝혔으며 노래와 반주는 다소 어긋났지만 박 화백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타실력을 보여줬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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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범인은 '양극화'?

중남미에서 일찍부터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도입된 결과 극심한 양극화가 발생하고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계에 넘어갔으며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실업률은 언제나 두 자리대라는 평가는 좀더 연구해 볼 필요

 

복수는 나의 것> 범인은 '양극화'?
[양극화를 넘어 ⑤] 영화 속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극과 극
텍스트만보기   박일한(news) 기자   
날이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노동뿐만이 아니라 주거와 교육 등에도 뿌리를 내리며 공동체를 갉아먹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와 함께 '양극화를 넘어'라는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양극화해소연대는 지난해 9월 전국 136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한 사회·경제 개혁 추진을 위한 연대기구다. 이 글은 기획 다섯번째로 영화 속에 나타난 양극화 이야기다. <편집자 주>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영화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조만간 개봉할 영화 <홀리데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자살한 탈주범 지강헌의 이야기다. 제작사 측은 "영화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야기를 통해 양극화 현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순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심화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실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988년의 탈주범 이야기를 모티브로 빌려왔다는 얘기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 영화였던 <나의 결혼 원정기>와 <너는 내 운명>에서 농촌총각 만택(정재영)과 석중(황정민)은 우즈베키스탄이나 필리핀으로 신부를 찾아 떠난다. 처녀들이 떠난 가난한 농촌 총각의 문제는 이미 오래된 현상이다. 반면, 같은 시기 도시에선 <작업의 정석>에서 보여주듯 펀드매니저 민준(송일국)처럼 잘 나가는 '능력 남'들이 돈 있고 매력 있는 무수한 여자들을 두루 만나면서 최적의 상대를 찾는 '작업'을 하루도 멈추지 않는다.

모두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현상이 이뤄놓은 풍경이다.

양극화의 처참한 형태를 보다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연작 첫 번째로 유명한 <복수는 나의 것>이다. 영화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직, 실업문제, 가족 동반자살, 유괴, 장기매매 등 양극화로 치달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모습을 매우 생생히 그린다.

이 영화를 통해 양극화의 사회 경제적 상황을 좀 더 생생히 지켜보자.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청각장애자인 류(신하균)는 누나(임지은)의 신장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괴를 감행한다. 돈만 받고 아이를 무사히 돌려보내리라 결심하지만 아이는 물가에서 놀다가 실수로 물에 빠져 익사한다. 중소기업 사장인 아이 아버지 동진(송강호)은 납치범이 자신의 딸을 죽였다고 판단, 복수를 감행한다.

성실하고 열린 젊은이 류는 왜 '착한 유괴'에 나섰나?

▲ <복수는 나의 것>에서 류(신하균)은 중소기업에서 성실히 일하는 노동자이며 누나를 아끼는 착한 청년이다.
영화에서 류는 매우 착하고 순진한 청년으로 묘사된다. 하나밖에 없는 가족인 누나를 끔찍이 사랑하는 성실하고 여린 젊은이다. 그런 류가 왜 유괴를 감행했을까.

먼저 누나의 신장수술이 급하다. 회사에서 돈 1천만원을 받고 잘린 후 누나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병원 측은 누나에게 맞는 신장이 없다며 무작정 기다리란다.

시간이 촉박한 류는 장기매매알선업자들을 찾아간다.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에서 몸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공중 화장실 벽마다 붙어있는 장기매매알선업자들의 광고 문구를 보고 류는 누나의 신장을 구하러 나선다.

그런데 장기매매업자들은 돈 1천만원도 모자라 류의 신장까지 내놓으란다. 누나를 살려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는 류는 무조건 허락하고 자신의 몸뚱이를 맡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다. 마취에서 깨어나 보니 누나 신장을 주겠다던 사람들은 돈과 자신의 신장만 훔쳐가고 사라져 버렸다.

돈과 신장까지 도둑맞은 류. 무엇을 할 것인가? 류의 여자친구인 무정부주의자 영미(배두나)가 먼저 유괴를 제안한다. 아이를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가 돈만 받고 돌려주는 '착한 유괴'도 있다며 류를 꼬신다.

"저 차(사장이 타고 있는 자동차) 한대면 너 월급 10년은 되겠다. 그 정도 돈은 쟤네한테는 껌값이지만 우리한테는 목숨이 달린 거야. 그런 자본의 이동은 화폐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라니까. 유괴는 무조건 나쁜 게 아니야!"

류는 결국 유괴를 결심하고, 유괴 대상으로 우연히 알게 된 중소기업의 사장인 동진의 딸을 선택한다.

유괴도 산업, 장기매매도 사업

▲ 영미(배두나)는 류에게 "세상엔 착한 유괴가 있고 나쁜 유괴가 있다"며 "누나를 살리기 위한 유괴는 착한 유괴"라고 설득한다.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심화되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영화에서 보여지듯 유괴 범죄가 급증한다고 한다. 가난의 막바지까지 다다른 사람들, 그들이 선택할 최후의 수단은 돈을 훔치거나 '돈 있는 놈'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남미다. 멕시코 등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금융시장 개방, 공기업 민영화 등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이 도입된 결과 극심한 빈부격차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계에 넘어갔고, 살인적인 구조조정에 실업률은 언제나 두 자리대 수치다.

이 지역에서는 납치산업이라는 표현까지 있을 정도로 납치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에서는 납치범이 사업가나 부유한 가정의 자녀를 납치한 뒤 최소한 100만 달러의 이상의 거액을 챙긴다고 전해진다.

부자 동네엔 '방탄차 개조' 전문업체가 성업 중이며, 유괴나 납치에 대비한 보험업, 경호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납치 경호원 이야기를 담은 <맨 온 파이어>나 납치 협상가의 이야기를 담은 <프루프 오브 라이프>같은 영화에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다.

불법 장기매매도 사실 빈부격차가 극심한 사회일수록 증가하는 현상이다. 장기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먹고 살 것 없는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신의 몸뚱어리라도 팔려고 들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장기매매의 주요 원인이 이런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상황에 따른 것이라면, '장기의 자유판매를 허용하자'는 일부 자유주의 학자들의 주장은 공허한 말일 수밖에 없다. 자발적인 자유 판매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판매일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카드 빛에 몰린 수백만의 사람들의 장기가 자유롭게 거래되는 세상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무차별 구조조정과 가족 집단자살, 이미 낯익은 이야기들

딸을 유괴당한 아버지, 동진은 복수를 결심한다. 그가 제일 먼저 범인으로 주목한 대상은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다 잘린 팽 기사다. 동진은 최근 경영 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팽 기사는 갑자기 나타나 복직을 요청하며, 동진 앞에서 할복을 시도했다.

"사장님, 저 좀 살려주세요. 마누라 도망가고 애새끼들 굶어죽고 있습니다. 저 6년 동안 결근 한번 안 하지 않았습니까. 용접반 불량률 0.008% 나온 것 아시죠. 용접기와 한 몸 돼서 일신전기에 청춘을 바친 몸입니다."

동진은 "회사 사정을 잘 설명하지 않았냐"며 타이르지만 팽 기사는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다.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 동진은 팽 기사를 찾아 나선다. 경찰과 함께 빈민촌에 위치한 팽 기사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그 곳에서 동진이 발견한 것은 팽 기사 가족의 충격적인 집단 자살 현장이다. 일가족 모두가 약을 먹고 죽어 있었던 것이다.

연일 사회면을 장식하는 가족 집단 자살, 카드 빛에 몰린 사람들의 도피성 자살 등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4년 자살자가 1만3293명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평균 36.4명, 39분마다 1명씩 목숨을 끊은 셈이다. 2000년 1만1794명, 2002년 1만3055명, 2004년 1만3293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셈.

주목할 점은 이들의 주요 자살 동기는 실업, 신용불량자 전락, 사업 실패 등 경제적 이유라는 점이다. 이들의 자살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진짜 범인은 양극화된 신자유주의적 현실?

▲ 동진(송강호)은 류에게 복수하면서도 "너, 착한 놈인 것 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 진정한 가해자는 류도 동진도 아닌 신자유주의일 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류와 동진은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다. 류는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한 실직자며 부족한 의료 복지 제도에서 누나를 잃고 자신의 신장까지 도둑질당한 피해자다. 동진도 평생 열심히 살아왔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버텨내다가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이까지 유괴당한 피해자다.

그런데 이들은 또한 가해자이기도 하다. 류는 유괴범이며, 고의적이진 않았지만 아이를 죽게 만든 원인 제공자다. 동진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창업 공신인 팽 기사를 해고해 그의 가족을 집단 자살로 몰고 간 가해자다.

영화를 보고 나면 도대체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헷갈린다. 이들은 왜 서로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을까. 모두가 가해자고 피해자인 현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박일한 기자
영화는 결국 모든 인간을 피해자며 가해자로 만든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비판하는 듯하다. 모두가 무한 경쟁으로 모는 현실, 무엇이든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상대방을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진짜 범죄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영미가 도로변에서 홀로 유인물을 배포하면서 외치던 "민중생활 파탄내는 신자유주의를 박살냅시다!"란 불온한(?) 구호는 어쩌면 감독의 진심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잘 알려졌듯, 이 영화를 만든 박찬욱 감독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줄기차게 비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당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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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 기자는 경희대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믹리뷰>를 거쳐 현재 <파이낸셜 뉴스>에서 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영화를 통해 딱딱한 경제, 경영 이야기를 쉽게 소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저서로 <경제in시네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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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지체 1∼3급 24명 “회사 만들었어요”

간만에 훈훈

 

 

정신지체 1∼3급 24명 “회사 만들었어요”
인천 남동공단에 80평 아파트형 공장
이름은 ‘무한유엔아이’ 병원 폐기물용기 생산
김영환 기자

“일할 수 있는 곳이 생겨 너무 좋아요.”

정신지체 1~3급의 장애를 지닌 24명과 부모들이 인천시 남동공단에 회사를 만들어 17일 문을 연다. 남동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인 테크노파크 건물 5층 80여평에 회사를 만든 이들은 이곳에서 병원에서 사용하는 폐기물 용기를 직접 생산한다.

이들이 평생 공동체가 될 회사 만들기에 나선 것은 자활작업장(보호작업장)이 있는 인천 남동복지관에 들어온 직후인 4년여 전부터다. 5년 동안 복지관 보호작업장에서 교육을 받으며 일을 한 뒤에는 복지관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이 일을 할 마땅한 곳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부모들이 나서 장애인들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곳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복지관에 들어가자마자 다달이 3만~5만원씩 적금에 들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열어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면서도 장애가 있는 자녀에게 맞는 사업 아이템을 찾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드디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도움을 받아 의료 관련 폐기물 처리용기 공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또 이들의 사연을 전해 들은 은성물산(대표 최광섭)은 중국에 있던 금형시설까지 뜯어와 설치해줬다.

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죽을 때까지 같이한다’는 의미로 회사의 이름도 ‘무한유엔아이’로 정했다.

회사 대표를 맡은 부모 이강유(57)씨는 “우리 아이들이 웃는 얼굴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어머니들의 뜻이 모여 이 일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일을 하며 일반인과 같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사원 대표인 김대일(31·정신지체 2급)씨도 “일할 곳이 생겨 너무 좋다”며 “친구들과 평생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은 이 회사를 ‘희망사업 1호’로 선정해, 대기업과의 연계를 맺도록 하는 등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032)815-2365.

인천/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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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에서 소멸까지 ⑪ - MP3]70대 할아버지에게도 사랑받아요

그렇다. 내게 필요한 것은 20기가가 아니라 30기가짜리였다.

 

 

내 안에 노래 있다, 500곡 넘게
[탄생에서 소멸까지 ⑪ - MP3]70대 할아버지에게도 사랑받아요
텍스트만보기   홍성식(poet6) 기자   
일상에서 쉽게 만나고 소비하는 것들일수록 그것의 원재료가 무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완제품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무심히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반면 공정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하는 친숙한 제품의 탄생에서 소멸까지를 직접 제품의 입장이 되어 1인칭 화법으로 서술해보았다. 기획 열 한 번째 기사는 MP3다. <편집자 주>
▲ MP3플레이어는 워크맨의 손자이고, PMP의 아버지다.
ⓒ 코원시스템 제공
하늘엔 매연이, 땅엔 쓰레기가, 강물엔 갖가지 오염물질이 떠다니는 서울.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27층 스카이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이 도시의 야경은 아름답다. 서른다섯살 노총각 회사원 민호 앞에 앉은 스물세살의 여대생 애인 혜인은 오늘 행복하다. 오빠가 기특하게도 자신이 원했던 것을 꼭 집어 선물했기 때문이다.

'SS501'과 '더 빨강'의 최신 유행곡을 듣는 것은 물론, 녹음기능에 동영상까지 재생이 가능한 나. 평소 아무리 서로 좋아해도 '열네 살의 나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까'라며 고민하던 혜인의 걱정을 한번에 해결해준 근사한 선물이었다.

민호 역시 고민이 없지 않았다. 1980년대 후반. '퀸'과 '제네시스'의 사랑노래를 녹음해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함께 들었던 첫사랑 미정과의 추억.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가 사람들의 손에서 사라졌던 것처럼, 애틋한 첫 여자와의 기억은 사라지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 꼬마 숙녀와의 만남.

하지만, 민호는 현실에 충실하기로 했다. 언제까지나 멀어진 젊은 날의 기억에만 기대 살 수는 없는 법. 지금의 어린(?) 애인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생일선물이 근사한 이탈리아풍 저녁식사와 나였던 것. 나는 세대차이라는 둘 사이의 간극을 좁혀줄 긴요한 매개물이 된 셈이다.

MP3 최초 개발국은 한국... 세계시장 40% 장악

떡볶이집 가래떡 만한 크기의 몸에 자그마치 500곡 이상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나. 그래 맞다. 난 MP3플레이어다. 날 만지작거리며 민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혜인처럼 나 또한 내 주인마님을 올려다보며 8년 남짓 시간동안 지내온 나와 내 친구들의 삶과 그 삶 속 얽힌 갖가지 사연들을 떠올려 본다.

앞서 언급한대로 나와 친구들의 역사는 일천하다. 애초 1980년대 후반 독일의 음향 분야 과학자들이 연구를 시작했으나, 정작 우리들의 시조가 되는 큰형을 제품으로 완성시킨 건 한국 회사다. 1997년 세상에 얼굴을 내민 큰형의 이름은 엠피맨(MPman).

'MP3플레이어' 1호라 불러도 무방한 그 형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이야기되는 '워크맨' 만한 크기였다. 지금 만들어지는 내 친구들보다 엄청나게 큰 몸피다. 그 커다란 덩치 탓에 별명도 '탱크'였다. 그 형의 뒤를 잇는 둘째 형의 이름은 '리오 300'. 이 형 역시 우람하고 컸다.

테이프가 늘어나고 몸집이 크다는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단점을 극복하고 CD에 가까운 깨끗한 음질을 재생하는 나 MP3플레이어.

'고음질 오디오 압축기술'이라 불리는 MP3는 음악 속에서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있는 가청영역만을 압축해 재생한다. 초기 단계 내 형들은 건전지로 작동되는 것이라 재생시간이 짧았지만, 요사이 시장에 선보이는 친구들은 30분 충전으로 20시간 이상 음악재생이 가능하다.

▲ 초기의 MP3플레이어.
ⓒ 코원시스템 제공
뿐이랴, 초기에는 200~300MB에 불과하던 내 메모리용량도 최근에는 괄목상대할 만큼 늘어나 30GB(1GB=1024MB)를 자랑한다. 노래 한 곡의 평균 5MB이니 최대 600곡의 노래를 내 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나와 내 친구들은 크게 플래시메모리형과 하드디스크형(HDD)으로 구분된다.

플래시메모리형은 날씬하고 작음 몸에 디자인이 세련된 것이 많아 한국 사람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용량이 적다. 하드디스크형은 다소 큰 몸집이 단점으로 지적되기 하지만, 상대적으로 용량이 커 외국인들이 좋아한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는 셈이다.

나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음질이 최고"라고 평가받는 코원시스템은 내수용 플래시메모리형과 수출용 하드디스크형을 각각 40%와 60% 비율로 생산해 연 1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외에도 레이콤과 삼성전자 등 20여 개 회사가 나와 내 친구들을 생산한다.

전세계를 통틀어 나의 시장규모는 3700만대.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49억 달러다. 한화 5조원 규모의 엄청난 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코원과 레인콤, 삼성전자 등 3사가 전체 매출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메이저 제조업체로 거론된다.

몸집큰 '탱크형' 워크맨부터 영화도 보여주는 PMP까지

이동하면서 음악감상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보자면 소니가 개발해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워크맨은 내 조상 격이다. 자고로 음악이란 근사한 오디오 기기를 갖추고 집에서만 듣는 것이라는 인식에 일대전환을 가져온 제품.

워크맨은 그 탄생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8년 소니는 녹음기기 생산부서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다. 더 이상 이익 창출이 어렵다는 경영진의 판단 앞에 이들은 악전고투의 노력을 경주했고 그 결과물로 손바닥 크기의 녹음재생기를 내놓았다.

소니의 회장 모리타는 이 제품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마침내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의 대박 신화를 이뤄낸다. 이 제품이 바로 워크맨. 워크맨은 일본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혼자만의 고독에 익숙한 뉴욕의 여피족과 입시와 주입식 교육에 찌들어 있던 한국의 중고교생들에게도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지금으로 20여년 전인 1980년대 이야기다.

한국에서 나와 내 친구들이 사랑받는 건 민족적인 기질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노래 듣고 노래 부르는 것을 다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즐기고(당신 주위의 노래방들을 보라), 주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자신만 가지지 못하면 견디기 힘들어하는 한국인의 성정. 그런 배경이 '엠피맨'이라는 내 큰형을 만들었고, 거리를 각종 MP3플레이어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든 게 아닐지.

워크맨이 내 조상이라면 나의 가장 진화된 형태는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다. 음악재생 기능과 보이스레코더 기능은 물론,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고, 이미지를 볼 수 있으며, 텍스트를 읽는 것까지 가능한 이 기기는 나의 진화가 과연 어디까지 가닿을 것인지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요사이는 PMP도 상용화단계에 이르러 지하철을 타면 나를 가진 대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코원 홍보실 측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출시한 'A2'라는 PMP는 40여만원이라는 고가임에도 한 달에 1만여대씩이나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개가 물어뜯어도 멀쩡한 한국 MP3의 맷집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의 기술력과 품질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만만찮은 수준이란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나 역시 그렇다. 게다가 내 친구 하나는 튼튼함까지 갖춰 세계의 네티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지난 연말. 미국의 한 네티즌이 개가 물어뜯어 완전히 파손되기 직전의 상태까지 간 내 친구 하나의 사진을 전자기기 전문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다. 그 사연이 놀라웠는데 완파 직전까지 간 내 친구가 멀쩡히 작동했다는 것. 이 제품은 한국의 MP3플레이어 제조사가 만든 것이었다.

이 게시글과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내 친구의 튼튼함과 품질에 찬사를 보냈고, 이 사연은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의 신문에까지 보도됐다.

▲ 최신형의 MP3플레이어.
ⓒ 코원시스템 제공
마지막으로 세상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 하나를 풀어주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사람들은 보통 나를 사용하는 이들이 10~20대 학생들뿐일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주고객층은 그들이 맞다. 하지만, 전혀 의외의 사용자도 없지 않다. 코원 고객센터를 자주 방문한다는 70대 할아버지 이야기는 진정한 음악사랑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내 친구들을 4대나 소유하고 있는 이 할아버지는 딱 한번 짧게 소리를 들어보는 것만으로 기기의 종류를 알아 맞추는 마니아. 제품 하나 하나의 특징을 너무나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기에 고객센터 직원들도 이 할아버지에게 배우는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가끔씩은 고객대기실에 앉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루종일 음악에 빠져있다는 이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소설가 장정일이 <아담이 눈뜰 때>에서 서술한 바 있는 '뮤직 러버(Music Lover)'를 떠올리게 한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그 음악을 재생해주는 기계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춘 백발의 노신사. 예술을 그 자체로 아끼는 할아버지의 낭만적인 삶을 닮고싶은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사람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내 친구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이것 봐라. 혜인이 민호 옆에 바싹 붙어 앉아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낀 채 같은 노래를 듣고 있다. 리처스 샌더슨(Richard Sanderson)의 '리얼리티(Reality)'다. 어젯밤 민호가 다운받아 내 몸에 저장한 곡.

민호가 영화 <라붐>의 삽입곡인 이 노래에 빠져있던 중학생 시절. 혜인은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아기였다. 그 막막한 시간의 간극을 내 몸 속에서 울려나오는 음악이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나이 차이 많은 연인들을 이어주는 사랑의 타임머신 역할을 하게 된 오늘. 'MP3플레이어'로 태어난 내 운명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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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도 모르는 놈들이 대통령 조롱

기왕 하는 김에 좆도 모르는 놈 4명도 실명화했으면...

 

 

X도 모르는 놈들이 대통령 조롱
 옛날 같았으면 전부 구속됐을 것"
천정배 법무장관, 12일 밤 일부 보수 논객 '맹비난'
텍스트만보기   최경준(235jun) 기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판적 칼럼을 써온 보수논객들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천 장관은 12일 "X도 모르는 놈들 4명인가가 일부 신문에서 돌아가면서 말도 안되는 칼럼을 올려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장관은 이날 밤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여정부가 잘못하는 것도 많지만 언론이 노 대통령에 대해 너무 과도하게 비판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이같이 말했다. 특히 천 장관은 이날 작심이라도 한 듯 격한 표현으로 노 대통령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하고 있는 칼럼니스트들을 비난했다.

"대통령을 그렇게 인격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느냐"

천 장관은 "난 노빠가 아니다"면서도 "(보수 논객들이) 정책적인 비판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인 모욕을 주고있다"며 "최소한의 양식은 갖춰서 비판해야지, (대통령을) 어쩌면 그렇게 인격적으로 깔아뭉갤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천 장관은 장시간을 할애해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옛날(권위주의 시절) 같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다"는 등의 발언이 터져나올 때는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천 장관의 성토는 더욱 구체화됐다. 천 장관은 "어떤 헌법학자라는 사람은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이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더라"며 "그런 사람이 어떻게 헌법학자인가, 기본적인 소양이 안돼 있을 뿐 아니라 그것은 보수주의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나도 서울대를 나왔지만, 결국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상고 나온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이 상고 출신이기 때문에 보수언론으로부터 맹목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천 장관은 일부 기자들을 향해 "(신문사에서) 왜 그런 사람들을 자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방우영, 김병관, 홍석현 등 신문사 사주에게 그런 사람은 잘라야 한다고 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 99.9%는 검사들이 떡값 먹은 것으로 알아"

이에 앞서 천 장관은 지난해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외부에서는 검찰이 '삼성 봐주기'를 했다고 비판하지만 공소시효 완료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검찰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천 장관은 "내가 삼성쪽 변호사였다 하더라도 (검찰의 공소 내용에) 완벽하게 반박할 논리를 여러가지로 내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결국 검찰 수사가 미흡했지만 법리적으로 보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은 DJ 정권 때 세풍 수사를 하면서 전부 밝혔어야 했다"며 "내가 직접 요청할 수는 없지만,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특검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런 수사결과가 나왔지만 국민들의 99.9%는 검사들이 떡값을 먹은 것으로 다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천 장관은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검사들에 대해 "두 사람이 대화한 것을 녹음했는데, 그것보다 정확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며 "그러나 준 사람도 아니라고 하고, 받은 사람도 아니라고 하는 상황에서 200∼300만원이 현금으로 오간 것을 어떻게 밝혀내서 처벌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천 장관은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며 "법무장관에게 특검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를 제대로 했지만 기소가 안될 경우에는 보완대책이 마련돼 있지만, 수사가 제대로 안된 사건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천 장관 "표현이 과했지만 정당하지 못한 비판 많은 것은 사실"

한편 천 장관은 13일 낮 한 측근과 오찬을 하면서 전날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조금 과한 표현이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천 장관은 보수논객들에 대한 비판적 입장은 여전히 굽히지 않았다.

이 측근은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천 장관의 발언은 표현이 다소 과하기는 했지만, 참여정부 들어서 정당하지 못한 언론의 비판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조선·중앙·동아 등에 칼럼을 쓰는 일부 학자들은 실제 입장을 떠나서 글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다"며 "진짜 보수주의라면 다행이지만 이건 보수도 아니다, 비판을 위한 비판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측근은 "천 장관의 발언에는 정치적 의도나 계산은 없었다"며 "장관은 '노빠'가 아니기 때문에 무조건 대통령을 보호하자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천 장관이 거론한 '특검 요청권'에 대해서는 "요즘 뜨거운 사건이 많았는데, 기소할 수 있는 것을 기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장관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며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는 잘하고 있지만 최근 'X파일' 사건 등은 장관의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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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 깊숙이, 그 안의 비밀과 거짓말

 

 

 

목구멍 깊숙이, 그 안의 비밀과 거짓말
<인사이드 딥 스로트>가 목구멍을 열어 뱉어낸 '쇼킹 포르노'는
텍스트만보기   조은미(cool) 기자   
ⓒ 프리비젼
ⓒ 프리비젼
<목구멍 깊숙이(원제 deep throat)>라는 하드코어 포르노가 있다. 이 요상한 제목이 뜻하는 건 간단하다. 클리토리스(성감대)가 목구멍에 있는 여자가 있다. 따라서 이 여자는 펠라치오(구강성교)만 좋아한다(이런 걸 믿은 걸까? 믿고 싶었던 걸까?). 물론 '픽션(허구)'이다.

이 포르노는 1972년 미국에서 상영했고, 흥행했고(2만5천 달러짜리 이 영화는 6억 달러를 벌었다), 미국에서 화제를 넘어 일대 '화재'를 일으켰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목구멍 깊숙이 숨겨놓았던 생각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 또는 여성의 인권을 허하라. 또는 너무 구역질난다. 영화를 내려라.

이 <목구멍 깊숙이>를 둘러싼 온갖 이야기를 끌어 담은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원제 inside deep throat)>가 개봉한다. 12일(수) 명동 CQN 단관 개봉이다. 선댄스 영화제가 인정한 펜튼 베일리와 랜디 바바토가 공동 연출했고, 데니스 호퍼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 포르노에 출연했던 배우, 감독이 총 출동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다.

포르노는 뜨겁다, 그 안의 진실은 냉혹하다

여주인공 린다 러브레이스는 어떻게 되었나? (훗날 그녀는 남편이 총구를 겨누고 매매춘과 포르노 촬영을 강요했다고 증언했다.) 총수익 6억 달러는 누가 벌었나? (여주인공 린다가 받은 돈은 1200달러가 전부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켰나? (남자들은 여자친구와 아내 손을 잡고 극장으로 극장으로 달려갔다.) '포르노의 대중화' 시대를 연 이 '목구멍 깊숙이'의 진실은 뭘까? (영화 속 한 여자가 말했다. "남자들은 여자의 클리토리스가 목구멍 깊숙이 있다고 믿고 싶어한 거죠.") 감독은 통감했다. "진실은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1972년 미국은 가히 '목구멍 깊숙이'의 해였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중도에 사임했다. '워터 게이트' 사건의 여파 때문이었고, 그 시작은 '익명의 제보자'였다. '익명의 제보자'가 영어로 'deep throat'다.

쇼킹한 소재만큼 영화도 쇼킹하다. 실제 <목구멍 깊숙이>의 핵심 장면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쇼킹한 건, 린다 러브레이스의 말이다. "관객들은 제가 강간당하는 걸 지켜보는 겁니다." 그녀는 훗날 '포르노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모임'에도 가입해 활동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목구멍 깊숙이'의 여주인공 린다와 토크쇼에 나가는 걸로 살짝 얼굴을 비춘 저널리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일찍이 이런 말을 남겼다.

"사실 이 영화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소녀같은 얼굴과 순진한 태도 때문이었다. 관객들은 그녀를 보면서 바로 옆집에 사는 소녀도 포르노 스타일의 섹스를 좋아할 것이라는 응큼한 상상을 했다."

포르노의 진실은 냉혹하다.
이 '딥 스로트 deep throat'의 파괴력은 정말 놀랍지 않나요? 지난 해 우리나라 말미를 장식한 황우석 교수 사건을 일으킨 것도, 이 '딥 스로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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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 사건, 17년만의 또 다른 증언

왜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가 아니라 팝 그룹 비지스의 ‘홀리데이'인지 제대로 알았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 사건, 17년만의 또 다른 증언
이성재 최민수 주연의 영화 ‘홀리데이’…픽션과 논픽션 분석
입력 :2006-01-11 10:28   조은영 (helloey@dailyseop.com)기자
▲ 영화 <홀리데이> ⓒ현진 시네마 

1988년 10월, 국민 모두가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들떠 있을 무렵, 교도소로 이송 중이던 호송버스에서 12명의 재소자들이 치밀한 사전 계획 하에 교도관들을 급습, 총과 실탄을 빼앗아 탈출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다.

주범인 지강헌을 포함한 6명의 탈주범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비상계엄을 방불케 하는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8박 9일 동안 숨 막히는 탈주극을 벌인다. 이들은 도주 도중 원정강도를 비롯, 다섯 차례에 걸쳐 가정집에 침입, 인질극을 벌이는 등 서울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이들은 인질들에게 존댓말을 쓰고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는 정중한 태도로 호감을 사 스톡홀름 증후군(인질사건에서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인질범들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자신들을 볼모로 잡은 법인들에게 호감과 지지를 나타내는 심리현상)을 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탈주범들은 그물 같은 경찰의 포위망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당시 사건의 인질 모두 생존, 관계자 인터뷰를 통한 팩트에 기초

‘유전무죄 무전유죄’ 지강헌 사건으로 불리는 이 비극적 탈주극은 그동안 수많은 영화사에서 앞다투어 영화화를 추진했을 정도로 매력적인 소재였다. 하지만 자료수집 과정에서 많은 장벽에 부딪히며 이 사건을 영화화 하는 것이 요원해 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영화 ‘홀리데이’의 제작사인 현진시네마는 2년여에 걸친 준비기간 동안 주범인 지강헌의 교도소 감방 동기, 사건 담당 경찰 그리고 지강헌이 경찰에 사살되기 직전까지 전화로 인터뷰를 했던 모 일간지 기자 등 수많은 사건 관계자를 만나 직접 인터뷰를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시 인질이었던 사람들 모두 생존해 있어 이 사건을 영화화한 ‘홀리데이’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1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에는 당시 이강헌 일당과 함께 생활했던 인질 중 한 사람이 영화를 보고 갔다는 후문도 들렸다.

영화와 실제 사건의 다른 일곱가지 이야기

▲ 영화 <홀리데이> ⓒ현진시네마 

하나 - 6인의 빠삐용 왜 실명을 사용하지 못했나?

지강헌을 비롯해 마지막 인질극에 가담한 6인의 탈주범들과 마지막 인질이 되었던 사람들의 이름은 영화 속에서 모두 다르게 나온다. 그 이유는 영화 ‘홀리데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위해 일정부분 픽션을 가미해 영화를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름만 다를 뿐 그들이 죄를 짓고 형을 산 것은 실제 인물을 기초로 해서 구성되었다.

둘-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 실제 인물인가?

지강혁(이성재 분) 일당을 쫓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악랄한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은 영화의 극적 긴장감과 탈주극의 묘미를 두기 위해 가공되었다. 김안석 역을 맡은 최민수는 8Kg의 살을 빼고 금니를 해 넣으며 소름 끼칠 정도의 모습으로 등장해 탈주범들을 하나 하나 제거해 나간다.

그러나 솔직히 노력한 최민수에겐 미안하지만 팩트에 섞인 픽션인 김안석 캐릭터는 영화 전반에 녹아들지 못하고 시종일관 기름의 물처럼 느껴졌다.

셋- 홍콩으로의 밀항

지강혁과 함께 탈주에 성공한 교도소 방장 대철과 그의 오른팔 광팔이 지강혁 일당과 떨어져 홍콩으로 밀항을 시도하려다 안석이 이끄는 경찰에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은 수많은 사건관계자를 만나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이야기에 기초해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하였다.

특히 교도소에서 강혁을 괴롭히던 대철이 광팔과 함께 몰래 밀항을 결심하고 나머지 일행들이 잠든 새벽녘에 자신들의 가방을 들고 나오는데 그 속에는 이들의 작전을 눈치챈 강혁이 도박장에서 훔쳐 밀항을 할 수 있도록 넣어준 돈이 들어있다. 강혁의 따뜻한 마음을 알게 된 대철과 광팔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배신에 대해 자책한다.

넷- 전직 대통령 항의 시도

탈주에 성공한 지강혁은 일당을 이끌고 연희동으로 향한다. 목표는 영화 속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대머리’로 지칭된 전직 대통령.

이들의 탈주 계기는 잡범인 자신들이 보호감호 때문에 17년 이상을 교도소에서 수감 당하고 있는데 전직 대통령의 친인척은 비리로 수백억을 횡령하고도 7년형을 선고 받고 이후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나온 것에 격분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희동 근처인 북가좌동에서 마지막 인질극을 벌인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에서 픽션으로 삽입되었다.

▲ 영화 <홀리데이>의 한 장면 ⓒ현진시네마 

다섯- 지강헌 자살인가, 사살인가?

지강헌 사건의 당시 신문기사를 보면 '1명 사살, 2명 자살'이라는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온다. 당시 지강헌은 동료 탈주범들이 총으로 자살을 하자, 깨진 유리로 목을 그어 자살을 시도하던 중 특공요원 5명이 쏜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들은 언론의 보도와 상반된 주장이 대두되었으며, 지강헌의 죽음에 대한 결론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여섯- 스콜피언스의 ‘홀리데이’가 아닌 비지스의 ‘홀리데이’인 까닭은?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지강헌은 시인이 꿈이었으며, 설득력 있는 말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차례 인질극을 벌이는 동안 정중한 태도로 인질들에게 손끝하나 대지 않았던 점, 동료 탈주범에게 자수를 권고한 것 그리고 마지막 인질이었던 고모 씨가 오히려 지강헌을 보호하려 든 것 등은 세간의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10월 16일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하던 그는 경찰에 팝 그룹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이 지강헌에게 들려준 노래는 스콜피온스의 ’홀리데이'였다.

지강헌은 왜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틀어 달라고 했을까? 그것은 아마도 "단 1초라도 맑은 공기를 마시며 죽고 싶다"고 절규했던 그의 말처럼 ‘홀리데이'를 들으며 단 한 순간만이라도 자유를 꿈꾸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때문에 영화는 지강헌의 마지막 소원이었던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원곡으로 삽입하였다.

일곱- 어떻게 거대한 조직도 아닌 일개 잡범들이 8박 9일간 잡히지 않았는가?

교도소를 탈옥한 지강헌과 일당들은 8박9일 동안 서울 시내를 활보하고 다녔다. 이들은 ‘실미도’의 부대원처럼 훈련된 사람들도 거대한 조직들의 조직원도 아닌 일개 잡범들이었다.

당시 매스컴은 지강헌 일당들을 흉악범이라고 보도했지만 지강헌 일당에 인질로 잡혔던 사람들은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중한 태도로 대하며 자신들에게 손끝하나 대지 않은 점, 그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부분에 감화되었다고 한다. 또한 지강헌과 일당들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해 당시 현대판 홍길동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결국 인질로 잡힌 사람들은 경찰에 신고를 미루었고 그 결과 지강헌을 비롯한 일당들은 8박 9일간 경찰에 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야기

미니 인터뷰 - 현진씨네마 대표 이순열

▲ 영화 <홀리데이>의 출연진들이 무대인사를 하고 있다. ⓒ2006 데일리서프라이즈 조은영 기자 

-‘지강헌 사건’이 일어난지 벌써 1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왜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가?

“어느날 우연히 이 사건의 마지막 인질이 수기 형식으로 쓴 잡지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충격과 혼란의 16시간, 그들은 인간적이었다.’로 시작되는 커다란 헤드카피와 당시 인질로 잡혀 있었던 여성이 말하는 지강헌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를 읽는 순간 머리 속에 한줄기 빛이 비치는 것 같았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기다리고 있었던 바로 그런 소재였다. 마음속으로 언젠가 반드시 영화로 만들겠다고 몇 번이고 다짐했다”


-사건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영화화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가?

“수기를 읽자마자 곧바로 공식적으로 공개된 자료들과 신문기사를 토대로 검찰에 자료를 요청했지만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그래서 당시 사건의 주범격인 지강헌의 교도소 감방 동기와 사건 담당 경찰 그리고 지강헌이 죽기전까지 전화로 인터뷰를 했던 모 일간지 기자 등 사건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하면서 자료를 수집했다”


-인간 ‘지강헌’에 대해, 보호감호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강헌은 당시 560만원 절도로 징역 7년에 보호감호 10년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만약 살아있다면 영화가 제작되는 올해 출소 예정이었다. 물론 지강헌이 한 행동(560만원 절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560만원 절도로 17년을 감옥에서 산다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살인이나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은 그 범죄 하나만으로 중형을 선고 받기 때문에 동일범죄에 대한 재발의 우려로 인한 보호감호처분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결국 절도범 등의 잡범들이 대부분 보호감호처분을 받게 된다. 헌법에서도 명시했듯이 동일범죄에 대한 이중처벌은 위법이며 나 역시도 보호감호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지강헌이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


- 영화 <홀리데이>를 어떤 영화인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국민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TV 생중계를 요구했던 당시 자료화면들을 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 만큼 사건에 충실했지만 상당부분 픽션을 가미해 영화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다.

단언컨대 난 결코 탈주범들을 미화하거나 영웅화하지는 않았으며 그런 인질극을 벌일 수 밖에 없었던 인간 지강헌의 내면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인간 지강헌을 통해 지금도 변하지 않는 이 세상을 담아내고 싶다.”



ⓒ 데일리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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