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음

2011/11/02 20:34

 

 

 영화 청연을 보았다. 디비디로.

 

 주인공 박경원이 친일 논란이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사실 하늘 위를 나는 씩씩한 여성을

 

 보고싶어서 봤을뿐, 친일이고 아니고를 많이 신경쓰진 않았다.

 

 내용을 보니..... 감동적일만한 코드가 있었다. 눈물이 주룩 나오기도 했다.

 

 주인공 박경원이 친일적인 만주국 비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랑하는 남자

 

 지혁이 독립운동단체의 조직원으로 누명을 뒤집어쓰고 고문받다가 박경원을

 

 위해서 거짓 자백하고 사형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영원히 비행사로 남고 싶은

 

 자신의 꿈을 살려주기 위하여 희생한 연인의 죽음을 가슴에 새기고 결국 박경원도

 

 자살 비슷하게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다.

 

 

박경원은 식민지 시대에 꿈을 펼치려는

 

 당당한 여성이었지만 당당함만으로  억압적인 시대를 비껴갈 수는 없었던 것을 보고

 

 (솔직히 대사나 장면들이 많이 전형적이고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공들의 고뇌가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고서,  세련되게 잘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저 정도의 개인적인 아픔이 있다면

 

 친일이라고 매도할 수 만은 없는 것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이념에서 비껴가서 그저 꿈을 펼치고자 한 사람의 삶이 참 기구해서 영화화 할만

 

  하다 싶었다.    근데 집에와서 찾아보니 영화의 대부분은 <허구> 였다. 

 

 우선 사랑하는 사람으로 나오는 지혁 (김주혁) 은 완전히 가공의 인물이고, 따라서

 

  박경원이 연인과 독립운동

 

 과 암살에 얽힌일도 없었을 뿐더러,  박경원이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은 것은 그냥 사고일뿐

 

 그러한 시대적 아픔을 지닌 자살도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박경원은 영화에서처럼 가난한

 

  양민의 자식도 아니라 부잣집딸로 당시로서는 드물게 고등학교까지 다닌 상당히

 

  재력가집안 자식이자  신 문물의 혜택을 받은 사람이었으며  일본에

 

  비행을 위해서 유학하는 동안 고학했던 것은 부모님이 반대했기 때문이지 출신자체가

 

  가난해서는 전혀 아니었다.  그리고 고이즈미 총리의 할아버지 되는 사람에게 비행기를

 

   증정받아서 둘이 염문설까지 있었다니 이건 뭐....

 

 

 

   왜 친일 논란이 있는 사람을 영화화 했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별다르게 사연이 있는것으로

 

   알려지지도 않은 사람의 사생활을 가공해서 역사적 배경과 버무려서 눈물을 짜내는 스토리

 

  를 만들었는지 조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있지도 않은

 

  애인과 함께 조선인으로서 아픔을 겪은 얘기를 괜히 지어내지 말고 차라리 < 조선이 키워주지

 

  못한 꿈을 펼치기 위해서 조선인이라는 정체성보다 자신의 야망을 우선할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이자

 

  여성인>  비행사의 모습을

 

  부각시켜서 그리던가. ( 하긴 그러면 영화가 잘 안팔리겠지)  

 

 

 

  친일/ 애국의 한계를 어떻게 구분지을 수 있는지 민족문제 연구소 사람들은 기준을 세울

 

  수 있겠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기준이 애매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일본의 정책을

 

   호도하는데 앞장선 사람과, 그 시대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시키는대로 글 하나쓰고

 

   작곡하나 한 것과 그 책임을 똑같이 한다면 너무 가혹한 것 아닐까.  한 인간이 어떤

 

   대외적 행동을 하게 된 개인적인 배경과 또 일생동안의  삶의 행보를 알게 된다면

 

   친일인지 아닌지,  이분법을 떠나 좀더 설득력있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친일논란이 있는 사람을 미화할 수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것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근데 이 영화는 죽도 밥도 아니더라.  사실 이런영화

 

   만들려면 시나리오 쓰는 사람이나, 감독이나 세상과 인간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어야 할까. 그러기가 힘들겠지.

 

  

 

   실존인물을 영화화 할때  리얼리티를 살리면서도 의미를 담아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파란만장하고 극적이고 감동을 주는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생활은 잘 알려지지도 않고, 지난하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하고 그냥 저냥

 

   별로 놀라운 운 일 없이 산 경우도 의외로 많겠지.  

 

 

   그런 점에서 김산의  ' 아리랑' 을 영화화 하면 재밌을 텐데.   하긴 나같은 사람만 재밌어 할라나

 

   싶기도 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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