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없는 액땜

  • 등록일
    2015/09/22 00:43
  • 수정일
    2015/09/22 01:06
  • 분류
    마우스일기

새벽부터 재수가 없었다. 모기 새끼가 계속 물어대서 벅벅 대며 선잠을 자다 일어나서 불 켜고 잡으려는데 네 번이나 놓쳤다. 한 번도 이런 적이 없는데. 드러누웠는데 잠이 안 왔다. 개수작 부리다가 결국 또 엄청 지각했다.

 

출근하며 우편물 부치러 우체국에 들렀는데 생각한 박스 사이즈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사무실 가서 박스 찾아 포장하고 나중에 다시 10분 거리를 왕복해야 했다. 오늘 작업해야 하는 이미지는 예정된 컨셉에 맞춰 생각해둔 게 있었는데 그 컨셉이 킬됐다. 그래서 아무 컨셉 없이 새로 만드느라 저녁 모임 시간에 늦었다. 저녁 먹기로 한 스파게티 식당은 추가 손님을 안 받는단다. 다른 까페에서 혼자 맛없는 샌드위치를 먹었다.

 

효소를 선물받아서 신나게 들고 오다가 박스 밑이 빠져서 길에서 효소 병을 깨먹었다. 부리나케 유리를 치웠지만 손에 아주 작은 유리 파편들이 묻은 것을 보아 길바닥에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겠지. 어린이가 그 위에 넘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전거나 신발은 괜찮을 것 같은데 내가 못 본 큰 유리 조각이 남진 않았겠지... ㅜㅜ

 

인천 오는 버스를 탔는데 자리가 없었다. 그리고 왠지 살이 쪄서 바지가 꽉 끼었다. 하루종일 꽉 끼는 바지 입고 재수 없는 일정 소화하느라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집구석에 들어오는데 자전거에 살짝 치었다. 살짝 까졌을 뿐이지만 너무 짜증이 났다. 초인적 힘으로 자전거 운전자에게 화내지 않고 자전거를 일으켜세워줬다.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한테 화를 내랴.

 

집구석에 오니 ㅁ이가 어엿쁘네. 토끼 같은 신랑이 불 켜고 기다려서 좋다. 야오이 장터나 둘러보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 모양이다. 자꾸 무슨 일이냐고...; 장터 구경할 뿐인데 -ㅅ-;

 

오늘 하루 이렇게 재수 없었으니 액땜한 거고 앞으로 내내 행운 가득 복되겠지. 그 뭐더라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에 나오는 존다유 진심 싫었는데 오랜만에 보고 싶네 ㅋㅋㅋ

 

+ 액땜 같은 걸 진심전력 믿느냐면 그렇지도 않은데 관습적으로 그런 생각이 자연히 드니 문화란 얼마나 놀라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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