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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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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영화 추천] 왈라의 선택 What Walaa Want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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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추천 - 거대한 해킹 (10분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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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9/05/27
    맹룡과강猛龍過江,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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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곳에 임하신, 영화

결혼하며 구매했던 국산 중소기업의 티비는 볼륨이 12가 넘으면 잡음이 섞여나왔다. 이걸로는 도저히 영화를 볼 수 없었다. 이사하면서 7년간 짜증내며 썼던 티비를 아빠한테 주고 85만원 짜리 거대한 엘지 티비를 샀다. 가로 138cm, 해상도 3840 x 2160 태어나서 집에 둬 본 티비 중에 제일 크다.

나도 언젠가부터 거대한 스크린을 갖는 게 꿈이 됐다. 영화를 막 많이 보던 시기에는 딱히 큰 스크린을 원하진 않았다. 나에게 영화를 본다는 건 (물론 나도 극장에서 시작했지만) 어두운 방구석에 혼자 비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개인적인 경험이었다. 그래서 화면 사이즈에는 구애 받지 않았고, 같이 보는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고 영화랑 나만 있는 것만이 중요했다(하지만 막상 극장에서는 크게 봐야 된다고 앞에서 주로 4번째 자리에 앉아서 봄).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는 변했지만 여전히 그런 부분이 남아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면서부터는 아주 작은 방에 빔과 흰 스크린을 설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사실 빔은 흐려서 원래 좋아하지도 않고 다만 충분히 어둡고 좁은데 한 벽이 스크린으로 가득하고 방음돼서 사운드 귀 터지게 틀을 수 있는 영화방을 갖고 싶어졌다. 그렇게 큰 스크린을 자연히(?) 욕망하게 됐는데 이번에 산 티비 진짜 크네.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집에 설치된 거 보고 너무 좋아서 기겁함 ㅋㅋ

그런데 티비 해상도가 좋아버리니까, 영화들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ㅁ이 표현대로 "영화들이 다 서프라이즈(티비 프로)가 됐"다 ㅋㅋㅋ 영화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외국인들의 어색한 연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 프로그램의 싸구려 질감과 꼭 같아보인다. 마치 콩깍지가 벗겨진 느낌이다. 더이상 영화가 아름답지 않았다. 내가 극장과 집에서 영화를 보며 감탄하고 아름답다고 돌아버리겠다고 했던 것이 불과 해상도의 문제였던가. 내 방에서 영화는 필터가 벗겨진 채 세속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영화가 '세속화'되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내가 영화를 '성스럽게' 여겨왔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를 시네필이라고 절대 부를 수 없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 까짓 게 시네필일 수 없다고 완고하게 부정했던 건 단순히 영화 보기를 게을리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걸 넘어서 영화를 성스럽게 여겨왔기 때문이었다. 왜 어쩌다가 나는 영화에만 이런 특권적 지위를 부여하게 된 걸까? (만화광이라고 얘기하는 데는 주저하지 않음) 모름

아무튼 나는 이 거대한 티비를 통해 그 성스러움이 벗겨지고 적나라하게 속세로 '내려온' 영화를 보고 있다. 그래서 그게 싫은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 처음엔 정말로 이게 뭐야 서프라이즈야 뭐야 눈이 휘둥그레졌는데(4K도 마찬가지) 저예산 영화의 그 때깔 없음을 보는 익숙함도 있고, 전과는 다른 새로운 영화 보기를 하게 된다는 게 재밌다. 그게 어떤 걸지는 아직 전혀 모르겠지만 너무 기대가 됨. 왠지 영화 보기를 더이상 소홀히 하지 않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나고? 아마 이건 큰 소리로 틀어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그런데 딴 얘기지만 넷플과 왓챠에 <밤과 안개>가 없다. 넷플에선 밤과 안개로 검색하면 아우슈비츠나 히틀러 관련 영화를 추천해 준다. 뭔 영환지 알고 있다는 거잖아. 같은 소재 영화 추천하는 게 더 빡침 아는 사람이 그래?? 사람이 아님 ㄷㄷ 암튼 21세기에도 불다를 찾아 헤매야 한다는 게 넘나 귀찮고 자본주의 일 좀 해라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검색했더니 비메오에 뙇 있다.)


우카이 사토시 <저항에의 초대> 쫌밖에 안 읽어서 잡았다가 갑자기 세르주 다네 책 읽고 싶어서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 읽다가 영화 관련 아무거라도 쓰고 싶어서 갑자기 흰소리를 적었는데
본인이 과문한 탓에 세르주 다네가 팔레스타인 영화론을 시도했단 걸 전혀 몰랐다. 넘나 알고 싶은데 일단 읽던 책들 모조리 읽고 찾아보자 참자 나자신이여

옛날에도 영화가 보낸 그림엽서를 이렇게 재밌게 읽었던가? 넘나 재미져서 기절하며 읽는 중

하지만 여전히 시네필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은 드는데, 내가 영화를 통해 동시대를 바라보거나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이 당연히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하는 그런 정도고, 누구나 시네필이 아니듯 그래서 나도 아님

가끔씩 보면서 읽으면서 들으면서 나도 폭발적으로 얘기하고 싶어지는 작품이 있는데 세르주 다네 책이 그런 책이규.. 그만하고 책 읽어 -_-


페북 댓글에 TV의 프레임 보간 기능 때문일 수 있다구 설정 바꿔보라는 조언이 달렸는데 그 기능이 이제는 막혔다. 암튼 그런 문제였다 24프레임으로 찍은 걸 60프레임으로?? 보여주는 거라고?? 잘 모름;; 검색해보니까 그래서 서프라이즈 된 거라고 다들 고통받고 설정 바꾸더라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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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추천] 왈라의 선택 What Walaa Wants, 2018

What Walaa Wants (Trailer) from NFB/marketing on Vimeo.

- 마스카라도 금지야
- 마스카라를 해야 속눈썹이 풍성해지는데요?
- 하지 말라면 하지 마

ㅋㅋㅋㅋㅋㅋㅋㅋ<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경찰이 되고 싶다는 주인공 '왈라'는 '발라타 난민촌'에 사는 난민 소녀다.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나블루스에 위치한 발라타 난민촌은 서안지구 난민촌 중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높고, 이스라엘 군사점령에 맞선 1987년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가 처음 발발했던 곳이다. 그만큼 이스라엘군에 많은 이들이 살해당하고 투옥당한 곳이기도 하다. 왈라의 엄마도 이스라엘 감옥에서의 8년간의 수감 생활 끝에 2011년 수감자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풀려났다.

영웅의 딸도 영웅일까? 당연히 그러라는 법은 없다. 팔레스타인에 산다고 누구나 투사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엄마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돼 있다면 정치적인 문제에 다른 또래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스레 정치 의식화가 많이 된 것 같지만, 근데 십대 소녀 특유의 깨발랄함 때문에 우리가 쉽게 상상하는 형태는 아니다. 왈라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슬림 소녀에 대한 전형을 와장창 깨뜨린다.

예를 들어 자치정부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는 총을 합법적으로 소지하고 싶어서다 ㅋㅋㅋㅋㅋ 아오 그런 얘기를 멋있게 포장하지 않고 계산 없이 솔직하게 할 수 있는 10대 소녀인 것이다 ㅜㅜ (엄마가 석방된 시점에 왈라는 불과 15살이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과의 협약(오슬로 협정)에 따라 자체 군대를 가질 수 없고,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만 있다. 이 경찰을 팔레스타인인 스스로는 soldier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아랍어 몰라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맥락상으로도 자신들을 군인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군대는 아니다. 이거 뭐냐고 전에 문의받은 일이 있어서 써봄)

그리고 막상 경찰 지원하러 가서, 신체검사하기 위해서 피 뽑아야 된다니까 무섭다고 엄마 부르고 난리남ㅋㅋㅋ 경찰 신입생 키우는 데서도 사고뭉치 진짜 고등학생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같은 귀여움이 넘쳤다. 맨위에 쓴 것도 그런 일부.. 아니 화장하지 말라는데 다 화장하고 있음ㅋㅋㅋㅋ 아이라이너랑 마스카라도 금지야! 라고 교관이 얘기하니까 "마스카라를 해야 속눈썹이 풍성해진다"고 받아침 어쩌라고 ㅋㅋㅋㅋ 너무 귀여움

다혈질에 물불 안 가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훌륭한 직업인이 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경찰이라는 것은 이스라엘을 향해 투쟁하는 공적 집단이 아니고 국내 팔레스타인인들의 범죄를 관할하는 공권력이다. 즉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과 학살을 규탄하는 집회를 제압하고 이스라엘에 의해 테러범으로 지목된 자들을 체포/감금하는 기관이다(물론 기타 치안 관련 잡범도 잡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과, 특히 투사인 엄마랑 갈등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 건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사실 팔레스타인 경찰이 되고 싶은 소녀..라는 시놉시스를 보고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는데.. 팔레스타인에도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욕망을 갖고 서로 충돌하고 변화하며 살아간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래도 비판의 여지는 남을 것이고, 가족들이 잘 견인해 주시길..<

영화 초반과 후반에 경찰이 되기 전후의 왈라가 집에서 나와 동네를 걷는 장면이 있는데, 발라타 난민촌은 높은 인구밀도만큼 집들이 붙어 있어서 골목이 한 사람 지나기도 어려울 만큼 좁은 곳도 많고, 그만큼 프라이버시가 없고 삶이 열악한 대표적인 난민촌이다. 영화에서는 군사점령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데, 팔레스타인을, 팔레스타인 사람을 다룬 어떤 영화도 의도하지 않아도 군사점령을 보여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팔레스타인 관련 영화를 많이 봤음 좋겠다.

2018년 EIDF 상영작.

왓챠에도 있고, EIDF 홈페이지에서도 유료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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