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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추천: 칠드런 오브 맨

넷플릭스 Children of Men 링크: https://www.netflix.com/kr/title/70044903

장르: 근미래 SF

왜 한글 제목을 영어 그대로 쓰면서 멘이 아니고 맨으로 쓴 거지;;

얼마전 번역 출간된 마크 피셔의 『자본주의 리얼리즘』 1장에 언급돼서 흥미로워서 봤는데 엄청 재밌었다. 초장부터 트래킹으로 첫 씬의 폭발이 두번째 씬에 이명으로 연결되는 걸 보고 이 영화는 그냥 무조건 재밌는 영화라고 결정됐다. 처음만 보고 내가 이 영화를 재밌게 볼지 안 볼지 알 수 있을 때가 있고 이번에 그랬다. 그나저나 나는 그냥 트래킹 샷을 무조건이랄 만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롱테이크도 무조건이랄 만큼 좋아함;; 항상 감탄한다;

그리고 근미래 사회 비쥬얼이 너무 좋았다. 나는 SF 많이 보지도 않았지만 볼 때마다 공간에 대해서 느끼하다, 과하다, 저럴 법하지 않다-_- 고 생각하곤 하는데 이 영화의 근미래상은 '리얼했다'. 아무래도 내가 느끼는, 내가 지금 살아가는 '현재'에 기반을 두고, 배경 설정(2008년 인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임이 되어 더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음)과 증가된 시간분 만큼 지금의 현실이 증폭돼서 그런 것 같다. 다음에 미술감독 얘기를 찾아보려 함 (지금은 하는 일이 있어서ㅠ) 왜 때문인지 캡쳐한 부분들은 감탄한 부분들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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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남자 주인공의 조력자의 부인이 긴장병(? catatonia)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데 집을 슥 비출 때 사진가로 활동하다 영국 정보기관에 고문당했다는 신문기사 클립이 나온다. 'I ♥ Foogies'라는 동그란 스티커도 보이는데, 극중에서 '푸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바로 이민자를 의미하는 거였다. 한글 자막으로 '푸지'라 그래서 뭔 소린가 했는데 그냥 레퓨지의 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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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가 2006년에 발표된 거라 아들 부시 정부의 이라크 침공과 그에 대한 반전 운동 사진을 채용한 사진들이 나온다. 흔한 구호긴 하지만 당시 Stop the War, Not In My Name(내 이름으로 전쟁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등 구호들이 많았고 그런 사진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처럼 친구 부부도 활동가였기 때문에(직업적으로는 남편은 카투니스트, 부인은 사진가) 그들의 과거를 보여주기 위해 이런 사진들이 필요했던 듯. 나는 눈길이 중앙의 주인공 가족 사진에 가기도 하고, 다른 사진들 잘 안 보여서 멈춰놓고 다시 봤는데 다른 이들에겐 잘 보였을까?

아무튼 그 뒤에 세계가 망해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도 망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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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안 나오고, 전세계 도시들이 무정부상태라고만 나온다. 공권력 다 붕괴됐는데 영국만 경찰국가로 공권력이 살아남았다는 설정..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에서 이민자가 영국으로 몰려온다는 것이다. 빠르게 지나간 망한 도시 이름 중 서울을 캡쳐했는데 서울 홍수 사진이야 뭐야...? 왜 때문인지 시청 내내 해상도가 낮아서 캡쳐한 것도 구리네 나중에 다시 캡쳐해서 올려야지ㅜㅠ

이 영화의 결말은 어떠해야 할까? 뭔 영화를 봐도 이런 류는 결말에서 급흥미를 잃게 된다. 다른 결말을 제시할 수도 없는데 시시하게 느끼고 마는...ㅠㅠ 지금 겪고 있는 미래면서도 아직 오지 않은 미래라서 완전히 비관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비관이나 낙관 따위밖에 선택이 없는 걸까? 모르겠다.

그나저나 줄리안 무어 ㅠㅠㅠㅠ 너무 좋았다. 2006년 영화란 거 알고 봤는데도 바보 같이 줄리안 무어를 보는 순간, 극중 전남편처럼 나도 와, 하나도 안 변했구나 하고 정신 아득해짐 돌았음;;;;

1992년 발표된 동명의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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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 빌런 폴 프렌터 이야기 (스포)- 업데이트

인류는 퀸 노래를 좋아한다. 진심 대중매체에서 퀸 노래 안 쓰는 데가 없다. 즉 자기는 몰라도 어릴 때부터 퀸 노래에 무방비 노출되기 때문에 안 좋아할 수가 없다. 따라서 삼단논법(인류는 퀸 노래를 좋아한다>나는 인류다>나는 퀸 노래를 좋아한다)적으로 ㅋㅋ 퀸 노래를 크게 한가득 들을 수 있는 이 영화를 나도 재밌게 봤다. 따라부를 만큼 가사를 못 외우고 있었다는 데에 충격받았을 뿐 ㅠㅠ 물론 주변에 사람 없는 자리에 앉음

영화는 프레디 머큐리 개인사에 매우 집중돼 있는데, 퀸 노래는 좋아해도 멤버들 개개인에게 관심이 정말 전혀 없었어서 여러가지를 새로 알게 됐다. 전 부인이나 마지막 연인과의 관계 같은 것들(그런데 마지막 애인 만난 계기는 영화에서 고안한 거고 실제론 클럽 등지에서 평범하게 만났다고 함;). 그런데 헐리우드 영화의 한계를 감안해도, 스토리는 전 부인 매리와 연인 짐, 밴드 멤버들에 대해 미화 일색이고, 다른 연인이기도 했던 폴 프렌터만 악당으로, 온갖 악의 원인으로 묘사해서 갈등 구조가 너무 단순했다. 동시에 프레디 머큐리를 완전 전형적인 천재, 아이 같고 순수하고 예술밖에 모르는 자기중심적 인간으로 그려놨다. 그래서 프레디가 행한 어떤 비행이나 타락은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폴 프렌터 때문이라고 그리며, 시종일관 누군가를 속이고, 뭔가를 획책하는 야비한 폴의 모습만 보여준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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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폴 프렌터는 악당이다! 그가 프레디의 인간관계를 이간질하고, TV에 출연한 것까진 아니더라도, 그가 잘못했다는 건 명백하다. 1987년 타블로이드 <더 썬>지와 인터뷰에서 폴은 프레디와 연인 짐을 아웃팅시켰다. 짐은 부모에게 말도 안 한 상태였는데...ㅠ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추가: 폴 프렌터가 프레디의 사생활을 까발리자, 더 썬지는 다음과 같은 진짜 거지같은 미친 기사 내보냄. 프레디의 전 연인들 사진까지 싣고, "에이즈가 프레디의 두 애인을 죽였다"고 미친 제호를 대문짝하게 뽑아냄. 와... 진짜 근데 이건 언론사가 개쓰레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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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이에 대한 프레디의 대응:

"폴이 이런 짓을 한다니 믿을 수 없다. 제일 소름끼치는 건 폴이 죽은 사람들을 팔아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내 두 친구가 에이즈로 죽었고, 폴은 고인들에 대한 기억을 추문으로 쳐박고 있다." 프레디는 음악 씬으로 복귀를 꾀하던 폴이 돈이 필요했던 모양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고. 기사 전문: 1987.05.10 - News Of The World - UK - Freddie's Gay Fury

하지만 그런 잘못을 이후에 했더라도, 10년 가까이 프레디 머큐리 개인 매니저로 활동하며 밴드와 동고동락한 기간 동안 프레디에게 나쁜 영향만 미쳤을 거라고, 소급해서 프레디의 나쁜 행동(bad deeds)을 폴이란 친구/연인의 영향으로 모는 건 말도 안 되고 재미도 없다.

((영화에서 프레디의 아버지가 수차례 강조한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good thoughts, good words, good deeds)"은 조로아스터교의 기본 교리라고 함))

특히 라이브 에이드 공연 한참 이후 프레디와 폴이 결별했는데도, 영화는 폴을 그 영예로운 공연 자리에 프레디와 퀸이 서지 못하게 방해한 캐릭터로까지 적극적이고 악의적으로 왜곡한다. 실제로는 라이브 에이드를 기획한 아티스트 밥 겔도프가 프레디에게 공연 제안하며 내건 조건이 밴드와 함께 서는 거였고, 무대에 서고 싶던 프레디가 밴드 멤버들에게 돌아가 싹싹 빌고 다 내 탓이라고 얘기해서 짧은 시간에 공연을 준비했던 거라는데.. 당시 인터뷰 봐도 돌아온 탕아 같은 느낌이 아니다. 암튼 밴드 내적인 서사에 따라 재결합한 게 아니고 행사 기획한 밥 겔도프님 덕에 재결합한 거라고.

프레디 개인 매니저로 일하며, 밴드의 다른 두 멤버(베이시스트는 1991년 탈퇴)랑 사이가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다만 이 영화의 제작에 두 멤버가 관여했음을 적어둠...

그리고 솔로 때문에 밴드 떠나는 게 머큐리 뿐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한 번 이상 모든 멤버가 밴드 탈퇴를 고민했고, 이건 어느 밴드에게나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프레디에게 솔로를 권했던들, 뭐가 문젠가? 밴드하는 아티스트들이 자기 개인 음악해 보고 싶다는 욕구를 갖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고, 프레디 개인 매니저로서 그 욕구와 사업 수익 계산해서 제안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이걸 뭐 무슨 가족한테서 어린아이 떼놓는 비열한 일처럼 그려놨어;

폴은 애초에 관객 눈에 처음 들어온 순간부터, 남자에게 끌리는 마음을 억제하고 매리에 대한 사랑을 지키려는, 매리를 향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중인 프레디를 꼬시려 드는 뱀 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그리고 폴의 피날레는 난교를 위해 왔을 거로 짐작되는 낯선 남자를 한 트럭 데려왔다가, 그간의 모든 야비한 계획이 들통나 프레디에게 내쳐지는 거다. 프레디가 어떤 성생활을 하고 어떤 마약을 했든, 인간으로서 약점이 있고, 선한 점이 있고, 악한 점이 있고,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반성하고 후회하고 그러면서 또 반복하고, 자기만 잘난 것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외롭기도 하고 즐겁기도 한 그냥 여러 모습을 가진 인간인데, 왜 그의 약한 점, 그래서 저지른 일들을 폴에게 몰빵해서 너 때문에 순진한 애 타락했지만 결국 너랑 달리 프레디를 착취하지 않는, 진정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고 서사를 짜냐고. 아무리 헐리우드 영화라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하지만 폴 프렌터는 1991년에 죽었고, 죽은 자는 고소할 수 없으니.. 말잇못...

결국 이 영화는 프레디라는 캐릭터를 평면화해서 예술가로서, 번뇌하는 인간으로서, 연약한 인간으로서의 모습, 이런 걸 다 뭉개버리고 타락했다가 나중에 정신 차리고 원래 '가족'-전 부인, 날 진정 이해해 줄 미래 애인, 밴드 멤버들-에게 돌아온 탕아가, 라이브 에이드 공연으로 진짜 가족과 전보다 더 고양된 형태로 하나가 되며 끝나는... 그런 이상한 모습으로 그냥 끝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내 울었다.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라는 개인의 삶이 궁금해졌다. 시간될 때 좀더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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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모습 너무 멋있다.. 인터뷰할 때 모습은 평범해서 의외성에 놀람;

보그가 골라놓은 사진 멋진 거 더 많음

이민자 프레디 머큐리

서기 636년~651년 사이 페르시아를 장악한 이슬람 정치 세력의 박해를 피해 인도로 건너간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을 선조로 둔 '파르시(parsi)'계 중 유일하게 알려진 락스타. 아프리카 탄자니아(영국 점령기 땐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자라다 부모님이 인도로 이주해서 거기서도 살다가, 십대 때 다시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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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표현된 것보다 더 전 부인 매리를 사랑하고 의지했다. 6년여 결혼 생활이 끝난 후에도 관계를 이어나가 길건너 집도 구해주고, 자기 개인 비서로 채용하고, 마지막 숨 거둘 때까지 돌봄을 받았다. 한 다큐에서 "내 유일한 친구는 매리고, 다른 이들은 필요 없다"고 얘기하기도. 메리에게 재산의 절반과 저택을 유산으로 물려주고, 자신의 장례를 부탁하며 재를 어디에 묻을지 밝히지 말아달라 했고, 지금도 매리는 유골의 소재를 함구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조로아스터교 풍습에 따라 장례 치뤘다고만 나왔다.

라이브 에이드

영화 싱크로율 대박 높음 아 근데 진짜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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