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1일 용산참사 현장에서, 조세희 선생님 연대 발언

선생님이 생전에 남기신 말씀을 들으며 가슴이 아파서.. 다른 사람들도 보길 바라면서 올렸다. 우리가 더 잘 해야 돼. 결국 우리가 승리할 거니까.


저는 조세희라고 합니다
저를 잘 모르실 분들이 많을텐데
저는 본래 아주 나약하기 짝이 없는, 연약한 그런 작가입니다
30년 전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철거민, 슬픔, 아픔, 고통에 대해서 썼던 사람입니다
그때는 지금 이 앞에서 사진 찍는 여러분처럼
제가 젊고 그랬어요
지금은 일흔이 가까운 노인이 되었습니다
어저께 소식을 듣고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충격이 굉장히 컸습니다
제가 난쏘공을 처음 쓸 때는
우리가 살아야 되는 미래가 아름답기를
그리고 슬프지 않기를
모든 것이 평화롭고
평등이라는 말까지 거기에다 민주주의라는 말까지
그래서 고통이 어느 한쪽으로만 집중이 되는 걸 막을 생각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글을 썼던 것이 난쏘공입니다
지금은 몸이 굉장히 나쁩니다
연약하다는 것을 넘어서 몇 가지 병이 쳐들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앞에 계신 분들은 저를 알아볼텐데
2005년 11월 15일까지는 제가 현장에 늘 카메라를 갖고 나왔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는 데 자료를 얻을 겸
그리고 현장에서 싸우는 분들에게 머릿수 하나 첨가하는 마음으로
늘 참여했었습니다
그것이 2005년 11월 15일 전용철 농민이 돌아가시는 현장에서
저도 상처를 입고
아프고 카메라 다 망가지고
그 이후에 병이 들었습니다
그 뒤에 현장에 나오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투쟁하는 분들에겐 늘 미안했습니다
지금 또 나온 이유는
나와서는 안 될, 못 될 정도의 건강인데도 나왔습니다
그것은 왜 그러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
지금 2001년 새 세기가 박정희 때부터 시작된 그 군부 치하에서
낙원으로 설정이 돼 있던 땅입니다
제가 도착한, 늙어서 도착한 곳이 낙원이어야 되는데
제가 듣는 이야기는 이 세계, 천 몇 백 인종, 이백 여 나라
그 많은 국가 중에서 제일 미개하고
제일 흉하고
제일 폭력적인 그 힘에 의해서
이 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생명 여섯이 희생을 당했다는
그 앞에서, 어떻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잠 못 자고 아픈 몸으로 지금 나온 이유는
어떻게 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까 하는 고민 끝에
여러분들을 뵙고 한 말씀만 드리려고 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우리에게 이 상태로 가서는 낙원은 없습니다
한국에 지금 얼마나 어려운 사람이 고생하고 있습니까
850만의 비정규직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옛날 어떤 문인이 '가난뱅이를 두들겨라' 하는 시를 쓴 적이 있습니다
가난뱅이를 두들기면서 소수가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을 이룬 거죠
그래서 저는 난쏘공을 쓸 때 우리의 후세들은
좋은 곳에 태어나서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글을 썼고
그 다음에 진행이 똑바르지 않고 엉뚱한 길로 가고
국가의 경제를 위해서 가난한 사람은 또 두들겨 맞고
소수 1%에서 5% 사이를 행복하게 하는
그런 세상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
저는 늘 현장에 나오려고 노력을 하다
제대로 나오지 못했고
제가 현장에서 뵙던 여든 몇 살 된 어른들
이 어른들 몇 분은 벌써 돌아가셨어요
다음 차례는 제가 죽을 차례입니다
제가 마지막 가면서 보는 게
이 앞에서 사진도 찍고
대학 졸업할 사람들이 있는데 직장도 없고
그런 세상을 결국 우리가 만든 겁니다
그리고 우리 동년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밑에 친구들이 열심히 민주주의를 하기 위해서 투표를 해서
지금 권력을 잡고 있는 현 체제를 이루어 놨습니다
그 체제가 들어와서 한 일 중에 제일 끔찍한 일이
이 세계에서 제일 미개한
동족을 때려죽이는 그런 일을 하고 만 것입니다
제 뒤쪽에선 지금 보이지 않는데
한국에 사는 스무 살 짜리들, 스물 몇 살 짜리 젊은이들이
똑같은 일을 놓고, 각기 조금씩 다른 일을 갖고
맞서고 이렇게 있습니다
이 세계에는 숱한 인종이 살고, 숱한 나라가 살지만
이렇게 비극적인 나라는 없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다음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죠
할 길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개개인이 각성을 하는 건데
그 각성을 반대하는 것은 물론 교육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 알지만
정규직, 비정규직 해서 분열이 되지요
여러 운동 단체도 또 분열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득을 보는 소수 몇 %,
우리가 아주 어렵고 어려웠다는 조선 시대에도
5%는 아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지금 와서 깜깜한 그런 밀림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느낍니다
제가 어저께 TV를 보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식구들은 제가 심장이 뛰고 기절을 하는
이런 병을 앓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게 했는데
지금 이야기하다 보니까 또 흥분이 됩니다
왜 그 여섯 분이 왜 죽어야 했습니까
여러분 생각해봤습니까
여섯 분을 죽게 한 그 불은 얼마나 뜨거웠겠습니까
그 분들은 몇 초 동안 고생했겠습니까
그 분 일생 동안 고생을 했을까요
내가 인도라는 아주 어려운 나라에 갔을 때
그 나라 신문들은 늘 톱 기사에
눈물이 없는, 고통을 주지 않는
이런 대화를 하자는 기사를 늘 앞에 썼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볼 수가 없죠
이 자리에 와서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대한민국의 구성원 개개인이
다 잘못을 하고 죄를 범했습니다
조세희도 죄를 지었죠
조세희는 무슨 죄를 지었느냐 하면
박정희가, 그 뒤에 군부 전노(전두환/노태우) 시대,
그 말도 안 되는 폭압 정치를 할 때
내가 그것을
그런 죄를 똑같은 죄를 범했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죄악을 막는 데
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죄를 범한 것입니다
이렇게 따져보자면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이명박이라는 사람에게
많은 표를 주어서 일하라고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읽은 책의
몇 분의 일도 읽지 않았을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GNP를 얘기할 때
정신적인 GDP에서는 나에게 한창 모자랍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이 쓰는 인물들은
인간의 고통에 대해서 나에게 와서 배워야 됩니다
내가 난쏘공 처음 쓸 때
우리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한 아이가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배고파 운다면
그것을 놓아두고 잠자는 우리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그것이 곧 폭력이라고 썼습니다
그 말을 지금에 적용해 보면
우리 개개인이 얼마나 큰 폭력을 경찰들 못지않게 쓰고 있습니까
경찰의 우두머리가 쓰는 폭력과
우리가 쓰는 폭력은 얼마나 다릅니까
우리는 무지에서 깨어나는 순간
우리 미래의 길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말씀 드릴게요
지금 주위가 어둡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 캄캄한 밀림 속에 들어가 갇혀 있습니다
앞이 안 보입니다
우리 개개인이 나침반을 지녀야 됩니다
우리 머리 속에 나침반을 넣어둡시다
그리고 우리는 지도를 가져야죠
우리 민족은 지금 지도도 없고 나침반도 없고 앞길도 없는 길을
자연적인 상태에 맡겨 둔 채 그냥 갑니다
어떻게 해결되겠지
하늘이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이 있다, 이런 생각하죠
하늘이 무너지면 다 죽습니다
선진국 제1세계에, 유럽 어느 나라의 속담에
하늘이 무너지면 살 길이 없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 속담은 뭐냐 하면
'하늘이 무너지면 파랑새를 잡자' 그랬습니다
우리는 여섯 분의 이 귀중한 생명을 가슴에 새기고
그들의 절망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의 동지인 여러분 개개인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서
우리의 무지에서 벗어나서
밀림에서 벗어나서
밀림 다음에 나타나는 넓을 개활지를 발견하도록 합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물론 투표도 잘해야 되고
집회 하나하나에 나와서 공부하는 것으로써
대학에서 잘못 가르치는 것을 우리가 폭파해야 되고
무엇보다 우리 젊은이들이 아무 할 일이 없다는 죄악을
우리 세대가 저질렀다는 것을 나는 반성하고
그런 세상이 없기를 바랍니다
물론 여섯 분의 생명, 귀중한 생명이 돌아가신 것은
우리에게 어떤 경고, 경각심, 교훈을 주는 겁니다
여섯 분의 이 죽음을 우리 가슴 안에 새겨야죠
밝음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새겨야 될 것은 그거죠
우리가 밝음을 가져야죠
저는 작은 촛불 하나를 갖고 왔습니다
중국의 위대한 '노신'이라는 작가가 말했죠
"큰 횃불 나오기 전에 우리는 작은 촛불이라도 들러 나왔다"
조세희가 들었습니다
여러분께 제가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연대라는 말을 그냥 쉽게 합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다 연대의 힘
우리 사랑의 힘
평등의 힘, 자유의 힘
이것을 우리가 소유하도록 합시다
당신이, 여러분이
이성과 힘 두 가지를 다 가질 수 없다면
당신, 여러분은 이성을 갖고 적들에게는 힘을 주어 버리자
적들은 그 힘으로 전투에서 이길 지는 몰라도
전쟁에서는 이길 수가 없다
적들은 힘으로 이성을 만들 수 없지만
우리는 이성으로 힘을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간단히 줄이면 이렇습니다
우리가 (전쟁)에서는 이긴다는 것이죠
이것을 적들에게 전달하도록 합시다
긴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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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사이버펑크: 엣지러너》

넷플릭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십셔

먼 미래, 첨단 자본주의 사회, 공공성이 완전히 붕괴된 각자도생의 시대. 모든 사람이 컴퓨터, 기계로 몸의 부품을 대체하는 사회가 됐다. 이 사회는 사이보그 부품을 생산하는 거대기업들이 지배한다.

주인공은 우연히 군용 척추를 불법으로 자기 몸에 껴서 가공할 신체능력을 갖게 된 소년으로, 얘가 그 능력을 활용해서 심부름 센터처럼 온갖 일을 하다가 대기업들이랑 엮여서 좋을 꼴을 못 보는 얘기다.

모든 사람이 사이보그로 사는 세계라서 따오기에서 작년부터 리뷰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안 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떠오름. 내년엔 꼭 리뷰해야지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명의 게임이 있는데 같은 세계관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같다. 게임 안 해서 잘 모르는데 우리집에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오며가며 들어보니 계속 "저 개새끼를 죽여버려" 뭐 이러고 있음 요즘에는 게임에서도 화끈하게 욕하네 애니의 인물들은 이 게임에 NPC로라도 등장도 안 하는 듯?

애니메이션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래서 첨에 뭔 얘긴지 모를 수도 있는데 잠깐만 참고 보면 금세 알게 됨. 나는 그 속도감이 좋았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을 잘 배정했다는 느낌이었다. 힘 줘야 되는 장면에만 돈을 때려부어서 힘을 빡 줬는데 굳이 전체 퀄을 상향화하는 것보다 그게 좋다.

이 애니의 최고 미스테리는 스키니한 남주가 엄마 유품 잠바를 입고 다니는데, 벌크업을 한 뒤에도 그 잠바를 무리 없이 입고 있단 점이다. 형상기억엄마옷... ㅋㅋ

그리고 내 최애캐가.. 죽는다... 많은 사람이 죽긴 하는데 내 최애캐를 왜 죽여 너무 화가 나서 게임을 해야 되나 잠깐 생각했다 게임으로 복수해야 되나 하구-_- 아니 갸를 왜 죽이냐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폭풍오열함;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한텐 비추. 한회 25분 남짓으로 회차도 10개밖에 안 돼서 연말에 가볍게 한 잔 하면서 보기 좋다.

넷플릭스 링크: https://www.netflix.com/watch/81054853

+ 참 엔딩곡 뮤비는 애니에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아예 애니 한 편을 만들었더라고 참 신기하다 요즘엔 이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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