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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사이버펑크: 엣지러너>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십셔
먼 미래, 첨단 자본주의 사회, 공공성이 완전히 붕괴된 각자도생의 시대. 모든 사람이 컴퓨터, 기계로 몸의 부품을 대체하는 사회가 됐다. 이 사회는 사이보그 부품을 생산하는 거대기업들이 지배한다.
주인공은 우연히 군용 척추를 불법으로 자기 몸에 껴서 가공할 신체능력을 갖게 된 소년으로, 얘가 그 능력을 활용해서 심부름 센터처럼 온갖 일을 하다가 대기업들이랑 엮여서 좋을 꼴을 못 보는 얘기다.
모든 사람이 사이보그로 사는 세계라서 따오기에서 작년부터 리뷰하고 싶었는데 아직도 안 한 책 <사이보그가 되다>가 떠오름. 내년엔 꼭 리뷰해야지ㅠ
동명의 게임이 있는데 같은 세계관의 프리퀄 애니메이션 같다. 게임 안 해서 잘 모르는데 우리집에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오며가며 들어보니 계속 "저 개새끼를 죽여버려" 뭐 이러고 있음 요즘에는 게임에서도 화끈하게 욕하네 애니의 인물들은 이 게임에 NPC로라도 등장도 안 하는 듯?
애니메이션 속도가 엄청 빠르다. 그래서 첨에 뭔 얘긴지 모를 수도 있는데 잠깐만 참고 보면 금세 알게 됨. 나는 그 속도감이 좋았다.
그리고 한정된 예산을 잘 배정했다는 느낌이었다. 힘 줘야 되는 장면에만 돈을 때려부어서 힘을 빡 줬는데 굳이 전체 퀄을 상향화하는 것보다 그게 좋다.
이 애니의 최고 미스테리는 스키니한 남주가 엄마 유품 잠바를 입고 다니는데, 벌크업을 한 뒤에도 그 잠바를 무리 없이 입고 있단 점이다. 형상기억엄마옷... ㅋㅋ
그리고 내 최애캐가.. 죽는다... 많은 사람이 죽긴 하는데 내 최애캐를 왜 죽여 너무 화가 나서 게임을 해야 되나 잠깐 생각했다 게임으로 복수해야 되나 하구-_- 아니 갸를 왜 죽이냐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폭풍오열함;
잔인한 거 못 보는 사람한텐 비추. 한회 25분 남짓으로 회차도 10개밖에 안 돼서 연말에 가볍게 한 잔 하면서 보기 좋다.
넷플릭스 링크: https://www.netflix.com/watch/81054853
+ 참 엔딩곡 뮤비는 애니에 없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아예 애니 한 편을 만들었더라고 참 신기하다 요즘엔 이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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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즈 앤 이어즈>는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에 사는 ‘라이언스’ 일가 4남매를 중심으로 한 근미래 가족 드라마다. 드라마가 발표됐던 시점인 2019년 현재부터 2034년까지 16년 동안 각 가족 구성원이 주요 사회적·세계사적 사건을 어떻게 겪고 변화하는지 그려진다. 각 구성원이 헤쳐나가던 서로 상관 없어 보이던 사건들은 ‘난민 수용소’라는 문제로 얽혀들고, 우리 가족이, 영국 사회가, 세계 전체가 마주한 핵심 위기로 수렴한다.
드라마의 다른 한 축은 이 평범한 가족들이 주로 TV를 통해 접하는 극우 정치가 ‘비비언 룩’이다. 첫화는 비비언 룩의 등장을 가족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시청하며 그룹통화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직 정치 데뷔 전인 비비언 룩은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팔레스타인은 20세기 초 영국의 식민지배의 후과를 지금까지 겪는 곳이다. 때문에 영국에서 팔레스타인은 완전히 남의 문제랄 수만은 없다. 하지만 백년간의 피로가 쌓여서일까? 이제 영국 시민들은 팔레스타인 얘기가 지겹다. 하지만 대놓고 그렇게 말하면 교양 없어 보인다. 체면치레가 필요한 방송에선 더더욱 그런 얘길 할 수 없다. 그러나 비비언 룩은 속시원하게 말한다. “팔레스타인? 그딴 거 솔직히 좆도 신경 안 써요(I don’t give a fuck)” 정부가 우리 동네 쓰레기나 잘 치워주면 좋겠다는 비비언 룩은 fuck을 검열한 ****에서 따온 4성당(4 Star Party)을 창당하고 따분한 영국 정치계에 새바람을 일으킨다.
정치적/계급적 구성이 다양한 라이언스 가족 중 누군가는 비비언 룩에 열광하고 누군가는 경악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며 비비언 룩과 가장 반대되는 진보적 성향의 가족들조차 극우 정치가의 주장과 자신의 생각이 공명하는 부분을 발견한다. 선거 결과를 본 좌파들은 좌절감을 몰래 표출하곤 한다. 자기 계급의 이익과 반대되는 극우 정치가를 뽑는 멍청한 사람들은 선거도 못 하게 해야 돼! 진심이든 아니든 사회가 망가진 책임을 자본가나 정치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 돌린다. 이렇게 ‘우매한 대중’에 의한 민주주의에 대한 혐오정서를 좌파 엘리트들에서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비비언 룩은 대놓고 말한다. 아이큐 낮은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세계 도처에서 직접행동을 벌여온 아나키스트마저 비비언 룩에 열광한다. 모두가 데이터에 무차별 노출된 상황에서 6세 아동이 휴대폰으로 포르노를 소비하도록 방치할 것인가? 비비언 룩은 30m 반경에 있는 모든 전자기기의 온라인 접속을 끊을 수 있는 ‘블링크’라는 장치를 소개한다. 사이버 테러리스트가 만든 무기지만 이를 합법화해서 각 학교와 가정에 배급해 미성년자의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고, 캘리포니아 거대 IT 기업들의 CEO를 여기 맨체스터로 데려와 재판 받게 해서 감옥에 보내 버리겠노라고! 거대 기업의 부정 행위에 맞서 싸워 온 아나키스트는 그래 세상을 뒤집어 버리자며 적극 동조한다. 물론 흑역사로 남게 되지만.
드라마엔 바뀐 기술을 통해 바뀐 삶의 풍경이 자주 묘사된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고, 온라인 상 주요 소통 수단인 이모티콘이 현실의 얼굴에 덧씌워진다. 기존 정치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치고, 젊은 세대는 몸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해서 사이보그가 되려 한다. 아주 가까운 미래를 그리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쓰고 있거나 개발 중인 기술에 기반해 있어 대체로 위화감이 없다. 곧 당면할 문제로 설득력 있게 그려진 것도 있다. 타고난 몸뚱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트랜스 휴먼’이 되겠다는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다. 신체 손상의 연장으로 이해돼서 거부감부터 드는데, 이러다간 신체에 대한 바뀐 통념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겠다. 지금의 거부감은 오히려 저런 생각을 못 하도록 인터넷을 끊어버리겠다는 부모의 강압적 입장에 더 가까울 정도라서 위기 의식이 든다.
핵폭탄이 터져도 세계는 멸망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승리를 공고화한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디스토피아물이다. 하지만 결국 가족구성원 모두가 각자 다른 이해관계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성하고 사회 변화의 능동적 주체로 나아가는 걸 보면 유토피아물(?) 같기도 하다. 그동안 자본주의의 위기는 세계의 가장 취약한 곳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감당해 왔다. 근미래 영국 중산층들은 세계사적 위기를 겪으면서도 여전히 먼저 쓰러져나가는 이들의 보호막 속에 살 수 있었다. 취약한 이들이 모두 쓰러지고, 파국이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까지 찾아왔을 때 다른 선택지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눈 뜨고 보기 힘들지만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세상을 그리는, 한 순간도 놓치기 힘든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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