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봄날, 저개발의 기억Memorias del Subdesarrolo, 1968

결국~~ 이 두 작품밖에 못 본 쿠바 영화제-_-;;;

그것도 10분이나 늦었는데 다행히 늦게 시작했고.. 사람 참 없어서 좋았다-ㅁ-;

 

79봄날은 가사 상태에서 봤다. 호치민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영화가 계속 호치민을 찬양했다.

미국이 단연코 제 일로 나쁘지만 느므나 균형잡히지 못한 시각에... 재미없었다.

미군의 배트남 포로 학살 후 담배 한 대 피우며 귀찮지만 기념 사진 찍는 모습이 충격적이었고

그렇다면 배트남 군인들은 미군 포로를 어떻게 대우했을지가 매우 궁금했다.

단편이고. 쿠바 영화라는 것 외에는 별로 특별한 의의를 못 느낌.

 

 

저개발의 기억은, 아 반드시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언젠가 쿠바에 가고 말리이이~

그러니까 영화가 너무 좋기도 했지만 이해도 못 했기 때문에 꼭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전 정보가 또 없었다-_- 작품 설명도 안 읽고 가다니~ 그러나 돌아와서 읽어봤는데 마찬가지다~~ 와다~

쿠바 혁명을, 마이애미로 떠나지 않은 한 자유주의자 부르조아의 눈을 통해 보고 있는데, 혁명은 아름답지도 획기적이지도 않다. 선진문물이 몸에 밴 교양있는 이 자유주의자에게 그가 찝적거리는 여자로 대변되는 쿠바는 매우 저개발 상태이다. 그런데 영화 도입과 마지막 부분을 생각해 보면 그는 쿠바를 권태로워 하면서도 쿠바가 쫌 좋은가보다. 아니면 단지 익숙한 걸까?

 

내 볼 땐 프랑스 영화같더라. 특별한 사건 없이(물론 강간범으로 몰려 고초를 치르지만) 일상적 삶을 통해 내면 세계를 보여준달까? 우훗 말로 하니 역시 우습군.

영화가 너무 웃겼다. 특히 이 아쟈씨, 진짜 변태다. 권태로운 변태. 그림의 배꼽에 뱅글뱅글 손가락을 문대는 것이 참으로...-_-;;; 그리고 가정부가 강에서 미사 받은 이야기를 듣고 혼자 에로틱하게 상상하고-_- 푸훗 엘레나한테 첨 찝쩍거릴 때도 "무릎이 예쁘네요"라고! 허억 고단수!

 

카스트로 정부가 영화 진흥 사업에 무척 힘을 쏟아서 이 당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댄다. 야한 작품 역시 많이 나온 듯 하다. 멋지다.

기회가 닿으면 꼭 다시 보겠다. 안 닿으면 만들지~~

 

 

-------------------------------숭어님 감상------------------------------------------

 

  쿠바영화제에서 본 영화. 장소는 뤼미에르 극장이었다. 지하철 타고 가자는 걸 억지로 버스 타고 가자고 했어 늦을 뻔 했다.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처음부터 볼 수 있었다. <저개발의 기억>에 앞서 <79봄날>이 상영됐다. 베트남전과 호치민에 대한 다큐멘터리 필름(?)이었다. 배경음악이 사이키델릭했고 짧은 영화였다.

 

 <79봄날>이 끝나자 <저개발의 기억>이 시작했다. 위의 사진은(아래 포스터) 주인공 세르지오가 헤밍웨이 박물관에 있는 물소뿔을 보는 씬이다. 세르지오는 부르주아 지식인이다.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한 쿠바에서 불로소득으로 먹고 사는 형편으로 성질이 매우 자유분방하다. 자유분방한 기질 때문에 쉽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세르지오는 자기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를 비롯, 미모의 배우지망생 등을 꼬시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결코 쾌락을 얻지 못한다. 그의 안경 너머로 비치는 쿠바 사회는 온통 저개발된 것 뿐이고, 그가 찝쩍된 여자들에게도 저개발의 이미지는 투영되어있어서 심히 찝찝했기 때문이다. 도무지! 만족이 안되는 것이다. 저 자유주의자는.

 

  딱 한번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는 이름이 한나였고 나이가 어렸고 독일 여자였다. 아마 유럽 출신의 여자였기 때문에 좋아했을 지도 모른다. 여하간 한나는 과거의 여자이고, 현재의 세르지오가 최근에 꼬득인 여자는 배우 지망생인 엘레나. 엘레나는 허영심이 많고 속물적일 뿐, 사회문제에 도무지 관심이 없다. 둘이서 헤밍웨이 박물관을 갔을 때 지루해 죽을려는 엘레나를, 세르지오는 버린다. 그러나 팽당한 엘레나는 쿨~하게 떠나지 않고 온 가족을 동원해 세르지오를 사기꾼으로 고소한다. 혼인빙자간음 쯤?? 평소에 개무시하던 인간으로부터의 고소를 당한 세르지오는 상당히 당황하지만 결국 침착한 대응으로 재판에서는 승리한다.

 

  집으로 돌아온 세르지오는 이 여자 저 여자 생각을 해보고 자신을 버린 아내의 녹음된 음성도 들어보고 한다. 창 밖을 보자 탱크의 행렬이 보이고 세르지오의 내면은 복잡다난해진다.

 

  잘 이해가 안되는 영화였다. 하긴 뭘 그렇게 잘 이해한 적도 없지만.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저개발의 기억.이라는 제목은 저발전의 발전이라는 프랑크의 책 제목을 연상시킨다.

  아 맞다 홍상수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왜 그랬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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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선데이


 

하... 핏빛 일요일. 영화는 각종 다큐멘터리와 책을 본 내게 새로운 충격을 주진 않았다. 그러나 그 흔들리는 영상에 시위 현장에 있는 것만 같았고, 영화를 보고 나서 최원택님의 평을 읽으니 더더욱 무섭다. "나도 가끔 시위나 집회 현장에 나가는데, 경찰이 발포한다면 어떻겠는가-" 누구를 때리는 것만 봐도 머리꼭지가 돌아버리는데, 총질을 한다고? 내 사촌을 죽였다고 절규하며 돌을 던지다 끝내 자신도 목숨을 잃고 마는 젊은 애가 남같지가 않다. 너무 무섭다.

 

음.. 영화에 대한, 그리고 아일랜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서 조금 오해하고 보았는데, 사건의 장소 데리시는 북아일랜드이고, 내가 알기로 신교도가 대다수인 북아일랜드는 영국령으로 남아 있기로 투표를 한 지역이다.(확인해 보지 않는 나의 게으름이여!) IRA는 계속 무력투쟁을 한 모양인데, 평화행진으로 시민권 획득 등을 원하는 세력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다. 그런데 걷기만 하는 평화 집회에, 영국군은 이곳에서의 집회는 모두 불법이라며 공수부대까지 동원해 온 마을 곳곳에 총을 겨누고 있고 불안해 하면서도 모인 청중의 힘으로 이들은 행진을 한다.

 

내가 주의깊게 본 것은 공수부대 대원들이 흥분하는 거였다. 음. 높은 장군 대가리들은, 오히려, 현장에 있지 않고 지휘부에 있어서 그 광기에 물들지는 않은 것 같다. 공수부대원들은 발포명령이 내려오지 않는다고 엄청나게 화를 내다가 결국은 발포해 버린다. 평화시위대한테, 다 알면서, 어차피 저 놈들은 다 테러리스트야라면서. 저 놈을 죽이지 않으면 결국 내가 죽는다. 여기에 인간은 없고 집념만 있다. 죽여 버리고 살아남겠다는 집념. 공수부대의 적은 사실 전쟁만큼 심각하지도 않다. 상대방은 아무 무기가 없다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하면서도 총질을 멈출 수 없다. 사망자 13명, 부상자 14명. 이에 대해 대가리들 중에 인간적인 고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아하 폭도들을 살해했구나, 수긍하는 사람은 없다. 필요한 조치였다고, 적절한 조치였다는 메아리 뿐이다. 이들이 더 잘 안다. 누구를 죽였는가를. 그러나 시위대가 먼저 공격했다고 사실을 조작하고,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수여받는다. 아!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눈으로 보면 함께 미친다. 이번 미군의 이라크병사성고문 사건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본 79봄들이란 영화에서 배트남전 당시 사람을 무참하게 죽이고 기형적으로 조형물(!)처럼 만들어 놓고 웃지도 않고. 기념 사진 찍는 것이 귀찮아 죽겠다는 듯이 그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사진 찍는 것을 보았다. 전쟁에 나가는 미군들은 다 미친놈일까? 양심도 없는 개새끼들일까? 공포심을 마비시키고 미쳐 버린다. 아아 지옥의 묵시록, 그것이 지옥이다.

 

피의 일요일, 이름부터 러시아 피의 일요일과 비슷하다. 상황도 광주보다는 러시아가 가깝다. 뭐 우리 나라니까 광주를 들먹이겠지만. 광주는 유태인 학살이 가깝지.. 뭐 그냥 그렇다고.

나도 보면서 임철우의 <봄날>을 많이 생각했다. 봄날이 굉장히 충격적인 게, 중심적인 등장 인물들 다 죽는다. 여러 삶의 형식이 있고 갈등도 존재했는데 깡그리 소멸당한다. 오중사는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다. 양심이 남아 있는 사람으로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겠지. 아아 슬프다. 그러고보니 강도만 다를 뿐 얼마 전 부안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가. 부안에 한 번도 안 갔는데...

 

전쟁과 학살에 관한 영화와 책들은 참 많다. 볼 때마다 분노한다. 이 영화에서 약간 차별화되려다 만 것이 인간적 숭고함이 없을라다가 막판에 쫌 있었는데 그런 말들은 없는 게 나았을 듯 하다. 뭐 이 영화를 이런 식으로 재단할 생각은 없다. 그냥 이런 절대적 폭력에도 굴하지 않는 인간적 숭고함이 나는 좀 무섭다. 그것도 반미친 상태같아서... 정확한 건 아니고.. 그리고 이 영화는 블러디 선데이를 다룬 최초의 영화라고 한다. 사건에 30년이나 지나서 만들 수 있었는가. 광주를 직접 다룬 영화도 아직 없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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