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좋은 얼굴을 갖고 싶다면...

나이 먹어가면서 자연스레 터득하는 것 중에는, '자기 얼굴은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깨달음도 포함되는 건 아닐까. 살아오면서 알게 모르게 굳혀진 인상이 자기와는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살아온 궤적의 한 표현이라고 볼 때, 자기가 지닌 인상을 좋든 싫든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지 않나 생각된다. 왜냐하면 스스로 만들어 지녀온 것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보면, 애초에 좋은 얼굴을 타고났으면서도 왠지 인상에서 경망스럽고 거만하며 조잔한 사람을 보게도 되고, 반대로 얼굴은 비록 잘 생기지 못했으나 인품이 남달리 넉넉해 뵈는 사람을 보게 되는 때도 있다.

그렇게 잘생긴 얼굴이 아니면서도 좋은 얼굴로 평가받는 분을 꼽으라면 대표적으로 민족의 지도자이신 백범선생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추앙해 마지않는 선생님은, 국민적 필독서가 되고있는 백범일지에서 술회하기를 젊어서 평범하게 살 때에는 결코 좋은 얼굴로 주목받거나 평가받지를 못했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선생이 마침내 민족지도자가 되니 이구동성으로 호상(虎相)을 지녔다며 평가를 했던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세파에 시달리다보면 독특한 자기만의 고유한 인상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인상이라는 것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즉, 무언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치밀하게 인생설계를 하는 사람과 그렇지를 못한 사람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살아온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이라면 마땅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좋은 얼굴, 좋은 인상에 대해 생각해 보는 때가 있다. 우선 떠오르는 게 좋은 얼굴 만들기로 경계를 삼을 것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의미다. 인간관계 속에서 마냥 곱게 적응하기는 어려운데, 이때 튀어나와 정을 맞으면 그저 상처 입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우선 좋은 얼굴을 가꾸자면 모난 모서리를 없앨 필요가 있다. 모난 3면체의 물체가 점차 닳고 닳아 4면체, 5면체, 6면체, 8면체로 차츰 바뀌어져 마침내는 둥근 원(圓)이 되듯이. 전에 정부의 어느 산하단체에서 새 천년을 맞으면서 한강변에 '천년의 문'이란 원형상을 세우겠노라고 발표했다. 그 기사를 읽은 나는 어쩌면 서울에도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자유여신상과 같은 명물 상징물이 하나 생기겠구나 생각했다.

단지 미적인 아름다움을 기대 해서가 아니라, 원형이라면 그것이 모든 것을 포용하고 아우르는 상징물로서 보는 사람에게 좋은 반면교사적 느낌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애석(愛石)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은 원석(圓石) 하나쯤 가져보는 걸 소망한다. 그것을 가짐으로서 참 애석의 깊이를 알며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데, 이 최상의 감상안(鑑賞眼)을 요하는 원석을 가장 만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또한 초보자들이다. 그러니까 이처럼 초보자와 대가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원의 계념이요, 세계인 셈이다. 가꿔가는 얼굴도 마치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돌의 모서리가 닳고닳아 차츰 원석이 되어가듯, 좋은 얼굴 가꾸기도 실로 그런 지난한 노력 끝에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수년 전, TV진품명품 시간에 백범선생의 글씨가 한 점 소개되었다. 수전증을 앓아 썩 잘 써진 글씨가 아닌데도 감정인은 그윽한 눈길을 보내며 하는 말이 '선생님의 인품이 느껴진다'하였다. 그러면서 보통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어 후한 값을 매기는 것이었다.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선생님의 얼굴의 값이며, 인품의 값이었다. 또한 좋은 인상을 만들어간 그간의 노력의 보상이었다.

좋은 인상을 만들 바에는 기왕이면 여유까지를 지니면 어떨까. 그런 인상이면 사람을 껴안고 따르게 하는 포용력도 자연히 갖추게 되리라.

링컨 대통령에 대한 일화이다. 어느 날 링컨 대통령이 값싼 3등 객실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못생긴 한 할머니가 만면에 웃음을 띄며 대통령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이것을 받으십시오" 할머니가 내미는 것은 무슨 증표였다. " 이것이 무엇입니까" 대통령은 긍금하여 물었다. 그러자 노파는 천연덕스럽게, "이것은 며칠 전 내가 어떤 사람에게 받은 거라우. 자기보다 못생긴 사람을 만나면 주라고 해서 여짓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운 좋게 오늘 당신을 만났지 뭐유."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아 그래요. 잘됐군요." 대통령은 성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넉넉한 웃음으로 노파의 무례를 거부감 없이 받아 주었다.

아마, 그때 보여주었던 링컨 대통령의 인상은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최상의 것이 아니었을까.. 백범선생님의 인상이나, 링컨 대통령의 인상은 저절로,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어디 보통 범인들이 흉내나 낼 수 있는 것인가. 어디서 그런 인품의 사람을 만나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마주칠 때는 얼굴에 대한 미추 따위는 하나도 문제가 되지 없으리라.

어디서 그런 사람을 만나면 운수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은데, 운 좋게 한번 그런 얼굴을 만나볼 수는 없을까. 요즈음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답시고 말은 하면서 자기 사익이나 돌보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돼서인지 훌륭한 인품의 어른들이 한없이 그리워만 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