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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슨의 시로 경영을 말한다

솔직히 좀 아쉽다. 강연 전문을 구하고 싶어 여기저기 찾아보았지만....그저 씁쓸함뿐....

[중앙일보 이영렬] "잎이 지고도 늠름한 둥치와 굳건한 가지를 가진 나무처럼 기업이나 개인도 외부에 기대지 말고 자기 고유의 힘을 길러야 한다."

윤석철(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서울대 교내 SK경영관에서 정년 퇴직 고별강연을 했다. 그는 영국의 계관시인 테니슨의 시 '오크(Oak.참나무와 떡갈나무류 총칭)'를 인용하며 후배.제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윤 교수는 이날 '테니슨과 워즈워드의 시를 통한 인생 및 기업탐구'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인생과 기업을 올바르게 관리하기 위한 조건으로 '나력(裸力.naked strength)'을 강조했다. 그는 오크의 사계절을 노래한 테니슨의 이 시를 낭송하며 '옷(보직)'을 벗은 후에도 남아 있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 경영학의 미 개척지인 경영철학 분야를 개척한 그는 "정치 권력과 결탁해서 기업을 키우려는 생각은 나력을 이해 못한 경영철학"이라며 자신의 이론인 '생존 부등식'을 들어 '나력'을 설명했다.

그는 "기업의 경우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V)가 가격(P)보다 더 큰 제품 혹은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다면 가치에서 가격을 뺀 (V-P) 크기가 '나력'이 된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의 가치가 가격보다 크다고 느끼는 한 그 기업은 계속 성장,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논리는 개인의 일생에서도 성립한다고 그는 말했다. 예를 들어 한 직장인이 월급을 200만원 받을 경우 자기의 일에 대해 회사가 느끼는 가치(V)의 크기는 그 수십 배가 돼야 '나력'을 쌓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가 1869년 수에즈 운하 개통 축하 행사용으로 작곡된 것이지만, 작품 자체의 '나력'으로 인해 영원히 사랑받는 음악이 됐다는 사례도 소개했다. 윤 교수는 이어 테니슨의 시에 나오는 '취기를 떨친 올바른(sober) 정신'을 인용하며 기업들이 높은 경영성과에서 오는 오만이나 대마불사(大馬不死) 같은 잘못된 환상과 유혹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의 자살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다는 통계를 들며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돈을 벌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거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이날 강의는 과학과 문학,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항상 ▶어떠한 유혹과 착각을 떨쳐야 하는지▶'나력'을 기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자신의 가치(V)의 크기가 가격(P)보다 큰지 스스로에게 물으라고 당부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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