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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_03

 

인도여행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

어린 왕자의 그 '바오밥 나무'를 만난.



 

붉은 터번의 이 할아버지는 멀리서 봤을 때만 해도
무릎을 세워서 앉은 자세에, 저 담요로 온몸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우더니 자신을 찍어달란다.
저 포즈는 할아버지의 의도.
무슨 뜻이었을까.


 

그 날은 무척 더웠다.
하지만 라씨나 주스를 파는 가게는 없고 오로지 짜이뿐.
이열치열이다 생각하고 짜이를 마셨는데,
의외로 괜찮더군.
그 집 할머니.


 

짜이.
냄비에 우유를 붓는다.
우유에 짜이가루를 몇 스푼 넣는다.
생강과 설탕을 넣고 3분 정도 끓인다.
걸름망으로 생강과 가루를 걸러내고 나면,
짜이 완성~


 

앞의 사진이 이 사진의 왼쪽 잘린 부분이다.
화덕 같은 것에 숯을 넣고 그 위에 짜이 냄비를 올리더니
반대편에서는 사진에서와 같이 계속 레버를 돌린다.
전력 사정이 좋지 못한 곳이라 이런 기계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만두 외에서는 한 번도 못 봤다.


 

Shivani 레스토랑의 아저씨들.
만두에는 호텔을 제외하고서 레스토랑이 3개밖에 없다.
그 중에서 제일 레스토랑다운 레스토랑.
오른쪽의 테바리 아저씨는,
너희 나라는 무슨 채소 먹니,로부터 시작해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만 하는 몇 가지 이유를 거쳐서,
인도가 저개발의 상태에 머무는 원인분석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

피차간에 짧은 영어로도 그런 심도 깊은 주제를 나눌 수 있다니,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gorge view에서 바라본 만두 주위의 풍경.
협곡 전망대가 마을 입구 바깥쪽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아침에 나갔더니 염소 치는 아이의 소리만 아스라히 들려온다.
물론 이 잠시간의 행복은 곧이어 나타난 네 명의 개구쟁이들 때문에 다 깨졌지만...
이 곳의 느낌은 이렇듯 황량하다.
하지만 평화롭다.
난 만두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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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_02

 

폐허의 아이들.
이 곳 아이들에게는 폐허가 놀이터다.
이른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 무렵까지,
폐허를 맴돌며 지치도록 노는 아이들.



 

짜파티 몇 장 머리에 이고 가는 소녀.
제가 가고 있는 길이 천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녀는 알까.
가녀린 체구에 헝크러진 머리, 구멍난 허름한 옷, 먼지에 뒤덮힌 발.
인도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소녀다.


 

bright stepwell(밝은 계단우물, 정도가 되겠지)에서 만난 소년.
옆으로는 dark stepwell도 있었는데, 이건 건물 속 지하에 있는 우물로,
박쥐가 날아다니고 악취가 심했다.
내 호기심을 자극한 건 물론 dark stepwell.


 

 

우연히 만두의 연례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었다.
전구가 드문드문 달린 대형 천막 안에는,
꼬마부터 노인까지 온마을 사람들이 다 모인 듯했다.

열살 즈음의 아이들이 나와 춤추고 노래하고 연극하는 품새가
학예회 같은 느낌이 강했다.
무대막은 전체 무대의 2/3에 불과한데다
사람의 손으로 여닫게 되어 있어 툭 하면 떨어지고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서툴고 어설픈 모습이 참 귀여웠다.

왼쪽의 두 여자애들이 서있는 우리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오른쪽 개구쟁이는 한 여자애의 사촌동생.
누나에게 영어문장 하나씩 물어보곤 내 앞으로 와서
what's your name?
where are you from?
my name is Dani.
끝도 없는 그 애의 호기심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란 문장들.


 

붉은 터번의 이 할아버지는 멀리서 봤을 때만 해도
무릎을 세워서 앉은 자세에, 저 담요로 온몸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우더니 자신을 찍어달란다.
저 포즈는 할아버지의 의도.
무슨 뜻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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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기쁨의 도시'_만두_01

 

인도에는 기쁨의 도시가 몇 개나 있는 걸까?

영화 '시티 오브 조이'의 배경은 콜카타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만두도 기쁨의 도시로 알려져 있단다.

이제는, 숨어있기 좋은 곳에 불과한

버려진 이 작은 마을도

한때는 모두가 찾아오며 북적이대는 떠들썩한 '기쁨의 도시'였다.

남겨진 폐허가 과거의 영광을 보여준다.

 

 

21세기에야 이 곳을 찾은 나는

과거의 소란스러움을 상상하며

느릿느릿 길을 걷는다.

그저 길이 이끄는대로,

빛이 있는 한.

 

숨가쁘게 바쁜 현대에 이 곳이 '기쁨의 도시'일 수 있는 건,

이러한 느림이 가능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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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치_02

 

보팔에서 싼치까지 버스 타고 두 시간.
보팔의 Nadra 버스 스탠드다.
카메라를 보더니 찍어달라며 친구들 데리고 온다.
재밌는 사람들이야..


 

'분홍샤쓰 아저씨'는 앞사진의 아저씨와 같이 찍으려고 알짱대다가 핀잔 듣고 주춤하더니,
어느 새 자기 친구, '빨간샤쓰 아저씨'를 데리고 왔다.




 

문화재 보호국, 그런 데서 나온 사람들이었을까?
벽돌 하나하나 위치와 크기를 기록하는 광경을 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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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쉬어가기 좋은 곳_싼치_01


 


 

싼치는..
작고, 평화롭고, 한적하고, 조용하다.



 

기원전 3세기 경에 세워진 불교 초기의 스투파.


 

정말 기원전의 건축물이 맞나 싶다.
고대 문명은 정말이지...
불가사의다.



 

아.. 똥배도 잘만 나오면 귀엽다.
기둥 받치고 있어서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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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_04

 

저렇게 쪼그리고 앉는 거, 만만한 일이 아니다.
채식을 주로 해서 그런지, 못 먹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인도에는 저렇게 마른 사람들이 많다.
그나저나 저 둘은 뭘 하고 있는 걸까?




 

거리 이발소다.
여긴 나무문이라도 양옆으로 여닫게 되어 있는데,
나무몸통에 거울을 달아두고 고 앞에 의자만 놓은 이발소?도 많다.


 

갠지스강이 얼마나 성스럽고, 거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 길을 떠나가건 간에,
강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그와는 상관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복잡한 삶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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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_03

 

물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도비왈라. 빨래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갠지스강에는 도비왈라들이 참 많다.
각자의 자리에서 쉴새없이 빨래를 쳐댄다.
그리곤 이렇게 걸어서 말리는데,
모래바닥에 사리를 펼쳐두기도 하더라.
그럴 거면 빨래는 왜 하는 건지 싶기도 하고,
제대로 잘 마를지 의심스럽기도 하고..
하여간 이들은 이렇게 산다.


 


 

갠지스강가에는 100여개의 가트(Ghat, 목욕장이자 빨래터)가 있단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가트를 산책하면 마음이 편안해서 좋았다.
한편으로는 연 날리는 아이들과 크리켓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한편으로는 갠지스강 저쪽을 바라다 보면서..


 

땅콩장수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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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나시_02

 

릭샤꾼들 말이다.

하나 같이 마른 데다, 굳은 살 박힌 손과 다 트고 갈라진 발뒤꿈치를 가진...

그들도 사람이지 않던가.




쌀 세 가마에 어머니와 아이를 태우고 가는 릭샤꾼과

커다란 상자 5개를 싣고 가는 릭샤꾼의

'표정'을 보았다.

 

고통.....스러운.

 

싸이클 릭샤는,

쉽게, 가벼운 마음으로 탈 수가 없었다.

도저히, 말이다.

그들의 생존법이라 하더라도..

 

애초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의 선택지는

무엇을 선택해도 그만큼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

그러니까 선택지라고 부를 법한 것조차 없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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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가 혼재된 곳_바라나시_01

 

 

한겨울, 이른 아침의 갠지스... 안개가 자욱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하면서도

멀리 가물가물 형태가 보인다.

목욕하는 사람, 기도하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마니까르니까 가트 manikarnika ghat.

이 곳은 다른 가트들과는 달리 화장터로 이용된다.

(그런 가트가 한 군데 더 있지만 규모가 작다.)

마니까르니까 가트에는,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길 원하는 힌두교도들의 시신이

하루에도 십수 차례 실려온다.

 

하얀 천에 둘러싸여 갠지스 강물에 담궈졌다 올라오는 시신,

이제 곧 태워지려 천에서 벗겨져 들어올려지는 작고 깡마른 노인의 시신,

천에 싸인 채 강으로 떠내려가길 기다리는 아이의 시신.

 

타다 남은 살. 타고 남은 재...

 

이 곳에서는 생과 사가 이렇듯 적나라하다.



 

가난하고 늙고 병이 든 자들은, 이 곳에서 죽기를 기다리기도 한단다.

관광객들의 기부금으로 먹고 자고 보살핌을 받는 자들...

 

시신 한 구 태우는데 200킬로의 목재가 필요한데,

1킬로에 145루피란다.

한참 설명을 하던 가이드는 이 부분에 이르자, 보시를 하란다.

너의 업(카르마)을 덜어줄 터이니.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면죄부를 사는 듯해 우스웠고...

여행자의 주머니를 털려는 수작일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이내 그들을 믿고 따른다.

그들을 존중하고 싶었으므로.

 

언젠가부터 내 여행에 원칙이 몇 가지 생겼는데,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 것.

현지인과 똑같이 먹고 자겠다고 만용부리지 말 것.

박물관보다는 자연을, 유적지보다는 작은 마을을.

느리게 걸으며 길을 음미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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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가야_03

 

성지.. 성스러운 땅...

순례자, 수행자, 여행자, 방랑자, 걸인.

그 모두가 드나들며 생을 구걸하는 곳.

다리가 불편한 아이들과 피부병에 걸린 강아지들.

내게 이 곳은 그저 혼돈 그 자체일 뿐이다.

 

보드가야에는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너무 복잡하고 혼란해서?

아니면 내가 무시해야만 했던 수많은 눈빛들이 슬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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