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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첨단기술-나노기술과 노동자

/* 이 글은 지난 2002년도에 노동자의 힘 15호에 실린 글이다. 그 동안 나노입자의 유해성을 증명하는 과학적 결과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현재 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

 

 

21세기 첨단기술-나노기술과 노동자

노동자의 힘 15호

중동지역의 한 신화에 따르면 인류 역사 초기 최초의 통일국가를 건설한 지배자 '니므롯'은 여러 종족들을 지배하기 위해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기 위한 높은 탑’ 즉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21세기, 자본은 바벨탑과 유사한 또 다른 극한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나노기술’이다. 차이가 있다면 바벨탑은 무한히 크게 만들겠다는 거대 극한 기술이었고 나노기술은 무한히 작은 것을 만들겠다는 미세 극한 기술에 해당한다. 

나노(nano)란 그리이스어의 '난쟁이'에서 유래한 말로 1나노미터라고 하면 10억분의 1미터를 뜻한다. 머리카락 1개를 10만번 자른 크기로 원자 3-4개가 모인 정도 크기로 환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나노 크기로 잘게 쪼개면 색이나 화학적 전기적 성질들이 모두 변하게 되고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이 ‘새로운 특성, 다시 말하면,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무한히 가능성 있을 것 같은 이 특성’은 21세기의 희망을 장식하고 있다.

나노기술에는 기존의 물질을 잘게 쪼개어 ‘나노 입자’로 만드는 기술이 있는가 하면 ‘탄소 나노 튜브’와 같이 새로운 형태의 물질도 연구되고 있다. 나노 입자의 경우 이미 많은 기업에서 화장품, 페인트, 코팅재, 섬유 그리고 심지어 아기 우유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촉매재 혹은 강화재로 사용하고 있다. 탄소 나노 튜브는 말 그대로 탄소로 구성된 미세한 튜브 형태의 물질로 생명공학, 재료, 전자 분야에서 미래 이용가능성이 높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나노기술이 21세기를 꽃 피울 희망이라고 하지만, 그 희망이 자본 주도로 이루어지는 희망이라면 노동자에게는 다른 의미일 것이다. 이미 나노기술의 ‘새로운 특성’은 나노물질 생산을 담당할 노동자들에게 다르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 미국 환경 보호국 EPA에 보고된 동물실험 자료에 따르면, 나노 입자는 동물의 살아 있는 세포에 직접 침투되고 동물 장기에 축적되며, 세균에 실려 먹이 사슬을 통해 유입되어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특히 탄소 나노 튜브의 경우 탄소는 기본적으로 몸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축적되었을 때 몸의 면역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모양이 석면과도 유사하여 석면에서 발생한 문제(발암물질)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노입자가 의학쪽에 이용될 경우 그 위험성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체 민중으로 확대된다. 만약 혈액 속에 나노입자가 있으면, 단백질이 나노 입자 표면에 붙어 단백질의 모양과 기능은 바뀌게 된다. 이 특성은 의약 분야에서 매우 유용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선전되고 있지만 단백질의 변화는 의도하지 못한 위험성을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바벨탑은 노아 홍수의 재현을 막고 지배자로서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당시 첨단 건축기술 로 지어졌다. 그러나 민중들에게 돌아온 것은 죽음과 분열뿐이었다. 20세기를 이끈 첨단 반도체 기술은 20세기를 발전시켰지만, 철저하게 자본의 의도로 진행되었기에 결국 노동자들에게는 실업과 새로운 직업병만 남았다.(<노동자의 힘> 제10호 참조). 이제 또 다시 21세기 자본은 ‘그들의’ 희망의 기술로 나노기술을 지목하고 기획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나노기술은 노동자의 건강과는 무관하게 그리고 인간의 환경과는 무관하게 자본의 축적만을 위한 그들의 희망의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참고 자료: ‘No Small Matter!', http://www.etcgroup.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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