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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생산/거버넌스... 답변2

다섯병님의 [대안적 생산/거버넌스 모델 [2]] 에 관련된 글.

저도 분위기에 맞춰 트랙백으로 답변 드립니다. 덧글도 붙고 의견도 트랙벡되어 올라오고

하니까, 제 블로그도 살아나는 듯합니다. 블로거가 토론에 용의한 툴인지 약간의문이

남습니다만, 암튼, 트랙백은 재미있네요.  

 

일단 생각나는데로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무척 감사 드립니다. 저도 IPLeft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갖고 있지만 잘 안되네요.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생각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암튼 병일씨가 지적하신 문제를 뒤에서 부터 봅시다.  



1.  

병일씨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공유지의 비극이나 무임승차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즐거움, 진리에 대한 탐구, 명예, 공동체에의 기여 등이 창작의 동기가 되며 자신의 창작 활동이 생계의 기반이 되지 않는 관계 속에서는 무임승차 문제나 공유지의 비극 문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어떤 문제도 피해갈 수 있습니다. 만약 '필요에 따라 분배하고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를 전제한다면 아무런 문제도 지적할 수 없겠죠. 이러한 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개인의 발전이 전체의 발전이 되는 그런 사회속의 사람들이기에 전체 사회를 유기적으로 바라볼 줄 알고 그리고 그 사회 전체를 고민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당연, 공유지의 비극이나 무임승차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병일씨가 설정하신 것은 문제해결의 방법이 아니라 최종 목적이 됩니다. 제가 지적한 것은 공유지의 비극이나 무임승차 등의 문제를 피해가면서 병일씨가 지적한 최종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진리에 대한 탐구, 명예, 공동체에의 기여 등이 창작의 동기가 되며 자신의 창작 활동이 생계의 기반이 되지 않게" 될까 하는 점입니다.


2.

그렇다면 어떤 과정들이 최종목적에 도달하게 하는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 병일씨의 의견에서 중심적인 부분은 아래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

'정보/지식의 생산'에 있어서는 개별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창작활동에 자유롭게 이용하는 관계 자체가 '사회적 생산'이라고 생각" (강조는 인용자)

 

(여기서 개별 생산자들이 공유를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동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분배의 관점에서는 진보평론 5호에 '조건없는 사회급여 보장을 위한 대장정'으로 결론 맺은 '지식사회의 이율배반'글이 새로운 고민을 많이 하게 합니다.) 

 

이렇듯 병일씨는 사회적 생산이 "분배"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것도 개별 생산자들의 공유를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제가 지적하고 싶은 문제 "정보/지식의 생산'에 있어서는 개별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타인의 창작물을 자신의 창작활동에 자유롭게 이용하는 관계 자체"만으로는 위에서 지적한, "즐거움, 진리에 대한 탐구, 명예, 공동체에의 기여 등이 창작의 동기가 되며 자신의 창작 활동이 생계의 기반이 되지 않는 관계"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분배 문제는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 내의 문제이지 자본주의를 넘어선 문제 설정이 아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또 병일씨는 민주적 가버넌스(여기서 민주적 생산)의 문제에서도 역시 분배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고는 두개의 문제를 별개의 문제로 다루었기 때문에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물론 정보/지식 생산에도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고, 이 경우 어떻게 정책 결정을 해 나갈 것이며, 그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등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은 생산 시스템과 일정하게 독립적으로 민주적인 정책결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 (강조는 인용자)

 

'생산 시스템과 일정하게 독립적'인 문제는 일단 무시한다면 민주적 의사 결정이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업'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하고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한 문제로만 남습니다. 즉, 민주적 가버넌스도 생산관점에서는 분배의 문제와 작업의 조율 문제로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빠진 것은 "무엇을 생산하고(생산, 기술의 설계)","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노동과정)"하는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산의 민주화라고 말씀 드리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병일씨에 대한 저의 덧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인데, 그래서 병일씨의 답변 글에 이 부분이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그래서 저는 대안적 생산 모델과 민주적 거버넌스 모델이 서로 연관될 수 있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 것입니다." (강조는 인용자)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 하나의 독립된 실체를 규명하는 것을 환원주의라고 하는데, 현대과학을 발전시킨 중요한 동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각각을 독립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점에서는 크게 동의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구체적인 고민이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보는 전제조건하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개별적인 고민들은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 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 결론으로 가죠.

(*)

"(대표적으로 민중가요나 독립영화처럼) 이 경우 기존의 카피레프트 모델로는 창작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사회의 공적 지원 시스템이나 수익 배분의 문제, 창작물에 대한 평가의 문제, 정책 결정 과정의 문제 등등이 발생할텐데, 아마도 영식님의 고민 지점은 이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라고 많이 진전된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니 차차 더 논의하도록 하지요."

 

잘 정리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야기된 것들을 생산-분배의 관점을 분리해 정리해 봅시다. 

 

(1)분배의 관점 : 사회의 공적 지원 시스템(생산수단),  개별 창작물의 소유권 문제

                         주체 : 이용자 (생산자와 이용자의 분리)

(2)생산의 관점 : 사회의 공적 지원 시스템(생산수단) 정책결정과정의 문제(무엇을 생산하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수익 배분의 문제+창작물에 대한 평가의 문제(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추체 : 생산자 (=이용자)

 

(2)의 문제 설정은 (1)의 문제 설정을 포괄합니다. 앞의 덧글에서 지적한 '생산수단의 공유된 속에서 사적 노동(단순하게 개인 노동)에 대한 보상문제'는 '수익 배분의 문제+창작물에 대한 평가의 문제'와 연관되며, '개별 창작물의 소유권 문제'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1)의 문제설정은 (2)의 문제설정을 포괄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수익 분배의 문제+창작물의 평가의 문제'는 (1)의 분배의 관점에 포괄되지만 (2)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문제 설정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1)번에 대한 운동은 IPLeft나 기타 여러 곳에서 '투쟁'을 통해서 아주 훌륭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IPLeft의 주장에는 생산의 관점에서 분배를 주장하지만 현실 운동속에서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2)번을 고민하는 운동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사민주의 모델 속에서 찾고 있기도 합니다. 합의 기구 등이 그렇다고 보는데, 여기서는 엘리트주의의 극복 문제가 남아 있고, 노동자-민중의 자발적 참여 문제가 강하게 제기됩니다. 그리고 저의 고민은 투쟁하는 주체들 속에서 이런 모델을 찾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 공간에서는 꽃다지와 같은 그룹이나 기타 인터넷상에서는 무료 배포하는 각 단체 기관지 혹은 각종 컨텐츠와 같은 것들이 지속성을 담보하면서, 아울러 어떤 것을 생산하고 어떻게 생산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이용자-생산자 커뮤니티와 같은 것을 '공상'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자유소프트웨어와 위키페디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지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유소프트웨어가 MS와 같은 일부 거대 자본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성공하고 지속하는 핵심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총자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은 아니겠지요.:> )

2. 소프트웨어 이외의 분야에서 오픈 컨텐츠 라이선스 나 기타 음악 공유운동과 같은 것들은 지지 부진한데, 왜 위키페디아는 지속성을 갖고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아울러 슬레시닷과같은 뉴스 게시판은 물론이고 ‘찌질이들(?)의 글’이 모여 있는, 디시인사이드 게시판들의 동력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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