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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yo기자님은 저 싫어하는 것 같아요'

오늘 좀 요상한 소리를 들었다. 타 매체 기자가 'peyo님은 저 싫어하는 것 같아요. 아니 우리 매체를 싫어하시는것 같더라구요. 그죠?' 하고 내 동료한테 말했단다. 술먹고 한 소린지 맨 정신에 한 소린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떈 '뭐 그래라~' 싶었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여러가지 잡상들이 교차한다.

 

그 친구랑 개인적으로 딱 한 번 밖에 본 적 없다. 밥 같이 먹고 이야기 좀 나누고.. 정치적인 이야기 한 것도 없고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이거 하기 전에 뭐 했어요? 등등) 쬐금 하고 여성주의에 대해(여성주의에 대해 이야기 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오늘 성폭력예방교육 받는다' 고 내가 말했더니 '우리 사무실은 사람들이 별로 안 친해서 성희롱 같은게 생길 일이 없어요'고 답한데 이어 'Peyo 기자님은 봉건적인 이번 성매매 금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묻길래 좀 황당해 하는 표정으로 몇 마디 했는데...사실 그 말을 하면서 이 친구가 볼 땐 내가 투철한 여성주의자로 보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많이 찔리더라ㅠㅠ 그러나 내 동료가 말하는 것보다 내가 간단하게 답하는게 낫겠다 싶어서 그냥 이야기 했다. 그러면서 얘는 나한테 정말 성매매금지법안에 대해 묻는건가 아니면 떠보는건가 싶기도 했고)  한 것 밖에 없다. 도합 삼사십분 쯤 시간 같이 보냈을라나? 그 친구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기사 잘 보고 있다고 이야기 한테 반해 난 입에 발린 소리 하나 안 했긴 하다.

 

그 기자 개인이 싫을 이유는 없지만(사실 싫다기 보다 갑갑과 짜증 사이의 그 무엇을 느끼긴 한다.그리고 솔직히 그 친구가 쓰는 기사들 논조도 별로로 느껴진다. 그치만 머 그런 기자가 한둘인가? 대부분이지... ) 순진한 건지 순진한 척 하는 건지 모르겠긴 하다. 그 쪽 사람들 만날때 보통 드는 생각이긴 하지만. 또한 그가 속해있는 매체는 꽤 싫어한다. 가끔은 웃기고 가끔은 황당하고 가끔은 해악이라고 생각도 한다. 이 세가지 경우 외에는 그럭저럭 우리 사회의 진보(?)에 힘을 보태는 매체겠거니 싶다.

 

하여튼 타 매체 기자의 저런 발언을 듣고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먼저 냉혈한 민완 기자--;;의 관점에서 드는 생각

 

내 속내가 저렇게 쉽게 드러났나 싶다. 학생운동 할 때만 해도 그 쪽 친구들이랑 얼굴 마주볼 떈 그럭저럭 잘 지냈는데 얼굴이 그 때보다 훨씬 두꺼워진 지금 저런 평을 듣다니..정말 반성해야 겠다 싶다. 관료, 보수정당 구성원, 자본가들 상대로 취재할 떄도 앞에선 실실 웃으면서 맞장구도 치면서 취재하는 판국에 앞으로 주구장창 상대해야 할 저 쪽 친구들한테 감정 표현을 드러나게 했다는건 나의 잘못이다. 다음에 만날 때 벌써 그 친구는 나한테 한자락을 깔고 상대할 것 아닌가? 게다가 취재원들한테 소문이라도 나면...상당히 힘들어질테고. 공적으로 비판할 일이 있어도 사적으로 이런 느낌을 먼저 줘버리면 비판이 제대로 안 먹히기 마련이기도 하고...기회 잡아서 소주라도 한 잔 하면서 오해(?)를 풀어야 겠다는 생각.

 

 

그 다음은 다른 맥락에서

 

사실 주위 사람들이 저 쪽 친구들한테 날선 반응을 보일때면 난 항상 '뭐 그러냐 쟤네도 똑 같은 사람인데..' '아닐떈 아니고 같이 할 떈 같이 하고 그러면 되는거지 난 쟤네가 적이라곤 생각 안해' 하는 식으로 쿨하고 대범하게 충고했었다. 그리고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타 매체 기자' 라면 나(진보넷 구성원) 한테 절대 저런식으로 말안할 거다. 내가 저 쪽 친구들 처음 만난 자리에서 (평소에 미운정 고운 정 쌓인 사이면 또 좀 다르지만)  순진한 표정으로 '뽀글이 정말 웃기지 않아요.' 라고 말할 리가 없듯이. 그래서 참 헷갈린다. 저 친구는 정말 순진하던지 아니면 순진한 척 하는 고도의 정치꾼이든지 둘 중의 하나인데...얼굴을 보면 '나 착해' 하고 이마에 써붙이고 있을 정도다. 까놓고 말해 저 쪽 친구들에 대해 무시하거나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건 사실이고 그들이 하는 주장에 대해선 더 심한 생각들을 갖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개인을 대면한 자리에서 저런 느낌을 받을 만큼 행동했다는건 내가 상당히 폭력적이었다는게 아닌가 싶다.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고 이것 저것 조지는 기사들을 쓰다보면 상처 받는 사람들이 발생하는건 어쩜 당연하기도 하지만 내가 상대한 개별자가 나에 대해 저런 느낌을 받게 했다는 건 정말 내 수양이 덜 됐다는게다. (에구 결론이 냉혈한 민완기자 관점과 비슷하네...)

 

근데 참 내가 기사를 통해 조졌던 대상들은 나의 까댐에는 까딱도 안 하는 사람, 집단이 대부분이었네--;; 조지 부시가 내 기사 보고 열받았을리 만무하고....열우당에서 내 기사 보고 열받았다는 소식도 없고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항의 전화 한 적도 없다. 심지어 한나라당 배 모 의원은 열라게 씹어논 인터뷰 전문을 자기 홈피 초기 화면에 한동안 떡하니 내걸고 또 우리 바이라인도 제대로 달아줬다 -- (내가 호의적으로 기사를 쓴 많은 곳-개인, 단체-들 조차 우리 매체 이름을 '기타'  심지어 '참소리'(참소리는 우리 기사를 전재하는 전북인터넷 신문이다.)라고 자기네 홈피에올리기도 하는데...게다가 우리 매체 이름 기자 이름 다 잘라먹고 내용만 자기네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곳도 있다. 여긴 내가 전화까지 했건만 안 고쳤단 말이지..내 마음의 기자 수첩에 다 적어놓았다. 두고 보자고--;;)  

 

게다가 국감 부터 시작된 이주 노동자 때리기의 허상을 파헤치고자 오늘 평등노조,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 인터뷰 하고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 그 상급 단체로 알려진 자마이티 이슬라미에 대해 조사하고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한나라당 김재경에 대해 삼각취재까지 철저히^^ 마친 고로 내일 기사를 낼 예정이지만...큭 법무부랑 한나라당 김재경은 까딱도 안 할께 뻔하다--;;

 

 아웅...생각의 가지가 이 까지 미쳤구나. 하여튼 저 쪽 사람들이나 나에 대해 언급한 그 기자가 있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우리 학생회' 뭐 이런 노래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난 이런거 정말 싫어한다. 닮기도 싫고 닮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역편향으로 불성실 해진것 같기도 한 것 같아 문제다. 지금 컴으로 '우리는 통일꽃' 듣고 있는데 역시 노래는 참 좋다.

 

 

 

<< 바보 과대표 >>

-시.홍치산

우리학교 1학년에 바보 과대표가 한 명 있다.
술만 먹으면 개가 되고
밍맹몽, 007빵 무얼 하더라도 진짠지 가짠지.야튼 맨날 걸려 얻어맞으며 헤헤 웃고
벌주 발칵발칵 마시며 배꼽 뚜딜겨
뽕짝 걸판지게 뽀아대는 천하에 바보가 있다.
항상 그 바보 곁에 사람들이 드글거리고

그 수첩에는 120명 동기 이름 모두 적혀있다.
누구누구와 언제 만났고
누구의 고민은 무엇이고
누구와는 아직얘기 못해 보았으니.
멋있는 싯구 하나 없지만 그런 것들이 잔뜩 쓰여있다.
수업 안들어오는 애들 리포트 알려주고
시험때는 쏘스 제비 벌레 물듯 물어와 노놔주고

역사연구반이니, 사회과학 연구반이니
소수의 의식을 위한 것보다
바둑반이니 농구반이니
그런 모임을 만들어 120명 모두를
함께하는 고민으로 자기 과 소모임에 참여시켰다.


일기장에는 자신의 참된 삶의 문제
누구보다 겸허하게 치열하게 고민하였으며
개의 안락에는 추호의 타협이 없었으며
항상 5시간 수면을 철저히 지킬것을 강제했고
서재에는 항일 무장투쟁사가 손 때묻어 간직되어 있었다.


그날
자기 과 친구들에게는 아직 이르다며 본대에 있으라 하고
아스팔트 하이바에 우리 선배 전투조들 떨고 있을때
익살스런 춤 "간다 간다 뽕간다"
신명나게 두려움 누그려주고
전투대장의 진격의 나팔 우렁차게 울리니
그는 누구보다 최전선에서 정확하게 꽃병을 꽃았다.


드디어 놈들이 사나운 이빨 으르렁 거리며 덤벼들때
한 친구 전사는 미끄러지고
모두 안타까이 돌아 섰을 때
그 바보 전사 바보처럼 의연히 달려 나갔다.


다음날 한계레신문에 조그맣게 바보 이야기가 실려다.
고대에서 2명이 화염병으로 잡혀오고 100명이나 친구들이
성북서 항의 방문을 했다고 바보를 풀어 달라고 울부짓었다.
총학생회장님이 잡혀가도 그런 일이 없어는데

 

그리고 다음날 교문과 식당에서는
바보의 바보같은 친구들을 누구나 만났다
그들 손에는 당구 큐대가 아니라
볼펜이 아니라 오락실 운전대가 아닌
규탄 성명서가 들여있었다.

 

그리고 며칠 지난 뒤 학생의 날 가투 전투조 사전모임에서
한 1학년 학우의 결의 발표가 나의 심장을 쳤다

 

"나는 바보의 다른과 친구입니다.
투쟁하란 말은 없어지만
그 친구는 말은 없어지만
저는 아직 짱돌 한 번 던진적 없었지만 바보들 잡아간 놈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오늘 비록 제가 잡혀간다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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