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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동지들께 보내는 편지모음 (임채희글)

전투중의 쌍용차 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1



이 편지들이 너무 늦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언론에서, 동지들의 홈페이지에서 동지들의 투쟁과정을 지켜보면서

거의 할 것이 별로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며 이렇게라도

연대의 편지를 써야 하겠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늦지 않았나하고 걱정입니다.


남한 노동운동사에서 저는 이토록 처절하고 가혹한 전투를 치루어야

생존권이 보장되는 세상 앞에 서있음을 몸서리치게 느낍니다.


단지 노동자들이 저항한다는 이유로 의약품과 물까지 차단하여 수백 명의

아사투쟁을 조장하고 수십 명에 이르는 중부상자들을 방치케 하여

죽음의 위험으로 내모는 흡혈귀 같은 자본가들의 놀라운 반인간성을 봅니다.


그래도 쌍용차 동지들의 헌신적 투쟁과 고귀한 저항정신을 보며

이런 척박한 자본의 시대에도 의인들이 있구나, 전사들이 있구나,

이런 세상에도 노동자의 산 정신이 있구나, 참으로 해방의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길가의 노점상으로 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이 사회에서 가난이 무엇이며,

빈민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무권리,

비인간적 모욕과 모멸감, 비저항에의 굴복, 삶의 무의미, 생존에의 맹목적 의존,

내일에의 절망, 변하지 않는 세상, 끝없는 절망감, 깊은 패배주의 등 이었습니다.


저는 쌍용차 동지들이 이 모든 것을 온통 거부하고 인간해방과 노동해방을 외치며

자본에 항거하며 70일이 넘는 그 긴 기간을 외롭게 싸우는 전사들이자

우리 빈민의 진정한 동지라는 사실 앞에서 연대감과 진정한 노동자빈민동맹을 외칩니다.


오늘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갑자기 편지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 전쟁 막바지 협상 중에 적들은 맹공격을 한다.

- 전투가 끝난 뒤에 적들은 전투 참가자들에 대한 몰살 정치를 획책한다.


이 두 마디를 하려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만 좀 빗나갔습니다.


지금은 마지막 협상을 위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올바른 투쟁노선과

과감한 전투를 통해 얻은 유리한 지점들을 절대 지키십시오.


지금까지 함께 해온 동지들의 뜻과 의지를 제일 중시하십시오.

나머지는 병가지상사라 생각하십시오.


전쟁에서 전투는 그 마지막까지 가야 끝나는 것입니다. 최후까지 싸워

반드시 쟁취하십시오.


2009년 7월 30일


임 채희




전투 중의 쌍용차 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2



쌍용차 공장 파업 동지들은 오늘 73일째 옥쇄 파업 중입니다. 옥쇄란 부서지어 옥이 된다는 뜻으로 공을 세우고 죽거나 노동자계급에게 충성을 다하고 깨끗이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죽음으로써 공장을 사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쌍용차 동지들은 총파업의 기치를 들고 정리해고 분쇄 투쟁 중입니다. 분쇄란 정리해고 자체를 아주 잘게 부스러뜨려 없앤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자신의 몸이 잘게 산산이 가루가 되어서라도 죽음으로써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적들은 공장을 원천 봉쇄하여 파업노동자들을 다 몰살시키겠다고 합니다. 봉쇄란 외부와의 일체 연락을 끊어, 단수조치 하고 음식물과 의약품까지 차단하고 심지어 어둠속에서 살인행각을 하려고 오늘 단전조치까지 하여 쌍용차 동지들을 모두 산채로 태워 죽이겠다는 것입니다.



지금 쌍용차 공장은 사측이 파업노동자들과 형식적인 협상으로 일관하면서 시간을 벌어 국민여론을 왜곡하면서 난공불락 같은 도장 공장을 계속 침탈했지만 잘 안되자 진짜 전면전을 획책하여 용산철거민들처럼 수백 명의 파업노동자들을 신나 불로 학살하려는 일촉즉발의 한 순간 위에 서있습니다.



바로 이 한 순간에 쌍용차 공장은 완전히 불바다로 될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살아남은 우리들은 동지들에게 역사의 죄인으로 내몰릴 것입니다.



지금 쌍용차 공장은 말 그대로의 옥쇄파업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미 사측은 물과 전기를 완전히 차단하였고 음식물도 이미 다 바닥이 났습니다. 밖의 우리 동지들은 파업노동자들에게 갈 보급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밖의 우리 노동자 동지들이 후방에서의 투쟁을 통해, 심지어 게릴라식의 투쟁조차라도 해서 반드시 파업 동지들에게 음식물과 물과 전기를 공장안으로 들여보내야 합니다. 그것은 오직 거대한 연대투쟁과 전쟁의 확대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 적들도 모든 군세를 쌍용차 공장에 집결시켜 자본과 정권의 명운을 걸고 우리 쌍용차 동지들을 학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만일 공장 밖에서 더 거대한 연대투쟁과 더 과감한 확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쌍용차 동지들은 싸우다가 지쳐 결국 모두 순절할 지도 모릅니다.



전국의 노동자들이여

전국의 노동형제자매들이여

전국의 혁명가들이여



모두 떨쳐 일어서자!

쌍용차 공장으로 모두 모여 노동자인민의 위대한 힘과 정신을 보여주자!!



- 죽자고 싸우는 자는 승리하고 살고자 노력하는 자는 패한다!!



2009년 8월 2일


임 채희




전투중의 쌍용차 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3



지금의 쌍용차 해고동지들의 투쟁을 보고 있노라면, 가난과 굶주림 때문에 한조각의 빵을 훔치다가 붙잡혀 감옥에 갇혔다 탈옥을 거듭한 끝에 19년간의 형기를 다 마치고 출옥하는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 발장이 지금 치열한 전투중의 쌍용차공장을 상상하게 합니다.



우리는 가난한 노동자이기 때문에 공장에서 해고되는 즉시 빅톨 위고의 말씀처럼 남자는 낙오자가 되고 굶주림 때문에 여자는 타락하고 어둠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자본과 정권의 무자비한 학살 정치를 통해 저들은 우리 노동자들의 모든 것을 빼앗고 마지막 남은 목숨까지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다. 쌍용차 해고 동지들은 장 발장처럼 빵을 훔친 것도 아니고 평생을 받쳐 공장에서 일해 온 것인데 이 공장의 진짜 주인이었는데 이제 필요 없으니 나가달라는 자본과 정권의 살인 해고와 폭력에 맞서 저항한 것 밖에 없는데 저들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항복과 굴종을 요구하고 그것을 못 하겠다 하니 이제는 아예 내놓고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처럼 산목숨이라도 내 놓아라 협박을 해대고 살해 행각을 벌리고 있습니다.



지금 저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소박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요구를 헬기와 지게차와 대형 새총, 쇠파이프, 물대포, 최루액과 최루가스, 테이저건, 돌멩이, 사제총 등 거의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무기들을 동원하여 수천 명의 경찰과 용역깡패들, 사측 구사대를 총동원하여 6백여 쌍용차 해고 동지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공장에는 불바다가 되고 투쟁하는 해고동지들이 전투 중에 옥상에서 떨어지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빵 한 조각 훔쳐 먹었다고 19년간의 옥살이를 한 장 발장은 그것이 부당하다고 저항하며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했는데, 정작 공장에서 노동한 것 밖에 없는데 우리 해고 동지들에게 목숨을 달라는 자본과 정권 - 이 자본주의 학살자들이 무엇이 다른가? 저 자본은 파업 노동자들을 끝내 섬멸해야 맘 놓고 잠을 잘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도 알아야 합니다. 저 자본가들과는 완전히 갈라서 노동자의 새 세상을 건설하지 않고서는 이런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의 투쟁 같은 것을 계속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야 합니다. 사회주의 공산주의로 가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과 죽음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76일 동안 영웅적인 전투를 통해 쌍용차 해고 동지들이 우리들에게 보여준 교훈입니다. 이제 우리 노동자들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가야 합니다. 아무리 그 길이 고통스럽고 잔인하다해도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2009년 8월 5일 총파업 76일차


임 채희 드림



전투중의 쌍용차 동지들에게 드리는 편지 4



마지막 결투


쌍용차 동지들의 소박한 꿈 - 공장 건물에 휘갈겨 쓴 구호들 


- 시원한 물 한잔 마시고 싶다.

- 함께 살자 / 우리는 이긴다. (입고 있는 조끼 등에 새겨져 있음).

- 살고 싶다 / 살인진압 중단.

- 가족들 사랑 한다. ( 회사와 가족 밖에 모르던 노동자들).

- 대화를 안할려면 차라리 다! 죽여라!

- 가족을 위해 싸우다 죽자!

- 들어오면 누군가 죽는다. 그만해라!

- 그만해. 살고 싶다.

- 정리해고 철회 하라!

- 총고용 사수.

- 총파업.



쌍용차 해고동지들의 꿈은 지극히 소박합니다. 다시 공장에서 예전처럼 일하고 싶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대화를 한다면서도 뒤로는 무자비한 살인진압을 하고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사측이 비밀 대화를 요구해놓고도 경찰 특공대를 실은 콘테이너 박스와 살수차, 헬기를 동원해 살인진압을 강행해 우리 파업노동자들이 옥상에서 세분이나 떨어져 중상을 입는 등 수많은 동지들이 다쳤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신나 등 온갖 폭발물로 가득 찬 마지막 남은 거점인 도장 공장을 공격하겠다는 자본가들과 깡패정권은 쌍용차 동지들을 용산철거민들처럼 학살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도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 결투


혁명시인 김남주는 자신의 시 <학살>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외적의 앞잡이이고 수천 동포의

학살자일 때 양심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할 곳은 전선이다 무덤이다 감옥이다

도대체 형제의 살해 앞에서 저항하지 않고

누가 자유일 수 있단 말인가

동지여 자본주의를 반대하여 싸우지 않고

착취 받고 억압당한 민중들을

옹호하여 싸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혁명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또 김남주 시인은 시 <전사 2>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오늘 밤

또 하나의 별이

인간의 대지 위에 떨어졌다

그는 알고 있었다 해방투쟁의 과정에서

자기 또한 죽어갈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자기의 죽음이 헛되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 그가 흘린 한 방울 한 방울의 피는

어머니인 대지에 스며들어 언젠가

어느 날엔가

자유의 나무는 결실을 맺게 될 것이며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가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다

마치 우리들이 갑오농민에 대해서 이야기하듯

마치 우리들이 한말의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듯



지금 전투중인 쌍용차 동지들은 결사항전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평생 노동만 해왔고 싸움 한번 제대로 해오지 않았지만 이제야 전사들이 된 쌍용차 해고 동지들은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런 소박한 소망을 깨부수고 학살 진압을 강행하는 저 악랄하고 잔인한 적들 앞에,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세상의 주인인 노동자의 자존심을 걸고 전 인민의 지도자로서 나서겠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과 같은 비참한 시대를 산 녹두장군 전봉준의 노래를 불러드리고자 합니다.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 - 녹두장군을 추모하면서> (김남주)


 

  한 시대의

  불행한 아들로 태어나

  고독과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았던 사람

  암울한 시대 한가운데

  말뚝처럼 횃불처럼 우뚝 서서

  한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한몸으로 껴안고

  피투성이로 싸웠던 사람

  뒤따라오는 세대를 위하여

  승리 없는 투쟁

  어떤 불행 어떤 고통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사람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정열적으로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자기 시대를

  가장 격정적으로 노래하고 싸우고

  한 시대와 더불어 사라지는데

  기꺼이 동의했던 사람

 

  우리는 그의 이름을

  키가 작다 해서

  녹두꽃이라 부르기도 하고

  농민의 아버지라 부르기도 하고

  동학농민혁명의 수령이라 해서

  동도대장, 녹두장군

  전봉준이라 부르기도 하니

 

  보아 다오, 이 사람을

  거만하게 깎아 세운

  그의 콧날이며 상투머리는

  죽어서도 풀지 못할 원한, 원한

  압제의 하늘을 가리키고 있지 않는가

  죽어서도 감을 수 없는

  저 부라린 눈동자, 눈동자는

  90년이 지난 오늘에도

  불타는 도화선이 되어

  아직도

  어둠을 되쏘아보며

  죽음에 항거하고 있지 않는가

  탄환처럼 틀어박힌

  캄캄한 이마의 벌판, 벌판

  저 커다란 혹부리는

  한 시대의 아픔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한 시대의 상처를 말하고 있지 않는가

  한 시대의 절망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보아다오 보아다오

  이 사람을 보아다오

  이 민중의 지도자는

  학정과 가렴주구에 시달린

  만백성을 일으켜 세워

  눈을 뜨게 하고

  손과 손을 잡게 하여

  싸움의 주먹이 되게 하고

  싸움의 팔이 되게 하고

  소리와 소리를 합하게 하여 

  대지의 힘찬 목소리가 되게 하였다

  그들 만백성들은

  이 위대한 혁명가의 가르침으로

  미처 알지 못한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새 세상을 겨냥한 동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이

  아직까지 한번도 맛보지 못한

  자유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과 동지를 분간하여

  민중의 해방을 위하여

  전투에 가담할 줄 알았으니


  보아다오, 그들은

  강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자유를 위해 구걸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부호의 담벼락을 서성거리며

  밥을 위해 토지를 위해

  걸식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판관의 턱을 쳐다보며 정의를 위해

  기도 따위는 하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성단의 탁자 앞에 무릎을 꿇고

  선을 구걸하지도 않았고

  돈뭉치로 선을 사지도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이빨 빠진 사자가 되어

  허공에 허공에 허공에 대고

  허망하게 으르렁거리지 않았다

  보아다오, 그들은  

  만인을 위해 

  땅과 밥과 자유의 정복자로서

  승리를 위해 노래하고 싸웠다

  대나무로 창을 깎아

  죽창이라 불렀고 무기라 불렀고

  괭이와 죽창과 돌멩이로 단결하여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양반과 부호의 다리를 꺾어

  밥과 땅과  자유를 쟁취했다


  보아다오, 보아다오

  새로 태어난 이 민중을

  이 민중의 강인한 투지를 

  굶주림과 추위와

  투쟁 속에서 더욱 튼튼하게 단결된

  이 용감한 조직을 보아다오

  고통과 고통과의 결합

  인간의 성채

  죽음으로써만이 끝장이 나는

  이 끊임없는 싸움, 싸움을 보아다오

  밥과 땅과 자유

  정의의 신성한 깃발을 치켜들고

  유혈의 전투에 가담했던

  저 동학농민의 횃불을 보아다오

  압제와 수탈의 가면을 쓴

  양반과 부호들의 강탈에 항쟁했던

  저 1894년 갑오년

  농민혁명의 합성을 들어다오

  그리고 다시 우리 모두 이 사람을 보아다오

  오늘도 우리와 함께 살아 있고

  영구히 살아남을 이 사람을

  녹두 전봉준 장군을 보아다오.


지금 쌍용차 동지들은 저 우리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가려합니다. 승리의 광장에서 다시 볼 수 있게 함께 힘차게 투쟁합시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2009년 8월 6일 총파업투쟁 77일차

임 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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