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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1
    여성적 글쓰기

여성적 글쓰기

얼마전 술자리에서 어떤 여성에게 마초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건 내가 앞에 앉아있던 남자와 기염을 토했기때문이다. 나는 목소리가 큰 편이고 흥분하면 목소리가 더 커진다. 이건 상태가 심각하게 좋아진건데 예전에 아주 안좋은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에 대해서는 지금 얘기하고 싶지 않다.

 

오늘 우연히 뭔가를 보다가 사이버페미니즘이라는 태그를 발견했다. 예전에 사이버걸이라는 번역글이 있었던게 기억이 나서 그건가 하고 열어봤더니 다른 글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

 

"웹이라는 공간에서조차 여성은 남성의 권위적이고, 논리적인 글쓰기 체계를 강요받는다. 이는 익명성을 담보로 여성에게 폭력적이며, 억압적 형태로 재현되기도 한다. 사회, 문화, 정치적 이슈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쓴 글에 대한 남성의 반응은 이슈에 대한 논의점을 찾는 것이 아닌 “논리적이지 못하다”, “체계적이지 못하다”로 귀결된다. 하지만 여성주의 웹진에서는 이러한 남성적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을 지양하며, 여성적 글쓰기를 통한 담론을 추구한다.

현실에서 여성 간 대화는 딱딱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려는 남성의 대화방식과는 다르다. 여성의 대화는 육하원칙 아래 정형화된 틀로 이루어진 남성들의 대화방식과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한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다. 여성적 글쓰기는 대화에서처럼 구어체적이며, 수사법을 무시한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이를 통한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어렵다”고 표현될 수도 있는 남성적 글쓰기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난 여성적 글쓰기는 여성들에게 좀 더 많은 참여와 소통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통체계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여성적 글쓰기 방식은 사적이라 치부되는 여성의 경험을 좀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여성적 글쓰기는 남성중심적 체제에서는 불가능한 표현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곳, 여성주의 웹진 (1) 글쓴이 | 박명희

 

이 글은 아마 예전에 쓰여진 글인것같다. 이 글의 필자는 지금은 어떤 견해를 갖고있을지 좀 궁금하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었던(매트릭스 영화를 패러디한 두루넷광고가 나오던 그 시절) 그 때에는 실제로 여성들이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식으로 면박을 당했다. 물론 여기에 맞서는 여성들의 독설도 장난아니었다. 그리고 여성이 글을 많이 쓰는 공간에서는 내 글이 아무래도 여성적 글쓰기가 아닌것같다는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여성도 심심찮게 발견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단적으로 말해서,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적 글쓰기란 없다고 보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본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남성이 여성에게 당신 글이, 혹은 당신 말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한다면 정말 그런지 아닌지가 문제인 것이지 그 문제제기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논리적이지 않고 횡설수설하는 남성을 보면 짜증난다. 남자들이라고 다 논리적인가. 여성의 대화가 상대를 배려하는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것은 사실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하는 가치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닌가한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이지 특별히 여성은 타인을 배려하는 친밀한 글을 써야하는건 아니다. 원래 글이란 개인적인 것이고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지 특별히 남성적 글쓰기와 여성적 글쓰기를 나누는 것은 사회에서 규정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일 수도 있다. 폭력적인 환경 속에서 자란 여성은 타인을 이해하기보다는 증오가 많을수밖에 없고 권위적인 부모밑에 눌려서 자란 여성은 글에도 남성 못지않은 엄격함이 배어있을 수 있다. 문제는 글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자신이 글을 통해 얼마나 자신을 표현하는지, 혹은 기만하는지, 자신에 대한 성찰을 얻는 것이지 여성적 글쓰기는 이런 것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또 하나의 구속일 수밖에 없다. 나는 때려죽여도 여성적 글쓰기는 쓸수도 없고 그게 뭔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사회관계의 총체라면, 글에도 그 자신이 살아온 삶이 은연중에 배일 수밖에 없다.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개인이지 남성이나 여성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예전에 내 친구는 남자들이 쓴 글은 지겨워서 여자들이 쓴 글을 주로 읽는다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다들 자기랑 비슷하게 써서 재미가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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