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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2
    한심한 정치평론(2)

한심한 정치평론

나는 정치평론은 별로 쓰고싶지 않다. 현실정치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이다. 신문도 안 보고 테레비도 보지 않는다. 국회의원 이름도 잘 모르니 그 사람들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는지 알 턱이 없다. 그런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가. 얼마전 <레디앙>에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진보신당이 1.9%의 지지율을 얻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 정도면 존재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3.9%의 지지율을 얻어 도찐개찐이지만 친박연대와 창조한국당보다는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는 점에서 축하할만하다. 도대체 우리의 진보정당은 악마같은 이명박이 통치하는 이 엄혹한 시기에 무엇을 하고있나. 슬프다.

 

어제 점심을 먹다가 어느 분이 한탄을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폴레옹은 인민은 이익과 공포에 의해서만 움직인다고 했다고 한다. 확인해보지 않아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또 어느 분은 자신이 노조위원장이었을 때 조합원들한테 파업하자고 해도 안하니까 저 XX놈들 더 당해봐야돼 그랬는데 사측이 더 탄압을 하니깐 아예 사측에 붙었다고 하신다. 이것도 사실인지 확인할 길은 없다.

 

기본적으로 정치는 통치의 기술이고 윤리와는 무관한 것이다.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던 고대 그리스에서도 자유인들은 정치에 대해 논했지만 어차피 정치에 대해 논할 수 없었던 여자와 노예들이 있었고 그들을 통치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논하지 않았을까. 근본적으로 해방의 정치는 반정치를 지향해야지 정치에 대해서 말해서는 안된다. 미국에서는 이미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pc용어)이란 말은 냉소적으로 쓰이고 있다. 뭐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말해서 ~지.

 

미국은 진보정당이 아예 없다시피 하고 두 개의 자본당이 번갈아가며 통치를 하고 있는데 그건 미국에서 대선이 하나의 쇼이기때문이다. 미국은 선거인단제도가 있기 때문에 선거인단을 뽑아도 정당에서 매수할 수 있고 오직 관건이 되는 특정주에서의 대결이 판세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이 선거인단제도는 17세기(아마도)에 미국에 처음 도착한 사람들이 직접투표를 했을 경우 정치가 급진적이 될 수 있다는 매우 계산적인 판단하에 고안한 제도로 알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부시가 재선에 성공했던 그 대선에서 네이더가 출마했을때 한국의 좌파조직 중에서 네이더를 지지하고, 네이더를 지지하지 않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미국 좌파들을 비판하는 글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것은 미국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네이더가 출마하는 것은 말 그대로 부시의 당선에만 도움이 될뿐이지 미국은 선거인단 제도를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진보정당 후보가 골백번 출마해도 당선되는 일은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악의 세력이라고 해도 자기들끼리 번갈아가며 집권하는게 좋지 집권세력이 자기 잘못에 대한 심판을 받지 않는 것은 좋은게 아니다. 물론 부시의 재선이 네이더 탓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만큼 네이더는 대단하지 않다.

 

당시 부시의 재선은 근본적으로 깜빡이전술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는 각종 색깔의 경보를 수위를 조절해가며 발동했는데(오렌지색 경보, 적색 경보 기타 등등) 이것때문에 미국인들이 느낀 공포감은 대단했다. 항상 전투태세였고 그들에게는 자신들을 악의 세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사령관이 필요했던 것이다. 민주당도 호전적이지만 공화당에 비해서는 야성적인 맛이 많이 부족하다.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는 민중의 정서를 이해하지 않고 부시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선전/선동하는 것은 사람들이 결국 자신들을 위협하는 세력과 동일시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민족해방과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전략하에 의회주의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선거공약이라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일종의 상품과도 같은 것이고 유권자에게는 욕망이 있는데 그 욕망은 무상의료나 무상교육이나 용산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이 아니다. 좀 비참하게 말해서 강남에 이사갈 수 없으니까 자기 아이가 나중에 커서 피해보지 않도록 강남 버금가는 교육시설이 자기 동네에 들어오는 것이고 재개발이 되서 집값이 오르는 것이고  자기 동네에 무슨 시설을 설치해주든가 없애주든가 하는 그런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이 꼭 비난받아야 하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그런데 평소에 진보정당은 용산집회에나 가 있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면 사람들이 보기에 진보정당은 선거때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고 하지만 막상 집권하면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을 할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요즘 대학생들이 학생회 선거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나는 분명히 들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정치는 윤리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고 힘이 없으면 그 세력 지지하지 않는다. 진보정당은 의회주의 전술을 구사하는 이상 힘을 길러야하고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적절히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대중을 기만할 줄 알아야한다. 진보정당 당원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분열된 자신을 발견하고 양 극단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죽일듯이 싸우는것은 정력낭비라고 본다. 의회주의 전술은 현실적인 것이고 현실을 택했다면 이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포장하는 방법을 연구해야한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이게 중요한 것이다. 나는 제발 의회주의 전술을 구사하는 진보정당이 고도의 세련된 기만술에 대해 공부하길 바란다. 집권하고 나서 엎어버려야지 집권하면 엎어버리겠다고 벌써부터 얘기하면 사람들이 무서워하잖아.

 

추신. 이명박은 그짓을 하고도 왜 40%의 지지율을 획득하는가. 그는 기만에 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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