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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를 다녔던 나는 입학하자마자 무려 다섯명의 친구가 생겼다. 항상 여섯명이 몰려다녀야하니 즐거울 때도 있었고 괴로울 때도 있었다. 미팅을 하거나 클럽에 가거나 술을 마실 때는 행복했다. 사람이 많을 수록 좋으니까. 하지만 평소에는 힘들 때가 더 많다. 1학년 때는 노는게 좋으니까 그냥 좋았는데 2학년이 되니까 내 생활에 회의가 생겼다. 친구들은 많았지만 그 중 내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그 뒤로도 어딜 가든 여자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좋은 대접을 받았던 기억은 없다. 여자들과는 개인적으로는 친분을 맺었지만 아무래도 내 사회성은 여자들과는 안맞는것같다. 내 친구들은 주로 남자들이다.
지금은 친구가 고참주부가 되었지만 처음 결혼했을 때는 누구가 그러하듯이 남편에 대한 하소연을 많이 했다. 그 중 하나가 남편이 집안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놀랍게도 친구 남편의 편을 들었다. 너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니까 관심사가 집밖엔 없지만 남편은 하루종일 밖에서 일만 하는데 집에 들어오면 쉬고싶지않을까. 친구는 넌 친구도 아니라고 막 화를 냈다. 왜냐면 그 때 나는 직장을 다녔고 언니는 집에서 쉬고 있었는데 내가 집에 들어오면 언니가 나한테 넌 집안일에 관심도 없다고 나를 들들 볶았기 때문이다. 가재는 게 편.
운동을 상당히 늦은 나이에 시작했던 나는 어느 조직에 있었는데 그 조직은 남녀비율이 대략 3:1이었다. 뭐 활동가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상당히 분위기가 좋았고 나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여기서도 나는 친구들이 주로 남자들이었다. 남자들과 주로 대화하다보면 결국 남자들의 하소연을 듣게된다. 그들의 하소연은 이렇다. 여자들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한번은 어떤 여성활동가가 여자는 가슴이 빵빵해야돼라는 말을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말을 남성활동가가 하면 성희롱이 된다는 것이다. 아.. 그들의 피해의식은 말도 못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은 무서워서 술을 못마시겠단다. 물론 나는 남자들이 술을 마시고 저지르는 짓이 술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성적매력이 없기 때문에 사소한 말실수도 여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섹시하면 여자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거란다. 흑흑..
얘기가 산으로 가는데 나는 논쟁을 할 때 논쟁의 당사자를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논쟁하지 않을 때도 있다. 서로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논쟁할 때가 있다는 뜻이다. 그럼 왜 논쟁을 하는가. 그 논쟁을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논쟁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옮음을 주장하기 때문에 비판자가 아무리 자기 논리가 틀렸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잘 받아들이려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경우를 지난 십년동안 수도 없이 봐왔다. 사람들은 이해관계에 사로잡혀 있을때 주관적이지 객관적이 되기 힘들다. 우리는 선악이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스피노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에 따를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로우면 선이라고 하고 자신에게 해로우면 악이라고 한다. 선악의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부시는 이란, 이라크, 북한이 악이고 우리에게 부시는 악이다. 그람시의 [감옥에서 쓴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그때 잠깐 손만 대었던 그 주제를 <사심 없는> 관점에서, 즉 영원히 fur ewig 천착하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비교언어학 연구입니다. 순전히 그것뿐이랍니다. 그보다 더 사심 없고 영원한 fur ewig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사심이 없다는 것은 이해관계를 벗어났다는 뜻이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틀릴 수도 있고 상대가 옳을 수도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하지만 논쟁을 할 때는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비극의 시작이다. 나는 얼마전 누군가에게 헛소리로 도배하지 말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이 말은 네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다 개소리니까 입닥치고 있으라는 말이다. 나는 이 사람이 권력을 가지면 정말 무서워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추신. 남자들이 하소연하는거 들으면 나도 초큼 미안해져서 응.. 그렇구나.. 미안해.. 나도 앞으론 조심할께 그러지만 또 내 신경 건드리면 다시 악마근성 나온다. 정념에 사로잡힐 때 인간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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