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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5
    남자도 괴롭다

남자도 괴롭다

나의 오래전 친구의 아버지는 자신이 대단히 비범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고 정계에 진출할 꿈을 품고 있었지만 집안사정으로 교사가 된 것이 철천지 한이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부모의 중매로 결혼을 했는데 그의 아내는 국졸이었고(지금식으로 얘기하면 초등학교만 나오신 분이다) 부부싸움을 할때마다 무식하다고 하면서 기선제압을 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 말이 너무나 상처가 되어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 수료증을 땄다고 하신다. 그리고 못배운 것에 대한 설움때문에 평소에는 굉장히 귀부인처럼 하고다니신다고 하신다. 내 친구는 교사가 되는게 꿈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남자는 무조건 정치학과나 경제학과를 나와야한다고 하셔서 그는 경제학과를 들어갔고 대학 4년 내내 아무런 보람도 느끼지 못했다. 그의 형들은 결혼을 할 때 부모의 심한 반대에 부딪혔는데 그 이유는 그의 아내들이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내게 형수들이 당한 어머어마한 수모에 대해 소상히 얘기해주었는데 그 이유는 나도 그 여자들처럼 내세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명절이 되면 집에 같이 내려가자고 했지만 막상 명절이 되니까 혼자 내려갔다. 명절이 되면 그의 형수들은 죽도록 일만 하는데 집에 돌아가면 끔찍한 복수극이 벌어진다고 한다. 아마 그 형수들은 시부모가 늙기만을 기다리지 않을까. 내 친구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감정을 보이는것은 여자들이나 하는 짓이며 싸움을 할 때 감정소모를 하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야단을 맞을 때에도 울거나, 울다가 어머니가 달래주거나 하면 둘 다 몹시 심하게 야단을 맞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보통 대화를 할 때는 몹시 예의바른데 상대방이 자기 마음에 안드는 소리를 계속하면 그 다음부터는 무자비해진다. 그는 무척 이성적이고 자제력이 강해보이지만 사실 그의 자제력은 대단한 것이 아니어서 내가 계속 시비를 걸면 웃으면서 생까는척하다가 이런 씨발 조까네 하면 그건 그의 인내심의 막대기가 분질러졌다는 뜻이다. 그 다음부터는 욕설을 섞어가면서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그걸 보고있으면 걔 책꽂이에 있는 책을 다 걔 머리통에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그는 평소에는 사람같이 말하다가 자기가 좀 아는 주제나 심사가 뒤틀리거나 하면 혼자서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는 싸워도 항상 내가 밀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승리는 나의 편이어서 나는 그가 나에게 무엇을 잘못했는지 소상하게 알려주었다. 왜냐면 그가 방에서 혼자 쉬고 있을때 나는 방구석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까를 궁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너와는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을것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은 결혼을 한 뒤 아주 밝은 성격으로 바뀌었다. 올케가 밝은 성격이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 ^0^ 심지어 아빠마저도 동생을 보면 저 놈이 내 아들이 맞는지 하고 놀래신다. 엄마는 오래전부터 아빠와 헤어져서 미국에서 살고 계신데 몇년전에 동생 부부가 미국에 있는 엄마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다음에 올케가 나를 찾아와서 부들부들 떨면서 그 때의 일을 회상했다. 엄마의 아들 사랑은 유별난 것이어서 심지어는 어렸을때 언니와 나는 눈물, 콧물을 흘려도 약을 안주셨지만 동생은 조금만 캘록거려도 약을 먹여서 아무리 약을 먹어도 잘 듣지 않는 기질로 애를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동생 부부가 미국에 갔더니 엄마가 사람들 보는데서 올케는 사람 취급도 안하고 아들 자랑만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엄마가 올케에게 어떤 남자에게 받은 반지를 보여주면서 너 남자한테 이런거 받은적 있니 하고 자랑을 하시더란다. 내가 그 말을 듣자 엄마가 드디어 미쳤구나!! 하고 소리를 버럭 지르니까 올케가 식겁해서 놀랬다. 엄마는 미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올케가 미국에서 기분이 너무 너무 나빠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 손을 부들부들 떨고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치니까 내 동생도 말없이 가만히 있더란다. 그리고 집에서 끔찍한 복수극이 벌어졌다고 한다. 불쌍하다 내 동생.. 내 동생은 아무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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