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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차별팀님의 [폭력을 폭력이라 말하지 못하는 차별 _청올] 에 관련된 글.
윗글에 내가 댓글을 달았고 악수님과 쩝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다. 먼저 악수님은 부르주아 남성들의 폭력과 하층계급 남성들의 폭력 중 누구의 폭력이 더 폭력적이냐고 비교할 필요가 있냐고 질문하셨다. 폭력은 지배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모든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타인에게 부과하고 싶으면서, 정작 자신은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싶은 모순된 존재다. 그래서 동등한 두 인간이 힘겨루기를 할 때 패자는 힘의 우위에서 약자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부르주아들이 우리처럼 일상에서 폭력을 사용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화폐나 지위같은 지배의 자원이 있기 때문에 폭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 하층계급 남성은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성폭력을 저질러서라도 여성의 성을 향유하려하지만, 부르주아 남성은 돈벼락을 내려주고, 부르주아 남성의 소유인 여성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모든, 거의 모든 여성은 그를 욕망한다. 그렇다면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타인에게 자신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인 화폐, 지위 등등이 없는 사람과 지배의 자원이 있어서 일상적으로 폭력을 별로 행사할 필요가 없는 부르주아를 비교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이런 식으로 비교를 하면 지배를 당하는 피지배계급이 더 폭력적이라는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다. 나는 이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이다.
악수님은 지배와 통제권력이 자본가에게만 있지 않음을,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이주민보다는 선주민에게,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에게, 청소년보다는 성인에게, 동성애자보다는 이성애자에게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통제권력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물론 악수님이 비교한 관계들은 결코 동등한 관계들이 아니다. 그리고 나도 노숙인에 대한 차별, 노숙인이기 때문에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그런 폭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모두 지배를 욕망하는 지배의 주체들이다. 나는 남성이다/여성이 아니다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타인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 있고 싶어한다. 노숙인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포기한 존재이기 때문에 질질 끌고가서 어디다 내팽개치고 집회를 방해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다. 나도 물론 우리 내부에 차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것을 어쩔 수 없다고 방어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청올님이 집회인들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을 때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행동은 정당화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특공대를 투입해서 철거민을 살해한 행동은 정당화되었다. 살인이라고 인정되지도 않았다. 그들 스스로 죽은거였다. 왜냐면 지배계급이 저지른 일은 언제나 옳기 때문이다. 옳기 때문에 옳다. 지배계급은 언제나 옳다.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모든 수단을 갖추고 있으므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 하지만 집회인들이 노숙인들에게 저지른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들은 지배계급이 아니므로.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것만 빼고 그들이 한 행동과 정부가 한 행동은 같지 않다.
쩝님은 그 근원이 어디든간에 폭력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폭력을 계급지배와 분리해서 논의할 수 없다는 내 얘기는 별 의미가 없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하간의 폭력도 사용하지 말아야한다. 평택 쌍용차 공장에 특공대를 투입하건, 시위 도중 전경과 대치중이건 우리는 평화적으로만 행동해야한다. 폭력은 당하는 입장에서는 다 똑같기 때문이다. 경찰도 맞으면 아프다. 쩝님은 이 논의에서 이 폭력은 국가폭력이고 저 폭력은 사적폭력이고 이런 식의 구분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했는데 집회인들이 노숙인을 들고 가서 어디다 내팽개치고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한 뒤 인터넷 게시판에서 온갖 비판을 당하는 것과 정부가 특공대를 투입해서 사람을 다섯명이나 죽인 뒤 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신문과 뉴스를 통해 나발대는 것은 완전 다른 것이다.
두 분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어제 행사가 있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너무 횡설수설 썼더라도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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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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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에서 지배계급이라 하신 정부가 모든 정당화한 수단을 갖추고 정당화하고 있다고 하셨지만 그 정당화가 잘못되었다고, 부당하다고,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싸우고 있습니다.물론 그 싸움이 당장 그들이 가진 수단에 비해 실질적인 힘이 미약한 건 사실이지만 그런 세상에서 (그런 수단들을) 못 가진 사람들이 온갖 방법을 고민하고 같이 나누면서 서로 영향을 받고 (생각이 그런 지배계급에 지배받던 사람들도 성찰과 대화를 통해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비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것이 운동이 아닙니까?
집회하던 사람들이 노숙인에게 그렇게 하고 끝까지 '스스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것도 '저자가 먼저 폭력을 저질렀고 자기는 어쩔 수 없었다' '집회의 효율성을 위해서' 등등 정당화 논리가 정부에서 하는 것을 흉내낸다 싶을 만큼 닮았다는 점에서, 저는 같다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처음부터 글 쓴 저는 실제로 그들이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를 가지고 그들이 '정부만큼 유리하다'고 한 적은 없으며 심지어 '정부보다 더 폭력적'이라고 한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그들이 더 폭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피지배계급이 늘 더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어서 덧붙임). 그리고 '그들이 인터넷에서 온갖 비판을 당하'고 있다는 표현은 무슨 말씀이지요? 블로그에서의 이 논쟁 정도가 '그들'을 부당하게/지나치게 몰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지요. 과도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시 신문과 뉴스라는 영향력을 가진 정부가 나발대는 것만큼 '그들'이 자기 정당화를 위해 가진 것이 없다고 해서 그 폭력과 정당화의 논리마저 희석할 수는 없는 것이죠. '그들이 그랬다'는 고발보다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저지르는 폭력을 돌아볼 계기가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던 거고요.
폭력이 당하는 입장에서 같다는 말도 시위 진압에 동원된 경찰도 맞으면 아프다는 것과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홀로 떨어진 경찰이 사람들에게 증오/화풀이로 몰매를 맞는 상황이 아니라면요(이런 경우 그 노숙인을 팽개친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저는 생각하니). 저는 오히려 맞은 노숙인 입장에서 때린 자가 누구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인데(저는 차라리 공권력으로부터 맞은 것보다 그 공권력을 비판하겠다고 집회 하던 사람으로부터 그렇게 당한 것이 더 배신감과 치욕스러움이 크면 컸지 덜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집회 하던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지배 계급'의 막돼먹음은 없을 거란 기대가 있었을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얘기하면 경찰도 맞으면 똑같이 아픈데' 하는 말이야말로 중간에 삭제된 부분이 크다고 봅니다.
블로그의 글을 보고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았지만 용산 참사를 일으킨 정부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사람도 당연히 없었습니다. 이런 얘긴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무도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사람이 없다는 것만이 중요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신문과 뉴스가 떠들 만큼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정당화하는 사람도 적은 것이기도 하고요. 가령 용산 문제에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과 같은 입장들이 블로그에 있다면 정당화도 충분히 있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가지고 폭력을 저질렀고 자신들이 가진 자원을 동원하여 정당화를 했어요. 그 자원들이 정부라는 지배계급이 가진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지 모르지만, 폭력의 피해자인 노숙인 입장에서는 그들과 노숙인 사이에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의 차이보다 '못하다''덜하다''적다'고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엄연한 차별과 폭력과 정당화가 있었습니다. 계급을 뒷받침하는 것이 무엇이고 폭력 중에는 좀 더한 폭력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이 그 당장 당한 폭력 앞에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기존의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분리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그것이 폭력의 피해자들(좀 덜한 계급을 가진 자로부터 폭력을 당한 자와 지배계급으로부터의 폭력을 당한 자) 간에도 필연적으로 계급의 차이를 낳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공권력의 비판이 당연히 추가로, 구조적으로, 비판받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삭제하면서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하지만 왜 자꾸 비교의 여집합 부분의 이야기로 공집합 부분을 희석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포스팅 중 여기에 주로 달게 된 건 양해 부탁드려요. 할 말이 여기에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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