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2013년 체제'가 백낙청 선생 등에 의해서 제기되면서 세간에 일부에 의해(주로 창비 그룹) 분석적 개념으로 사용되는 모양이다. '1987년 체제'가 광범위한 대중운동을 통해 6. 29선언 등 제한적으로 제도 정치에 그 성과가 반영되어 일정한 체제의 변형을 가져왔다면, '1997년 체제'는 세계적 경제위기의 한 측면이 남한에 반영되면서 새로운 '빈곤'이 구조화되는 강화된 초과착취의 체제로의 변형을 가져왔음을 의미한다. 내가 보기에는 둘 다 그 해 말에 있었던 대선의 결과와는 별 상관 없이 체제적 변형의 의미를 보존했을 것이라고 보인다. 이는 역사의 전개를 보는 관점의 차이와 관련되는 것 같다. 사실상 '체제'론은 본래부터 사회적 변형의 우선성을 전제하는 것인데, '2013년 체제'는 이러한 맥락을 소거한 채 정치적으로 체제론을 먼저 구성하려는 목적의식적 개념으로 제기된 듯 하다. 이러한 개념은 일정하게 선거/의회라는 계기를 통해서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지향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운동과 대중운동에 맹목적일 수 밖에 없고, 한편 백낙청 선생의 경우 분난체제론에서 도출된 '평화구축' 및 '남북연합' 등의 분단극복 지상론을 기본 입장으로 갖는다는 점에서 민중의 내부적 정치성의 전개과 출발부터 접점을 가질 수 없는 상층의 논의로 머물 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형을 일으킬 만한 1987년의 사회운동 또는 1997년의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다면 '2013년 체제'는 체제로서의 분석개념의 지위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그 개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더욱 '2013년 체제'의 불가능성을 높혀주는 것이다.
댓글 목록
藝術人生
관리 메뉴
본문
백낙청 프레시안 글: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1002004000§ion=05
'국가', '시민', '기업' 등을 동원하여 합리적 우파 담론을 정교화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화', '경제적 자유화', '남북관계개선'이 87년 체제의 주요 "성과"라고 정리하면서, 그 한계로는 '남한 단독의 민주화', '신자유주의', '우익 정권 등장' 등을 들고 있다. 이렇게 정리해 놓고, 이른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2013년 체제'의 과제는 1953년 체제 타파, 즉 '분단체제' 극복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내년 선거에서 '연합정치'를 통해서 이겨야 한다.
누가 누구한테 이긴다는 것인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분단체제'에 꿰맞춘 역사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거론한 현상 또는 요인 사이의 관계와 구조를 전혀 알 수 없다. '계급' 문제를 절대화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런식으로 배제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물론 이는 계급 자체를 인식하지 않는 전제의 차이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적어도 87년체제 초기는 개발독재국가로부터 기업의 자유와 노동자의 권리를 동시에 얻어내는 긍정적인 과정"이었다고 하는 걸 보면 기업의 자유화를 보장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정도 보장해 주겠다는 그의 '계급관'이 분명히 드러난다.
역설적으로 남한에서는 바로 '분단'으로 인해 이러한 전형적 우파 담론도 '진보'인양 행세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렇게 민중을 기초로한 내적 정치성의 전개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우파 '진보주의' 논의에 대한 더욱 급진적 '분단'의 문제설정이 필요할 것 같고, 그들이 더이상 '민중'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못하게 '민중론' 또한 더욱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