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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현재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당권파는 엔엘 구 당권파의 '종북주의', '패권주의'라는 해악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진보의 반공주의/의회주의적 규격화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엔엘 당권파가 아무리 구시대적이라고 백번 양보해도, 그것은 이런식으로 짓밝고 나갈 것이 아니라, 우리의 내부 역사로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었다. 아마도 그렇게 가지 못한 데는 이론적 실력의 부족이 주요했다고 보인다. 아무리 '종북주의'를 비난해도, '북한'에 대해서 답이 없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답은 변혁의 구성과 관련한 구상에서 나오는 것인데, 어느 순간 부터 우리의 운동이 '민족적인 것'으로부터 멀어지면서 변혁의 구성, 즉 국가의 변혁적 재구성은 영원히 불투명한 것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사실 '부정' 선거는 사실 양쪽 의견을 들어보면 정리되지 않은 것이 많은데, 그들이 처음부터 여론몰이로 도덕적인 비판으로 치고 나간 것은 사실상 '국민'이라는 포퓰리즘적 힘에 기대고자 하는 의회주의자들의 전형적 전략이었다. 혹여나 여기에 편승한 진보의 일부가 있었다면 그것은 아주 큰 판단착오일 것이다. 그것이 가져올 '해악'의 제거가 갖는 효과 보다, '해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들여온 더 큰 '해악'이 더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엔엘 당권파가 살아남기를 바란다. 아마 어떤 식으로든 살아남을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더 왜곡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의회주의자들의 포퓰리즘적 전략에 정확한 비판이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금은 통합진보당에서 나타난 것이고, 또 엔엘 당권파도 포함되며, 나아가 진보신당도 엄밀히 말해서 자유롭지 않은 '당'이라는 전략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홍세화 대표가 말한 '하방'을 다음 선거를 잘 준비하는 정도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결국 이러한 소모적인 당 운동은 반복되며 궁극적으로는 통합진보당과 같은 길로 수렴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하방'을 전략적인 기획의 수준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새로운 당의 형식을 제기하는 것으로 읽고 싶고, 그렇게 읽혀지며 논의가 전개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진보신당이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정확한 인식으로부터 얻은 정치적 역량 역시 곧 소멸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하방'은 진보신당 내에서는 사실 매우 논쟁적일 수 있는 화두이다. 이를 간단히 의미 없는 것으로 거부하거나, 또는 매우 전략적인 것으로 강등시켜 이해하는 것이 아마도 전형적인 진보신당 내의 의회주의자들의 대응방식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단지 당대표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상 당 내부와 외부의 새로운 소통형식의 차원에서 제기되었기 때문에, 희망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희망은 당 내의 의회주의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거나, 보고 싶지 않은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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