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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윤리성과 관련한 문제이다.
운동의 실천과 학술의 이론은 서로 관계되면서도 다른 논리에 의해 작동하는 별개의 영역이다. 실천이 정치의 계열에 속한다면, 이론은 역사의 계열이 아닐까 싶다. 이를 혼동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운동의 차원에서 보면, '지식'의 성찰을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즉, 실천이 이론을 대체할 경우 활동가의 자기만족적 운동으로 전락하여 폐쇄적 소멸의 길을 걷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운동 내부의 반지성주의라 부를 수 있다. 예) 저항을 위한 저항. 경험주의.
지식의 측면에서 보면, 운동이 맺는 현실과 맺는 관계에 의해 자극받지 못한다. 즉, 이론이 운동을 대체할 경우, 이론이 현실을 역으로 규정하면서 죽은 역사가 산 역사를 대신하게 된다. 예) 이론을 위한 현실. 목적론.
이 양자는 모두 대중과의 관계에서 대중을 소외시킨다. 이론과 실천이 각각 상대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각각의 탈대중화의 한계를 견제하는 관계와 기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대안적 정치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식의 차원에서 이론이 운동을 대체하는 문제는 성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론으로 현실을 바꿔치기하는 여러 이론적 실천들은 이미 성찰의 대상이 된다. 특히 반보편주의적 '역사'의 관점에서 일정하게 해체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그러한 성찰적 지식 작업이 '운동'을 끌어안고자 할 때, 운동의 역사적 궤적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운동'을 대상으로 할 경우, 역사적 관점에서 현실의 운동 내부의 다양한 분기를 연결해주는 역할이 '지식'에게 주어질 수는 있지만, '지식'의 관점에서 운동의 역사적 궤적을 그리는 것은 운동의 자율적 논리를 부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이론이 운동의 역사적 궤적 내부의 연관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상은 지난 일요일 吳永毅 선생의 출판 기념토론회에 다녀와서 든 생각이다. http://taishe.shu.edu.tw/book_forum_23.html
진광흥 선생이 서문을 다소 '과장'되게 썼는데,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또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이번 토론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설가 출신 노동운동가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쓴 박사논문을 다듬어 책으로 출판했는데, 문학 청년으로서 세밀하게 관찰한 내용들이 작가 자신의 감수성과 결합해서 여러가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여러가지 개인적 '원한'이 고스란히 적혀 있어서 약간의 선정성 논란도 있는 것 같다.
이런 작품이 학술적으로 그 노동운동의 역사를 성찰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할 수 있겠지만, 그와 관련된 토론을 다소 주관적으로 선별된 세대별 활동가들을 불러놓고 진행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의 든다. 활동가들은 운동의 경험을 이야기해주는게 좋을 것 같고, 이론가들은 역사적 성찰을 이야기해주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이번 토론에는 뒤섞여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현상 자체를 역사적 관점에서 지식의 대상으로 삼을만 하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6/29에 또다른 출판기념토론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대만의 정치범 출신 운동가 陳明忠 선생의 『無悔』라는 책이다.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영화감독 侯孝賢 선생도 초청이 되어서 인사를 하게 될 것 같다. 나로서는 무한한 영광이다. 1부에는 진광흥 선생도 패널로 추가되었다고 한다. 나는 2부 마지막에 발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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