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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고사 준비하면서 시간을 쪼개서 진명충陳明忠 선생의 회고록을 읽었다. 그리고 6월 29일 오후 月涵堂에서 열린 토론회 2부에 참여해서 간단히 발표했다. 이날 1부와 2부의 내용은 《人間思想》 여름호에 실릴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의 참여는 7년간의 대만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주어진 대만에서의 마지막 공식 발언 기회였다는 주관적인 의미를 갖는다. 어쩌면 지난 반년 동안 시험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정리했던 내용을 진명충 선생의 회고록을 계기로 해서 요약해보는 시도였다고 할 수도 있겠다.
주요하게는 민족해방운동과 전쟁의 과정에서 대만/조선 등 '식민지' 해방의 '주체성'의 문제, 그리고 80년대의 개방공간에서 '통/독'구도에 휘말린 좌익의 오류에 대한 지적이었다. 전자의 실마리로 식민지에서 '조선전쟁'의 민중 외부성의 문제를 가설적으로 제시했고, 후자의 문제는 역사적 비판성이 현실적 비판성과 결합되기 위한 조건에 대한 성찰을 요구했다. 담론적 정당성만으로는 현실적 비판성과 결합되지 못하고, 오히려 주류적 담론질서에 적응하면서 수동적 정체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대만의 통일/좌익 세력에 대한 비판적 조언이었다.
8월에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고, 일할 곳도 정했다. 기간 몇 년 동안 '생활'의 기초가 부실한 탓에 정신적으로도 많이 퇴락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생활하면서 그 안에서 더욱 진정성을 갖는 공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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