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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台北)으로 이사

대만에 와서 세 번째 이사를 했다. 석사 마치고 처음 대북에서 신죽으로 이사를 한번 했고, 박사 2년 차에 맞춰서 학교 앞으로 이사를 했고, 이제 마음 같아서는 마지막이길 바라며 대북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전엔 주변 지인들에게 폐를 끼치면서 이사를 했는데, 이번엔 거리도 좀 있고, 불가피하게 늘어난 책들과 새로 이사한 집이 엘리베이터 없는 5층 옥탑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삿짐 센터를 불렀다.

 

매번 느끼지만 책을 한 묶음에 열 다섯 권 정도로 정리를 하고 다시 책장에 정리를 하면서 버릴 것은 버리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따로 모아 놓고 풀지 않는다. 필요한 것들을 중심으로 주제별로 책 꽂이를 하다 보면 지난 4년 동안 읽은 책들, 읽으려고 사거나 제본했다가 읽다 만 책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고민들이 기억나고 문득 주저 않아서 어떤 책 한권을 붙들고 한참을 뒤적여 보기도 한다.

 

암튼, 마르크스주의와 사회학 및 세계체계론, 이주노동자와 노동/사회운동, 알튀세르와 마르크스주의,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정치철학과 포스트 식민주의, 탈식민주의와 아시아 근대성, 인터아시아문화연구와 대만 그리고 한국 등의 주제들... 나아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만나온 사람들... 정리되지는 않지만, 하나의 궤적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그래서 그런지 요즘 생각은 그동안 구슬을 모아두었거나, 또는 구슬이 어디 있는지 대강 알아 두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공부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읽었던 책을 읽을 때나 또는 새로운 책을 읽을 때나 예전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책을 읽을 준비가 이제서야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사와서 몇 일을 정리하고, 오늘에서야 다시 번역 작업으로 복귀했다. 문혁 시기를 번역 중인데, 이 부분만 떼어서 책을 내도 될 정도로 분량이 많다. 암튼, 좀 더 부지런해야겠다.

 

한편, 다음 호나 다다음 호에 아마 조희연 교수의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라는 글이 대만사회연구계간에 실릴 예정으로 있고, 최종 중국어판 원고를 검토하고 있는데, 전에 읽어 본 글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어로 읽으니 더욱 흥미롭다. 중국어로 읽으면 정말 중국어권의 연구자나 이론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고, 그런 느낌은 대화를 부추기고 싶은 욕구까지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적어도 나는 전리군 선생에게 이 글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사실 조희연 선생님은 전리군 선생의 입장을 매우 적극적으로 평가하는데, 그 맥락이 아마 아직까지는 전리군 선생에 의해 이해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번 글이 그런 의미에서 전리군 선생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의 지식인들이나 이론 상황에 신선한 시각을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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