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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경계도시 2'를 뒤늦게 대만의 영화제 준비 과정에서 보고, 그 후에 그 안에 깊숙이 관여했던 모 선생님과 논의도 해보면서 문제가 간단치는 않구나, 그렇지만 '양심'과 관련한 부분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여러 관계 속에서 혼란스러워 했던 송두율 선생 보다 오히려 조금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그의 부인이 더욱 강력하게 그 주장을 폈던 것이 아주 인상 깊었다. 그 안의 긴장 속에는 '북한에 대한 일반인의 정서'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그것 자체 보다는 그것과 진보운동과 선거 프레임의 관계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하고 있었는데, '당신은 이미 개인이 아니니 개인의 양심 같은 것은 내다 던져버리라'며 사실상의 '전향'을 강요하고 윽박지르는 모습과 정작 지지가 필요한 시기에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거리로 나온 진보의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비로소 진보의 상당수는 '자신의 자신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던가. 적어도 나의 경우, 그 불편함에는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는 '당'과 '의회주의'가 개인의 양심을 어떻게 억압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를 좀더 살펴보면 모종의 '반공주의'가 진보 내에 은폐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분단의 문제설정이 배제된 남한 내에서의 의회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인 진보 노선은 궁극적으로 내부에 모종의 반공주의를 의/무의식적으로 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하게 든다.
이러한 '북한'은 올해 초부터 논란이 되었던 진보신당과 민노당 사이의 벌써 잊혀진 듯한 쟁점과도 관련되는데, 요즘 상황은 그게 사실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고, 오히려 '국민참여당'이라는 다른 실질적 쟁점이 제기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반성할 계기가 제공된 듯 하다. 물론 그렇다고 그것이 올바르게 반성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 오히려 그것이 쟁점이 되지 않을 가능성을 '진보정당들'의 의회주의 및 국가주의적 노선이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곽노현 서울 교육감의 스캔들을 접한 여러 정당과 개인들이 '사퇴'를 요구하고, 이에 맞서 곽노현 교육감은 자신의 양심을 걸고 한번 싸워보겠다고 한다. 송두율 선생도 올 때부터 감옥갈 마음의 준비까지 하고 왔다고 했는데도, 전향을 하고 감옥에 가지 말라는 강요를 받았다. 물론 결국 감옥에 갔다 무죄로 나왔다. 나는 곽노현 교육감을 개인적으로 전혀 알지 못해서, 그의 양심이 믿을만 한 것인지 어떤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상황에서 진보정당과 개혁정당 및 그에 관련한 개인들의 무의식에 당/의회/국가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심을 아주 많이 하고 있다. 물론 내 의심은 아직 그냥 내 의심일 뿐이다.
댓글 목록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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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에밀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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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당/의회/국가 가 삼위일체? 처럼 같은 회로판 속에서 작동한다는건 참... @_@;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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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반공주의 또는 반북주의와 제기하신 당/의회/국가주의 설정은 약간 어긋나는 듯 합니다. 그나마 반공/반북주의에 맞서는 정당은 민노당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요.藝術人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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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게 제 생각인데요. 다른 세력이 있다기 보다는 민노당도 온전한 의미에서 '반공주의'에 맞서 '공산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는 의미에서... 암튼, 저도 생각을 좀 더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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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꼼수다 방송들으면서 저도 어렴풋이 송듀율이 떠올랐었습니다.